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도로개선 50억 들였는데 더 위험?...단양국도5호선 부실공사 '논란'

단양 국도5호선 성신양회 앞 선형개선... 졸속공사로 오히려 위험 키웠다 기존 도로와 1.8m 단차...하루 2700여대 통행차량 상시 사고위험 '예고' 설계변경 해라, 못한다...근본적 대책없는 미봉책 뿐...사태 해결 '요원'

2025-06-09     기획취재본부=박종철 기자

무려 50여억원이 투입된 국도5호선 제천~단양 구간 성신양회 앞 위험도로 개선공사(국도5호선우덕지구위험도로개선공사)가 오히려 위험을 더 키웠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준공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 2021년 공사를 시작한 지 4년여에 걸쳐 추진된 이 공사는 현재 마무리 공사를 앞두고 전면 중단된 상태다.

심하게 굽은 곡선구간의 선형은 바로잡았지만, 기존 도로와의 표고가 무려 1.8m나 차이가 나면서 성신양회 방면으로 진,출입시 심한 단차로 인해 오히려 위험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구간을 진,출입하는 화물차량 운전자들은 "위험을 방지하고자 한 공사가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며 "설계변경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시행 주체인 충주국토유지관리사무소 측은 "설계변경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미끄럼방지, 신호체계개선 등의 미봉책 대안만 제시하고 있다.

단양군은 문제가 불거지자 곤혹스런 입장이다. 숙원사업해결 차원에서 어렵게 추진된 사업이 준공도 되기전부터 앞으로 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이 현실화 될 경우 수시로 발생하는 민원을 나몰라라 할 수 없는 단양군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입장이다.

만약 통행지연으로 인한 정체현상이 상습화 될 경우 단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불편과 위험을 초래해 단양관광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위험도로 개선공사가 거의 완료됐지만 기존도로와의 단차로 인한 위험 문제로 마무리 공사를 앞두고 공사가 전면 중지됐다. 기존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진은 성신양회 앞에서부터 차량정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드론촬영한 모습이다. 만약 현재 상태로 공사가 완료될 경우 이 구간의 차량정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독자제공

2차 위험을 감안하지 않은 부실 설계, 대책없는 시공

충주국토관리사무소는 2020. 2. 26. 국도5호선 우덕지구 위험도로 개선공사 실시설계용역"을 발주해 나온 설계를 토대로 같은 해 7월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당시 충주국토관리사무소가 주관한 설명회는 공사개요 및 기존도로 문제점 등 공사목적과 범위를 설명하는데 촛점을 맞췄고 공사 후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설명은 배제했다.

공사 후 기존도로와의 표고차가 1.8m나 되고 경사각이 8.6%가 될 경우 성신양회 방면으로 진,출입시 표고차와 경사각에 따른 위험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듯 하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존 도로와의 단차가 무려 2m에 이르고 이 경우 진,출입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 예상됐지만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다. 

결국 공사가 80%이상 진행된 시점에서 운전자들로부터 진,출입 시 사고위험 및 차량파손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부실공사 논란으로 확산됐다.  

운송업자 등은 "50여억원이나 투입된 정부 시행의 도로공사가 향후 예상되는 위험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것부터 졸속"이라며 "설계변경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는 한 지금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고 경고한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 공사 후 예상되는 문제점을 얼마든지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위험 경고를 무시함으로써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 꼴이 됐다.

설계 과정에서 기존도로와의 큰 단차로 발생할 수 있는 진,출입 등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었으므로 당연히 설계에도 반영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설계 당시 이러한 문제점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졸속설계, 졸속공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충주국토유지관리사무소는 "주민설명회 당시 성신양회 측이나 운송회사 측 등 어느누구도 진,출입 시 예상되는 문제점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운송업계 등은 "정부가 실시설계용역을 전문기관에 맡길때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설계에 반영해 주민설명회를 열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면서 "자신들이 졸속으로 설계해 나타난 결과를 주민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후안무치의 태도이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보신주의적 자세다"라고 꼬집는다.

운송업체 등이 지난 3월 25일 충주국토관리사무소 측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최초 주민설명회 개최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사업목적에 따른 문제점들이 처음부터 잘못 파악된 것임을 끄집어 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얘기다.

"설계용역 과정에서 현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이를 강행했거나 그 책임은 고스란히 사업주체가 져야한다"는 것이 건설관련 업계의 일반적 견해다.  

신호체계 개선 등의 미봉책이 아닌 설계변경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할 듯 하다.

국도5호선우덕지구위험도로개선공사현장. 기존도로와의 단차가 커 오히려 위험을 키웠다는 논란이 일면서 현재 공사가 중지된 상태다.                                                사진=독자제공

충주국토관리사무소 VS 운송업계, 입장차 극명...소모적 공방속 해결책 '요원'

공사가 마무리 되 갈 쯤 도로형태가 드러나자 본격적으로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 주민은 "새로 공사한 도로면이 기존 도로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게 되 있는데 설마 이런상태로 공사가 마무리되는 것인가요?"라고 물어올 정도다.

