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美 광물 거래 제안 수용

美 5000억불 요구 철회 안전보장 여부는 알려지지 않아 젤렌스키 28일 방미

2025-02-26     정병일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3일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광물 거래 요구를 결국 받아들이기로 해 종전협상이 시작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광물 거래 협정 초안에 합의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미국으로 와 "매우 큰 거래에 서명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광물과 가스, 석유 등 천연 자원 채굴에서 얻는 수입의 절반과 항구 및 기타 인프라에서 얻는 수입을 포기하라고 요구해왔다. 이런 수입으로 5000억 달러 규모의 전후 복구 등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라고 했지만 사실상 이 돈은 미국이 가져가겠다는 내용이었다.

미 정부는 5000억 달러가 그간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금액이라며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미국의 지원 규모는 실제론 훨씬 더 적었고 무엇보다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을 수 있는 안전보장 장치가 없다며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재자"라거나 "허위정보의 거품 속에 있다"는 등의 거친 언사를 주고 받기도 했다. 

독일 쾰른에서 25일(현지시각) 열린 올해 로즈 먼데이 퍼레이드의 풍자 카니발 행진용 마차 발표 행사에서 한 카니발 마차가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사랑의 망치'를 사용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을 때리는 모습을 묘사했다.(사진=AP, 연합뉴스)

하지만 미국 측이 결국 5000억 달러 상환 요구를 철회해 우크라이나 측이 광물 협정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요구해온 안전 보장 장치를 구체적으로 제안했는지 아니면 추가적인 군사 지원을 약속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양국이 광물거래를 중심으로 한 협정을 맺게 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종전 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포기하고 서방 국가들도 경제제재를 푼다면 만족하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재침공이 불가능한 정도의 안전보장을 종전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측에 확실한 안전보장을 해주면 광물에 대한 접근권을 주겠다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군사적 안전 보장은 약속하지 않으면서 양국이 경제 협정을 맺으면 그 자체로 전쟁 억지력이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8일 백악관 회동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지속적인 군사적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