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흥덕 하늘채아파트 정화조시설 불법수의계약 '의혹'
공개경쟁입찰 아닌 수의계약으로 업체선정 불법 '지적' 관리사무소, 입주자회의의결 등 적법한 절차거쳐 결정 '문제없다' 청주시 민원접수 조사중인데...아랑곳 않고 공사 시행
청주 흥덕 코오롱하늘채아파트(이하, 해당 아파트) 정화조 시설 교체 공사가 법규와 절차를 무시하고 불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업체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본지 제보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유입 오수농도 증가로 인한 분리막 처리성능 추가확보를 위한 정화조 침지형 분리막교체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개경쟁입찰을 배제하고 수의계약으로 사업자를 선정했다.
해당 아파트의 수의계약 체결 근거는 장기수선계획서 총론 및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선정지침에 근거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관리사무소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업체 선정에 앞서 입주자대표회의에 안건을 상정 해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따라 합법적 절차를 거쳐 수의계약을 추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선정지침에 근거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해석 했다. 법률적 판단이 별도로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판단했다"고 했다.
수의계약 적법성 논란
[공산품구매로 둔갑]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선정지침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주체가 공사 및 용역 등 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선정지침 2조 2항).
다만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대상을 별도의 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선정지침 4조1항, 3항[별표2]에 규정하고 있는 수의계약 대상은 「보험계약을 하는 경우, 공산품구매...」등 11개 사유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이 건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정한 사유중 하나로 사업자선정지침 4조[별표2]의 2 '공산품구매' 조항을 적용했다.
하지만 사업자선정지침의 [별표2의 2]는 "공업적으로 생산된 제품(공산품)으로서 별도의 가공(단순한 조립은 제외한다)없이 소비자의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그 부분품 또는 부속품을 구입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즉, [별표2의 2]는 TV, 냉장고 등과 같이 제조공정에서 완제품으로 나온 제품으로 별도의 가공없이 소비자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를 규정한 것인 바, 과연 이 건 '정화조시설 분리막 교체 및 처리용량 증설'공사에 투입되는 설비가 '공산품'에 해당하는지가 논란이 되는 점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파트의 '정화조시설 분리막 교체 및 처리용량 증설' 공사에 소요되는 정화조 분리막 설비는 현장 맞춤으로 오차가 없도록 정밀한 가공작업과 설치를 통해 교체가 이뤄지는 복잡한 설비로 '공산품구매'로 볼 수 없다.
다시말해 아파트 '정화조시설 분리막 교체 및 처리용량 증설'은 정밀한 가공작업을 거친 설비를 기술적인 설치공법을 적용해 교체해야 하는 것으로 단순히 공산품 구매가 아닌 특수한 기술을 요하는 공사라는 것이다.
한국생활하수처리협회 관계자는 "공산품이란 개념은 구매해서 바로 교체할 수 있는 것인데 정화조 분리막 교체는 업체들 마다 모듈프레임이 다 다른 전문적인 분야로 절대 공산품의 개념이 될 수 없다"면서 "정화조 분리막 교체, 증설은 경쟁입찰이 원칙이고 수의계약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조언했다.
[긴급하지 않은 긴급공사]
해당 아파트는 장기수선계획 및 사업자선정지침[별표2]의 수의계약 대상의 10]에 따른 '긴급을 요하는 공사'를 또다른 수의계약 근거로 적용했다.
사업자선정지침 별표2의 10은 "천재지변, 안전사고 발생 등 긴급한 경우로써 경쟁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을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 정화조 분리막 시설은 2020년 3월 교체시 처리용량을 133%로 여유있게 증설하여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있는 상태이고, 사용연한 경과 싯점을 미리 대비하는 상황이므로 긴급을 요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건 공사가 장기수선계획 상의 '긴급공사'나 사업자선정지침 상의 '긴급을 요하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일관된 견해다.
한국생활하수처리협회 관계자는 "분리막이란 것이 여러개의 모듈로 붙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번에 파손되거나 고장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서서히 나빠지는 구조이므로 대부분 막을 세정하면서 사용하고 막 수명이 거의 다 됐다고 판단될 때 교체를 결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다"고 조언한다.
또, "긴급공사라고 한다면 전체의 시스템이 꺼지는 등의 비상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인데 이런 상황이 되면 즉시 해당관청에 비정상운영신고를 해야하고, 개보수 기간을 정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만약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비정상운영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긴급을 요하는 공사'라고 한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
현재 이 사안에 대해 청주시청에 민원이 접수된 상태다. 민원이 접수되 조사중인 상황임에도 태연히 설비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연찮은 계약 내용, 금액 의혹
해당 아파트의 기존 분리막설비는 2016년 1일 분리막 오수처리능력 1200톤의 정화조시설을 준공한 이래 2020년 3월 정화조시설 분리막교체 및 처리용량을 기존 1일 처리능력을 1200톤에서 1600톤으로 증설했다.
당시 증설은 유입오수농도 증가로 인한 분리막 처리성능 추가 확보를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번 분리막 교체는 1일 처리능력이 1200톤으로 오히려 기존 처리능력에 비해 75% 축소된 설비를 제안한 업체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했다.
계약금액도 기존 1일 처리능력 1600톤의 분리막 설비로 교체할 경우 316,000,000원인데 반해 이번 수의계약 한 설비는 315,000,000원으로 기존 처리능력보다 400톤이 적은 설비를 거의 같은 금액으로 계약했다.
제보에 따르면 이번 수의계약 제품 가격은 통상 국내산 유통금액 보다 적개는 123,000,000원에서 많게는 135,000,000원 더 비싸게 구입했다.
즉, 국내산 분리막 기준 유통단가 150,00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일 처리용량을 1200톤으로 계산하면 180,000,000원, 유통단가를 최대 160,000원으로 했을 때는 192,000,000원이 된다.
이 근거가 정확하다면 이 건 수의계약은 1일 처리능력이 기존 처리능력 보다 400여톤이 적은 분리막을 1억원 이상 더 주고 계약한 셈이 된다.
다시말해 같은 분리막설비의 국내 정상적인 유통금액에 비해 이 건 수의계약은 최소 40%이상 비싸게 구입했다는 계산이 된다.
이처럼 통상 국내산 제품보다 월등히 비싼 금액으로 그것도 공개경쟁입찰을 배제하고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한 것은 어느모로보나 일반적이지 않다. 불법으로 수의계약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관련업계는 "이러한 문제점이 제기되면 의혹 해소 차원에서 즉시 수의계약을 철회하고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하는 것이 순리다"고 입을 모은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의계약을 승인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