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 한미 장관 협의 앞서 현대차 비공개 접촉
자동차 관세 대응·대미 투자 계획 논의 통상 압력 대응 지렛대로 대미 투자 활용 러트닉 상무·라이트 에너지·백악관 면담 안 "관세 조치에 우리 기업 보호 논의 계획"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한 장관급 협의에 나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출국에 앞서 현대차그룹 등 재계 고위층을 잇따라 만나 민관 공동 대응 방향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안 장관은 지난 24일 현대차그룹 고위 경영진을 비공개로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자동차 관세 대응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안 장관은 트럼프 2기 정부의 통상 압력에 대응해 협상 지렛대가 될 수 있는 현대차그룹 의 중장기 투자 방향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향후 대미 협상에 관한 업계의 기대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당국자는 "현재 한국의 입장에서 자동차가 큰 이슈가 된 상황"이라며 "계속해서 (업계와) 입장을 조율하고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
안 장관은 26∼28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고위 관계자 등 미국의 무역·통상 관련 고위급 인사들과 면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26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산업계별로 다양한 입장이 있어 여러 채널을 통해 산업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에 있어 우리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이번에 가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기자들에 말했다.
이어 "한 번의 협상으로 끝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양국 간 협의체 같은 것들을 구축해 앞으로 계속 협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 기업들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플랫폼을 계속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미국에) 가서 그런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각) 공식 취임 직전 한국 경제 사절단을 만난 자리에서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면 전담 직원을 배치해 심사 허가 등의 절차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면 그 이상의 최고급 대우를 할 것이라며 '패스트 트랙' 제공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러트닉 장관) 발언 직후 백악관에서 발표된 '미국 우선주의 투자정책'을 보면 10억달러 이상의 투자에 대해서는 규제 관련 특혜를 주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투자한 것도 있고 앞으로 투자할 부분도 있어 충분히 그 기준을 맞출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대미 협상 카드'로 에너지, 조선 등 분야 협력 강화를 고려하냐는 질문에 안 장관은 "조선, 에너지, 첨단산업 등 전략산업에 있어서 한미 간 협력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며 "이런 부분들을 같이 협의하고 중요성을 부각해 우리 산업과 미국 산업 생태계가 같이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하려 한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별히 챙기고 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대한 한국의 참여 요청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고, 어떤 조건과 상황인지는 협의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7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확대하기로 하고 양국 기업이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가스 합작 사업 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서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이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 정지로 한미 정상 외교가 부재한 가운데 안 장관의 이번 방미는 통상 분야의 본격적인 첫 한미 장관급 협의라는 점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본격화한 미국의 제조업 부흥과 대중 견제 전략에 호응해 2023년부터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 됐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10조원대 제철소 건설 등 대규모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안 장관은 트럼프 2기도 반도체법에 따른 투자 보조금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생산 보조금 등이 유지돼 우리 기업들의 안정적 투자 환경이 보장되면 더욱 많은 대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득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