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거제시 재정 파탄 낼 것인가?

윤석봉 전 동의대 교수

2025-06-30     경남=강맹순 기자
윤석봉 전 동의대 교수

정부는 내수를 살리겠다며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으며 그 중 13조 2000억원을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에 투입하기로 했다.

전국민 1인당 15만~52만원씩 지급되며, 이르면 이번달 중순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표면상으로는 소비 진작과 민생 회복을 위한 정책이지만, 정작 이를 실행하는 지방정부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국제신문 보도에서 29일 정부에 따르면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국비 80%에 지방비 20% 매칭이 기본 원칙이 유력하다고 한다. 거제시 인구 약 23만2000여명이 1인당 25만원을 지급받는다고 단순 계산하면 거제시에는 58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지방비 20% 부담을 적용하면 116억원에 이른다.  

재정자립도 16.8%, 재정자주도 53.3%에 불과한 거제시가 이를 감당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거제시는 현재 ‘국가 지원 민생회복 소비쿠폰’과는 별개로, 거제시 자체적으로 1인당 20만원씩 약 470억원 규모의 ‘거제형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려는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비 지원도 없이 전액 시 예산으로 감당하겠다는 것인데, 이 무모한 시도가 현실화된다면 거제시는 재정 파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민생회복지원금은 본래 시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최소한의 복지정책이었다. 그러나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 4월 거제시장 재선거를 거치며 그 본질이 변질되기 시작했다.  

시민의 삶을 위한 복지 제도가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관계 속에서 매표 수단으로 전락했고, 지역사회는 조례 개정을 둘러싼 극단적 대립과 정치적 혼란 속에 빠졌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민들 사이에는 “또 표 얻으려는 거 아니냐”는 냉소가 퍼지고 있다. 이는 향후 모든 복지정책을 ‘정치적 도구’로 의심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거제시는 현재 재정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인구는 줄어들고 산업은 구조 전환의 과도기에 있으며, 취약계층과 복지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470억원이라는 막대한 현금성 지원을 지방채도 없이 순수 시 예산으로 지급한다는 것은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른 시급한 복지·인프라 예산이 줄줄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가 아닌 행정, 표가 아닌 책임, 일시적 인기보다 지속가능한 재정 운영 원칙이다. 복지는 시민의 생존을 위한 제도이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행정이 정치의 하위개념이 되면 결국 신뢰도, 정책도, 재정도 함께 무너진다. 

거제시는 더 이상 이런 위험한 조례를 추진해선 안 된다. 민생회복지원금 조례 개정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시의회와 행정부는 시민의 삶을 진정성 있게 지켜낼 수 있는 재정 건전화와 사회안전망 강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또 다시 ‘민생회복지원금 30만원, 50만원을 주겠다고 한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지금 이 조례가 통과된다면 우리는 ‘민생 회복’이 아니라 ‘재정 파탄’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조만간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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