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신탁 손익 회복세 전환...1년새 6.3% 증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2392억 올려 비이자이익 확대, 신탁업 집중한 결과
5대 시중은행의 신탁부문 손익이 1년 전보다 증가하며 회복복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이후 위축됐던 신탁 시장이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이자이익 비중을 낮추고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관리 사업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신탁업에 집중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탁 관련 손익은 2392억원으로 1년 전(2250억원) 보다 6.3% 증가했다.
신탁은 부동산 유가증권 등 고객 재산을 금융회사가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지급하고 운용 수수료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상속 목적의 유언신탁을 포함한 자산관리 상품 수요가 커지자 은행권에서는 이자이익에 치중된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사업 중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은행들은 통상 신탁재산 평가 금액의 1% 내외를 상품 계약 보수로 받고, 집행 및 관리 보수도 별도로 챙긴다.
홍콩H지수 ELS를 가장 많이 취급한 탓에 지난해 말까지 관련 손익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졌던 KB국민은행은 작년 1분기 501억원에서 올해 1분기 526억원으로 손익이 5.0% 증가하며 회복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신탁 손익이 증가했던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에도 480억원의 손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423억원)보다 13.3% 증가해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외에 하나은행 4.8%(496억원→520억원), NH농협은행 4.7%(347억원→364억원), 신한은행 4.1%(482억원→502억원) 등 다른 주요 은행들도 4%대 증가율을 보이며 전반적으로 신탁 손익이 개선됐다.
'비이자이익 확대'…5대 은행, 신탁사업 집중
은행들이 잇따라 신탁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는 고령사회 심화에 따른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고령화에 따라 자산관리·승계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신탁이 은행의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층으로 흐르는 자산 규모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 60세 이상 고령층의 순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4307조원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이유로 각 은행별 맞춤 상품 출시 경쟁도 치열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보험금청구권신탁을 선보였다.
우리은행도 ‘우리내리사랑 유언대용신탁’을 비롯해 골드신탁, 장애인사랑신탁, 명문가문증여신탁 등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종합재산신탁·유언대용신탁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 상담부터 계약,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통합했다. 고객 생애주기 맞춘 유연한 자산관리와 상속설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인 ‘하나 Living Trust’, 보험금청구권신탁, 치매안심신탁, 장애인신탁, 후견신탁 등 다양한 상품을 운용하며 적극적인 신탁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유언대용신탁인 'NH 사랑THE 종합유언대용신탁'도 리뉴얼해 최소 가입금액을 기존 3억원에서 금전 외 재산 합산 1억원, 금전 기준 500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H지수 사태 영향으로 ELS 상품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신탁 손익이 줄었는데,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ELS를 대체할 상품의 영업 확대가 (신탁 손익) 반등의 원인”이라며 “현재까지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고 있는 주요 은행들은 오는 9월 판매 재개를 목표로 준비 중인데, 추후 신탁 손익의 증가세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