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美ESS 시장 겨냥 LFP 시동...엘앤에프 맞손 '탈중국' 메운다

SK온, 엘앤에프와 LFP 양극재 공급 협약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서 한국이 유일 대안

2025-07-11     이정우 기자
대구 달성군 엘앤에프 구지3공장 전경. 다양한 양극재 샘플을 시험생산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사진=엘앤에프 제공)

SK온이 엘앤에프와 손잡고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겨냥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수요 급증에 적극 대응해 북미 시장 점유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SK온은 지난 10일 엘앤에프와 북미 지역 LFP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11일 밝혔다.

양사는 향후 공급 물량과 시기 등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 공급 계약도 추진할 계획이다.

SK온은 핵심 시장인 미국의 LFP 배터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고 글로벌 이차전지 종합소재사인 엘앤에프와 손잡았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산 등으로 ESS 설치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산업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 내 ESS 누적 설치량은 2023년 19기가와트(GW) 규모에서 2030년 133GW, 2035년 250GW로 폭증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LFP 배터리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기준 LFP 배터리는 글로벌 ESS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했다. 삼원계(NCM) 배터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고, 안전성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배터리 업계에서는 미국 내에 LFP 배터리 생산설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인 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는 일찍이 북미 공장의 현지화를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요건을 충족시켰다. 북미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을 피하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SK온은 그동안 현지화한 기존의 생산라인을 전환해 LFP 배터리 생산 체제를 신속히 갖출 계획이다.

신영기 SK온 구매본부장(왼쪽)과 이병희 엘앤에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10일 서울 종로구 SK온 그린캠퍼스에서 북미 지역 LFP 배터리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SK온 제공)

국내 소재 업체 중 LFP 양극재 사업을 가장 빠르게 준비한 엘앤에프는 현재 파일럿 라인에서 제품을 출하해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고객사에선 최종 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의 배터리 산업 보조금 문제로 최근 세계 각 나라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탈중국 원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이외에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확보한 곳은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중저가 전기차(EV)와 ESS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한 LFP 양극재 공급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엘앤에프는 현재 단계적으로 최대 6만톤 규모의 LFP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며, 급증하는 수요에 따라 추가적인 증설도 검토할 방침이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미국의 세금 및 지출법안(OBBB)이 통과됨에 따라 일부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AI 데이터센터 급증 및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 증가에 따른 ESS 수요 확대 등으로 배터리 셀 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며 “이번 업무협약은 급증하는 LFP 양극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배터리 업체들이 미리 당사의 LFP 양극재 생산 라인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신영기 SK온 구매본부장은 "이번 협약은 SK온의 LFP 배터리 밸류체인 확보와 북미 시장 진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국산 LFP 배터리 생산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