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마지막 해’ 임종룡號, 비용 절감에도 영업효율 ‘부진’

1분기 CIR 50.1%... 4대 금융 중 가장 높아 영업익 대비 판관비 급증...비용증가 요인 상존

2025-06-16     전근홍 기자
ⓒ 우리금융

우리금융지주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이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부진한 수치를 나타냈다. 다른 금융지주의 CIR은 30%대를 나타내고 있지만 우리금융은 유일하게 50%대로 뛰어 올랐다. 동양·ABL생명 인수를 마무리 하는 등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전략적 피보팅(pivoting·사업전환)을 행하고 있는 만큼 비용지출도 동시에 늘면서 경영 효율성이 지속해 악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종룡 회장이 취임이후 비용 절감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정작 실질 효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의 평균 CIR은 40.4%로 전년 동기보다 2.7%포인트 상승했다.

CIR은 판매관리비(판관비)를 영업이익(순영업수익) 대비 얼마나 지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금융지주사별로 보면 KB금융은 올해 1분기 CIR이 35.3%로, 1년 전보다 1.7%포인트 개선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올해 1분기 CIR이 37.3%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 하나금융의 CIR은 지난해 1분기 37.4%에서 올해 1분기 38.9%로 1.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1분기 CIR이 50.1%로 전년 동기보다 9.6%포인트 급등했다.

임 회장, 비용절감 총력에도 효율 악화

우리금융의 영업 효율성이 악화한 것은 판관비 증가와 연관성이 깊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실질적으로 순영업수익 증가에 한계가 있다고 가정하면, 비용 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의 순영업수익은 지난 2024년 2조549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조6100억원으로 2.4% 소폭 늘었다. 반면 판관비는 1조3062억원으로 1년 전(1조320억원)보다 26.6% 급증했다. 벌어들인 것보다 지출한 비용 자체가 많아지면서 CIR지표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임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 2023년 1분기 판관비는 1조370억원이었다. 우리금융 판관비는 2021년 1분기 9180억원, 2022년 1분기 9970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판관비는 기업활동의 전반적인 관리와 유지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접대비, 광고선전비, 용역비, 용품비 등 매출원가에 속하지 않는 모든 영업비용을 포함한다. 기업이 비용 절감에 나설 때 가장 먼저 손을 대는 부문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판관비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임대료·접대비·광고·선전비 등이 포함된 물건비는 올해 1분기 2800억원으로 전년 동기(2110억원) 보다 32.7% 늘면서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또 같은 기간 인건비는 8300억원으로 전년 동기(6370억원) 대비 30.3% 증가했다.

비은행 강화, 보험사 인수…비용 증가 지속

우리금융은 내달 1일 동양·ABL생명보험 인수를 마무리 짓는다. 지난해 8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 우리금융은 인수 후 통합작업(PMI)과 조직문화 결합 등에도 속도를 내 양 보험사가 그룹의 일원으로 빠르게 안착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합병 과정에서 인력 감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양·ABL생명 인수와 관련해 자주 비교되는 사례는 2021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이다. 당시 양사는 합병 1년 후 신한생명 170명, 오렌지라이프 80명 등 총 250명을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내보냈다.

동양·ABL생명 역시 조직 차원에서 중복 기능이 많고 지방 점포망 통합이 예상되는 만큼 최소 10~30% 수준의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부서 폐지나 기능 축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인건비가 대거 늘 수 있다. 비용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통합 후 마케팅 비용이 급증할 수도 있다. CIR이 지속해서 악화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익 기반을 단기간에 확장해 수익성을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서 (임 회장이) 줄곧 ‘비용 절감’을 강조해 왔지만, 우리금융 입장에선 한계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은행 부문 확대를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가져가고 있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올해 하반기 역시 우리은행에 의존한 이익증가와 비용절감이 우리금융의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