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에 5월 94만명 번호이동...해킹 전 3월 대비 77% 늘어

SKT→KT 19.6만명·SKT→LG유플러스 15.8만명 타 통신사서 SKT로 넘어오는 가입자, 1만명대 경찰 "SKT 악성코드 분석 중 해외 IP…국제 공조수사"

2025-06-02     이정우 기자
통신 3사 로고가 나란히 붙어 있는 서울시내 한 휴대폰 매장. (사진=연합뉴스)

SK텔레콤에서 유심 해킹 사태가 발생한 뒤 5월 한 달간 통신 시장에서 약 94만명의 이용자가 통신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2일 발표한 2025년 5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알뜰폰(MVNO) 간 전체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93만3509명으로 사이버 침해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3월 52만5937명에 비해 약 77%가 늘어났다.

올해 들어 해킹 사고가 일어나기 전 50만명 안팎이던 통신사 간 이동이 사고가 알려진 4월22일을 기점으로 크게 늘어, 4월에 69만954명을 기록한 데 이어 5월 9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최근 5년간 60만명을 넘긴 것은 지난 4월이 처음이었다.

지난달 SK텔레콤에서 KT로 번호 이동한 가입자는 19만6685명이다. 평소 3만~4만명대 수준이었던 이동 가입자가 4월 9만5953명으로 크게 늘어난 뒤 다시 두 배 넘게 늘었다.

LG유플러스도 지난 5월 SK텔레콤 고객 15만8625명이 옮겨왔다. 지난 4월 평소의 약 2배인 8만6005명의 가입자가 SK텔레콤에서 넒어온 뒤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알뜰폰으로의 이동도 활발했다. SK텔레콤에서 알뜰폰으로 넘어간 이용자 수는 8만5180명이다. 평소 5만명대 수준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데 알뜰폰 내부에서 사업자간 번호를 이동한 숫자가 29만8327명이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SKT 망과 KT 망,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사업자들이 섞여있어 SKT 망 사용 이용자들이 많이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번호이동한 통신사별 인원 현황. MVNO는 알뜰폰 사업자임. (표=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제공)

반대로 KT나 LG유플러스, 알뜰폰에서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각각 1만1415명, 1만3078명, 1만467명에 그쳤다.

해킹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월과 3월에 KT와 LG유플러스에서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하는 가입자는 4만명대, 알뜰폰에서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하는 가입자는 2만명대 수준이었다.

5월5일부터 신규 가입이 중단된 SK텔레콤은 최신 스마트폰 모델에 대한 공시지원금과 기기변경 지원금을 올리며 가파른 번호이동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한편 SK텔레콤 해킹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서버 기록 분석 과정에서 해외 인터넷주소(IP)를 발견해 다른 국가들과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상 흔적을 역추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최소 3개국 이상과 국제 공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가정보원 등과도 공조하고 있다.

경찰은 일각에서 중국이나 북한의 배후설을 제기하지만, 최초 공격이 이뤄진 국가 등에 대한 추적을 이어가는 단계여서 단정을 짓기 이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