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플립폰은 접혀도 펴지지만 신뢰는 펴지지 않는다

유니크한 디자인과 성능의 삼성 갤럭시 플립형 스마트폰(플립폰)을 만족하며 사용해왔다. 얼마 전부터 카메라 렌즈가 뿌옇게 흐려지더니,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제품 불량일까 싶어 서비스센터를 찾았는데 돌아온 말은 의외였다. “물이 닿으면 안 됩니다.”

이 제품은 삼성 갤럭시가 방수 기능을 강조해온 제품이다. 광고모델이 흐르는 물에 휴대폰을 가볍게 씻고, 비 오는 날 플립폰으로 달팽이를 덮어주는 아이의 모습 등 일상 속 방수 효과가 탁월하다는 인상을 주는 광고 영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필자는 그동안 폰 외부에 먼지가 묻으면 조심스럽게 물티슈나 흐르는 물로 가볍게 닦아왔다. 충전 단자에 물기가 남아있을 땐 경고 진동과 함께 충전이 자동 차단되는 시스템도 있었고, 제조사가 광고와 함께 설명한 ‘IPX8’ 등급의 방수 기능도 믿었다. 스마트폰의 방수 등급인 ‘IPX8’은 국제표준에 따른 실험 테스트 결과로, 수심 1.5m의 깨끗한 물에서 30분간 침수 시 견딜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광고학 및 소비자 행동 이론에서는 ‘과대광고’를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도록 사실을 부풀리거나 중요한 정보를 누락하여 판단을 왜곡시킬 수 있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특히 소비자는 제품 설명서보다 광고 이미지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데, 광고가 준 인상이 실제 사용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관련 이론으로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미디어학자인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현대 소비사회에서 기호(sign)의 소비가 물질의 소비를 대체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소비자는 제품의 실제 기능보다 그 기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의미, 즉 라이프스타일이나 태도, 정체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현상을 보여준다.

광고는 단순한 기능 전달을 넘어 ‘이 제품을 쓰는 사람의 삶’을 이미지화한다. 소비자는 이러한 메시지에 영향을 받아 ‘폰을 흐르는 물에 씻는 것’이 트렌디하고 가치 있는 행동으로 여겨지게 된다.

우리나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1항에 따르면 '거짓·과장의 표시·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기업이 기술적 사실을 부풀려 표현하거나 소비자가 오해할 만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구성할 경우 위법 소지가 생긴다. 하지만 현실에서 광고는 종종 그 법의 회색지대를 파고든다. ‘IPX8’이라는 기술적 수치만을 제시해놓고, 실제 사용 가능성에 대한 제한 조건은 눈에 띄지 않게 표시하거나 빠르게 지나가는 자막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제품의 성능과 함께 소비자와의 신뢰가 특히 중요하다.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자연스럽게 형성한 기대가 실제 제품 사용에서 무너졌을 때, 사용자의 부주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또한 서비스센터에서 “그렇게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광고로 형성된 이미지를 소비자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이며, 동시에 기업의 설명 책임이 결여된 태도다.

소비자가 기대한 만큼의 기능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장면을 연출하는 광고는 결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단순한 고객응대(C/S) 차원의 문제로 볼 수 없다. 광고에서 형성된 인상과 실제 사용 경험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사례다. 제품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광고가 ‘완벽한 환상’을 팔아서는 안 된다. 과대광고는 결국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브랜드의 신뢰 기반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다.

이제 기업은 ‘기술적 진실’만이 아니라, ‘광고로 인해 형성된 소비자의 기대’까지 책임져야 할 것이다. 제품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홍보 내용이 소비자의 사용 경험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다.

플립폰은 그럴듯하게 접히지만, 신뢰는 한 번 접히면 다시 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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