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기차 판매 부진 현대차, 3위로...'자국우선' 힘 받은 GM에 추월

상반기 美전기차 판매 전년비 28% 감소 2022년 2위 오른 뒤 3년 만에 자리 내줘

2025-07-09     이정우 기자
기아 전기차 EV9.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이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가 크게 줄어 2021년 전동화 전략을 본격화한 뒤 2022년 2위에 올랐던 시장점유 순위가 3위로 내려앉았다.

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지난 1∼6월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7.6%를 기록했다. 42.5%의 점유율로 테슬라가 1위를 지켰고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이어온 제너럴모터스(GM)가 13.3%를 점유하며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미국에서 6만1883대의 전기차를 팔았던 현대차·기아가 올 상반기 4만455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쳐 판매량이 28.0%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작년 상반기 11.0%를 기록했던 시장점유율이 3.4%포인트 떨어지며 2위 자리를 내줬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략을 본격화한 2021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4위(4.1%)에 오른 뒤 2022년 2위(10.4%)로 도약한 이후 3년 동안 상반기 2위를 유지해 왔다. 

2021년 8262대를 시작으로 2022년 3만4517대, 2023년 3만8457대, 2024년 6만1883대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4년 하반기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져 연간 기준으로 12만3861대를 판매하며 최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 상반기 미국 내 전기차 전체 판매량은 56만198대에서 58만9066대로 5.2% 증가했다. 이에 반해 현대차는 4.6% 감소한 3만988대, 기아는 53.8% 급감한 1만3567대를 파는 역성장을 보였다.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N.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기아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부진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자 선호도 변화와 인센티브 정책 등을 꼽았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그동안 E-GMP에 기반한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 EV 시리즈를 내놓았는데 그 모델들의 참신함이 덜해진 것 아닌가 싶다"며 "GM을 비롯한 후발 업체들이 선두 업체들을 참고해 상품성을 더 좋게 설계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 풀이했다.

지난해 3분기에도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잠시 2위에 올랐던 GM은 2024년 1분기 6.5%의 점유율을 3분기 9.5%로 끌어올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GM은 올해 상반기 가성비가 좋은 쉐보레 이쿼녹스를 앞세워 블레이저, 실버라도 등의 다양한 제품군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8% 증가한 7만8167대를 판매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제조업 부흥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외국 자동차 제조사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과 이에 따른 소비자 의식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기존에는 리스, 렌터카 등 플릿(임대) 형태로 대량 판매를 해왔는데, 현지 생산 확대를 계기로 개인 간 거래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것으로 안다"며 "그 과정에서 판매 인센티브가 (하향) 조정되면서 소비자 관점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을 수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전기차 판매 위축과 달리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차(HEV)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3% 증가한 13만6180대의 하이브리드차 판매고를 올려 전기차와 합산한 친환경 차 판매량은 역대 최대인 18만735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