[제2의 조선 호황] ④ 한화오션, 미국발 특수에 방산 조선 '우뚝'

미 군함 건조와 유지·보수·정비 시장 열려 스텔스·무인시스템 등 군 첨단 기술 무장 그룹 차원 방산 시장 집중...글로벌 공략 대한조선공사·대우조선해양 굴곡 역사 조지 W. 부시 조카 등 해외전문가 중용

2025-02-24     이정우 기자
마크 켈리 미국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앞줄 왼쪽)이 한화오션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켈리 의원 홈페이지 갈무리)

[편집자 주]국내 조선 ‘빅3’인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조선업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지난해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했다. 3사의 영업이익은 총 2.2조원에 달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 군함 건조와 유지·보수·정비 사업 수주 등 한미 조선업 협력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업계 전반의 전망과 사별 현황을 몇 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방산에 강점을 지닌 한화오션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미국 조선업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을 발의한 마크 켈리 미국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이 지난 19일(현지시각)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방문했다. 

켈리 상원의원이 주도적으로 발의한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 즉 선박법은 현재 미국으로 수입되는 재화의 2%만 미국 선적 상선(80척)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런 선박 수를 10년 안에 250척으로 늘려 '전략상선단'을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또 이들 선박 건조를 위해 한국 등 동맹과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유타주의 마이크 리·존 커티스 상원의원은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함정을 외국 조선소에 발주할 수 있도록 하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을 미국 의회에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이 발의된 배경에는 현재 미군 함정의 약 40% 정도만 제때 수리돼, 현재 군이 운영하는 함정수(291척)가 준비태세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355척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20조원 규모의 유지·보수·정비(MRO) 시장과 함께 약 1조750억달러(약 1561조원)의 함정 신조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미국 상선 건조와 군함 신조 또 MRO 시장 진입 등 잇따른 미국발 호재는 현지에 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업계에선 평가하고 있다. 

한화가 인수한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제공)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해군기지 부지 안에 자리한 필리조선소는 연안 운송용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한다. 한화그룹은 우리 조선업체 중 처음으로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에 나서 지난해 12월 이를 마무리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호에 이어 11월 미 해군 7함대 급유함 유콘함 MRO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대식 특수선MRO사업TFT 상무는 "한화오션이 미국 태평양함대 운영에 믿을 수 있는 동반자가 되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MRO 관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적기 인도를 통해 미국 해군 전력 증강과 함께 한미동맹에도 기여"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함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최종 후보로 선정된 한화오션은 군 수상함과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차세대 기술 개발을 강화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 왔다.

이 회사는 해군 전력에 필수 요소인 스텔스(레이더 탐지 회피) 기술과 자율 항해가 가능한 무인시스템 기술 등에 힘을 쏟아 왔다. 이를 토대로 ‘장보고-III’ 잠수함을 건조해 2022년에 실전 배치했고, 현재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을 건조 중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셋째)이 17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에서 파이살 알 반나이 EDGE 그룹 CEO(왼쪽 넷째)와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그룹 차원에서도 방산에 집중하고 있는 한화그룹은 오너 3세인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대표 방산기업인 EDGE 그룹 파이살 알 반나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DGE 그룹 자회사 ADSB는 군함, 초계함 등을 제작하며 UAE 해군뿐 아니라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함정을 공급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이 지난 2023년 5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새로 출발한 조선업체다. 1973년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로 출범해 1978년 대우에 인수된 뒤 1993년 선박수주 세계 1위의 명성과 우리나라 최초 전투잠수함 건조라는 이력도 쌓았다. 대우 청산 과정에서 대우조선공업이란 이름으로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2002년 대우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바꿨다.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이 조선사를 상대로 인수를 물색해 몇 차례 무산 끝에 한화그룹의 일원이 됐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한화오션 제공)

이런 굴곡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화오션은 지난 20일 세계 최초로 200번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레브레사호’를 SK해운에 인도했다. 

1995년 첫 번째 LNG 운반선을 인도했고, 21년 만인 지난 2016년 100번째 LNG 운반선 건조를 마무리했다. 이어 9년 만에 나머지 100척을 건조해 200호 LNG 운반선을 이날 인도했다. 

한화오션은 LNG운반선, 쇄빙 LNG운반선, LNG-FSRU(부유식 저장·재기화설비), LNG-FPSO(부유식 생산저장하역설비) 등 LNG 관련 설비의 풀라인업을 구축해 이 분야 시장 점유율 1위도 기록 중이다. 

한화오션 상선사업부장 김종서 사장은 "미국의 화석연료 정책 변화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LNG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한화오션이 글로벌 선주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 줄 최고의 조선소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미국 시장 확대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해외 전문가를 중용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24일 “3월2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필립 레비 해양사업부장 사내이사선임안이 의안으로 올라갔다”고 <뉴스프리존>에 말했다. 중국 국영 해양석유 총공사(CNOOC) 상임고문으로 일했던 레비 부장은 현재 사외이사인 조지 P. 부시와 함께 미국 시장 확대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 P. 부시 이사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