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싱의 희망봉(希望峰) '최시로' 세계 무대로 발돋음
문성길 복싱클럽 관장
FW1 프로모션 (대표 최완일) 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 복싱커미션(KBM)이 주관하는 프로복싱대회가 지난 4월 19일 경기도 남양주시 체육 문화 센타에서 열렸다.
이동포 유원대 복싱 감독과 동행한 필자는 뜻하지 않게 현장에서 88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박시헌 전 대표팀 감독을 만나 담화를 나누었다.
1967년 안동 출신의 이동포 감독은 경기지도자 자격증 심판 자격증 스포츠 안전 자격증 등 도합 12개 스포츠 관련 자격증을 취득 복싱인 중 최다 자격증 보유자다.
1965년 경남 함안 출신의 박시헌은 1985년 제12회 아시아선수권 제4회 월드컵 그리고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월드컵 8강에서 푸에르 토리코 산체스 4강에서 동독의 티므 결승에서 미국의 브라이언트등 강적들을 차례로 꺾고 우승한 장면은 단연 백미(白眉)였다.
박시헌 챔프는 현재 제주도 서귀포 시청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정주형 선수를 배출하는등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잠시 후 복서 출신 역학자 박윤수 FW1 최완일 대표와 함께 투. 타임 WBC 페더급 챔피언 지인진 챔프가 필자의 시야에 포착된다.
여담이지만 1988년 10월 2일 박시헌 감독이 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이 백년사 한국 아마복싱 <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이라면 2006년 12월 17일 충무아트홀에서 WBC 페더급 챔피언 멕시코의 로돌프 로페즈를 12회 판정으로 꺾고 타이틀을 탈취한 지인진 챔프는 이 시대 <프로 복싱 최후의 챔피언> 이라는 역사성이 묻혀있는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한국 아마복싱과 프로 복싱을 상징하는 두 선수가 다 같이 현역에서 물러서면서 한국 권투는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안타깝게도 참혹한 몰락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잠시 후 필자는 체육관 내부로 진입 국제 심판인 김병모 김재봉 김석권 장관호등 심판진과 함께 담소를 나누었다.
근자에 한 달 간격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심판 김병기 김재근 두 베테랑 심판이 타계한 직후라 그런지 자못 분위기가 그리 밝지는 않았다.
참고로 프로 복싱 심판진은 1세대 심판 정영수 김진국 김광수 정청운 2세대 심판 박동안 김재근 유완수 문무홍 김석권 김병기 3세대 심판 장관호 김재훈 김병모 박남철 임준배 심판 등이 주축이 되어 그동안 사각의 링 현장에서 한세대에 걸쳐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고(故) 김재근 심판은 현역 시절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선발전 라이트급 최종결승에서 이창길에게 1970년 아시아선수권 선발전 결승에서 김현치에 판정패를 당한 불운의 2 인자였다. 이 자리를 빌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한편 이 대회를 주최한 1975년 의정부태생으로 경북체고 용인대를 거친 최완일 대표는 한국복싱 침체기 속에 혜성처럼 등장한 전도유망한 프로모터다.
그는 2019년부터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를 지낸 18세 청년 시로치베크 이스마일로프를 예의주시한다.
그리고 2023년 5월 침체된 한국복싱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 위해 전격적으로 그를 영입한다.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의 최완일 대표는 우선 아마츄어 시절 독립국가연합(CIS) 종합 경기대회 (페더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그를 FW1으로 적을 옮긴다. 그리고 최완일 대표의 성과 우즈베키스탄 이름 일부를 따서 최시로 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다.
최시로는 2023년 7월 프로에 대뷔 2024년 4월까지 8개월 적응기간 동안 모두 3차례 경기를 벌였다. 하지만 매너리즘(mannerism)을 탈피하지 못한 단순한 아마츄어 스타일을 탈피하지 못해 3전 모두 모두 판정승을 거둔다.
테스트(?) 기간이 끝나자 2024년 5월부터 2025년 2월까지 9개월에 걸쳐 최완일 대표는 <만 가지 발차기를 한 번씩 하는 사람보다는 한가지 발차기를 만 번 한 사람이 무섭다> 는 홍콩 배우 이소룡 어록처럼 프로에 적합한 파워 풀한 타격 훈련을 최시로 에게 반복적으로 학습시킨다.
그 결과 최시로는 괄목(刮目)할 만한 파괴력 증강으로 인해 6연속 KO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주먹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특히 2024년 10월 만만치 않은 경력을 보유한 8승(4KO) 1무를 기록한 오지섭과 벌인 WBA 아시아 라이트급 타이틀 결정전에서 2회 KO로 잡으면서 한국 무대에선 더 이상 적수가 없음을 증명하며 건재를 과시했었다.
이러한 관록을 보유한 9전 전승(6KO)을 기록한 WBA 아시아 라이트급 챔피언 최시로와 18전 17승 (13KO) 1패를 기록한 WBA 라이트급 11위에 빛나는 동양 라이트급 하이레벨 수준에 올라온 요시노 슈이치로 와의 1차방어전은 근래에 보기 드문 역대급 슈퍼매취다운 타격전을 펼친 명승부였다.
이날 SBS 스포츠로 생중계된 이날 경기에서 양 선수는 초반 5회까지는 팽팽한 균형을 이루면서 일진일퇴의 접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요시노는 중반 이후 최시로의 타점 높은 상하 공격에 균열이 오면서 비틀거렸다. 필자는 중반 이후 체력이 고갈되면서도 불타는 항전 의지로 대쉬 하는 요시노를 유심히 지켜 보았다.
그는 마치 태평양 전쟁 당시 가장 처절했던 <이오지마 전투>에서 결사항전을 외치며 미군과 가미카제식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일본군 병사들이 연상될 정도로 요시노는 챔피언 최시로를 상대로 사투를 벌였다.
그러나 종반으로 넘어가면서 체력 소진과 맞물려 대미지가 누적된 요시노는 10회 최시로의 회심의 일타에 녹 다운을 당하면서 균형의 추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한다.
11회 최시로의 폭격이 거세지자 장관호 주심은 11라운드 1분 29초 만에 경기 종료를 선언하면서 최시로는 1차 방어 성공과 함께 10전 전승(7KO)를 기록 세계랭킹 진입이 가시화되었다.
이번 진검승부를 통해 폭팔적인 상승세와 함께 실력이 검증된 최시로는 앞날에 밝은 전망을 보여주는 한국복싱의 희망봉으로 불려지고 있다.
이제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전성기에 들어선 최시로는 다가올 세계 타이틀전을 대비해 체계적인 피지컬 관리 등을 통해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예정이다. 최시로의 최종목표는 30승 1무를 기록한 WBA 라이트급 챔피언 저본타. 데이비스다.
아직 정상에 도달하려면 넘어야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이 많아 보이지만 반드시 정상 정복에 박차를 가해 실현 시키겠다는 강한 의욕이 용광로보다 뜨거워 보였다.
최완일 대표의 경북체고 재학시절 은사인 곽귀근 선생은 언젠가 필자와 담화에서 완일(최완일) 이는 원시안적인 시각으로 큰 그림을 그릴줄 아는 배짱과 포부를 겸비했다고 밝힌적이 있다.
끝으로 한국복싱의 눈앞의 현실을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바라보는 시각과 먼 비젼을 망원경으로 주시하는 최완일 대표의 포괄적인 시스템이 집대성되어 한국 프로 복싱의 지상 최대의 숙원사업인 역사적인 44번째 세계 챔피언 탄생의 퍼즐이 완성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