누가봐도 새로 정비한 도로와 기존 도로와의 단차가 커도 너무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로 정비한 도로 상황으로 비상이 걸린 곳은 성신양회와 성신양회 하청 운송회사, 그리고 운전자들이다.

하루 1600여대의 대형 운송차량이 매일 이곳을 드나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 상태의 단차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예상되는 위험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화물차량들이 성신양회로 좌회전 진입 및 좌회전 진출 시 무려 1.8m에 이르는 급경사를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회전각에 따른 차량 전복의 위험과 동절기 및 우천시의 미끄럼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다.

특히 심각한 높이 차이로 진,출입시 직진하는 선행차량과의 시야확보가 어려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또, 정지 후 출발하는 과정에서 밀림현상, 미끄러짐 등으로 후방 및 좌우 추돌 위험이 크고, 높은 단차로 인한 BCT 차량은 트랙터 부분과 트레일러의 뒤틀림 현상으로 트레일러가 찢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루 수차례씩 이 단차 구간을 운행할 경우 차량의 충격과 뒤틀림 현상으로 인한 차량의 내구연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고 이러한 피해를 고스란히 운송차 차주와 운송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손실도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충주국토관리사무소는 간담회 등을 통해 '우회전 차선 기존 6m에서 12m로 확장, 가속차선 별도 3차선 확보'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운송업계 등은 "level을 1m정도로 낮추는 것 외에는 다른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충주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단차를 1m로 줄이는 것은 예산확보, 공사기간 촉박 등의 이유로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주국토관리사무소 측이 제시하는 현실적 문제해결 방법은 접속부 경사도 하향조정, 그루빙시공(미끄럼방지 포장), TIME신호등 설치 검토, 정지선 위치조정 등이다. 

하지만 주민, 운송업계는 "충주국토관리사무소의 해결책은 사태수습을 위한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설계변경을 통해 단차를 1m이하로 낮추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는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나 기존 도로와의 단차를 1m이하로 줄이려면 먼저 그에 따른 예산확보가 담보되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설계변경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 계속될수록 시행측과 주민, 운송업계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위험한 도로를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무려 4년여에 걸쳐 추진된 지역숙원사업이 준공을 앞두고 무기한 공사중단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기존 도로와 족히 사람 키 높이로 개설된 개선도로. 마치 고가차도를 연상케한다. 하루 1600여대의 화물차량이 매일 이 높이의 도로를 수회씩 드나드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사진=독자제공

운전자들의 집단 민원=생계와 직결된 문제

지난해 말 250여명의 화물차 운전자들은 충주국토관리사무소에 「도로표고 최소 1m이하 하향 조정, 안전하고 실질적인 도로개선이 반영된 설계변경」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에는 공사 완료시 예상되는 위험 문제점과 함께 "하루벌어 먹고 사는 운전자의 마음으로 이 어려운 시기에 사고로 인한 파산, 가정파탄 등의 아픔을 헤아려 근본적인 해결을 바란다"는 생계위험 경고가 담겨 있다.

현재 상태로 도로가 완공될 경우 회전시 차량전복, 미끄럼, 불량한 시야확보로 인한 사고유발, 단차로 인한 차량손상 등이 결국 차량운전자의 생계와 직결된다는 얘기다.

한 화물차 운전자는 "지금처럼 단차가 클 경우 매일 수십번씩 이 곳을 드나들다 보면 차량의 파손이 보이지 않게 진행되 차량의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차량파손 등의 직접적 손해는 대체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라고 지적한다. 

한편 청원에 앞서 성신양회(주)와 성신L&S(주)도 단양군과 충주국토관리사무소에  문제점 해결을 위한 민원을 공식문서로 제출했다.

또 성신 L&S(주)는 지난 1월 15일 차량기사 20여명과 차량 8대를 동원해 충주국토관리사무소를 항의 방문해 현안에 대한 문제점을 전달했다. 

이에 충주국토관리사무소는 지난 3월 11일 성신L&S관계자, 매포운송관계자, 차량기사, 성신양회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검토한 내용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날 민원인들이 줄 곳 주장하고 있는 기존도로와의 단차를 1m 이내로 줄이는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 날 간담회 참석 민원인들은 "공사 목적이 도로개선인데 실제적으로 사고가 나는 구간은 현재 공사하는 구간 전인 S자 코스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설계대로 공사가 완공된다면 사고의 우려가 더 커질 것이다. 향후 사고 발생하는 것에 대해 국토관리사무소에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충주국토관리사무소 측은 "단차를 줄이기 위해 기존 교차로를 40m 정도 옮겼고, 평균 경사도가 7.5% 정도로 규정에 따라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향후 사고위험 등의 문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존도로와의 표고차가 현실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향후 원만하게 공사를 마무리 할 수는 없을 듯 보인다. 

미봉책 등의 방법으로 공사가 준공된다면 또다시 '위험한 도로 개선'이라는 숙제를 남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