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 GS 회장, 임원회의서 "기술변화 둔감하면 임원 자격 없다"

실적부진 사장단·임원 앞에서 질책성 주문 "AI 등 신기술에서 사업 기회 찾아야"

2025-07-17     이정우 기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16일 주요 계열사 사장단·임원회의에서 생성형AI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GS 제공)

정유화학·에너지·유통·건설 등 주력 사업군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GS그룹 허태수 회장이 계열사 임원들에게 “기술 변화에 둔감하다면 임원 자격이 없다. 기술이 창출하는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고 반드시 사업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도 높게 주문했다.

17일 GS그룹은 허 회장이 전날 주요 계열사 임원을 소집해 그룹의 미래사업 전략과 핵심 실행과제를 점검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GS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등 150여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각 계열사의 상반기 사업 성과를 점검했다. 더불어 중국 기업의 비약적인 성장, 에너지 산업과 인구·사회구조 변화, 기술 패러다임 전환 등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전략 방향이 논의됐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사업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업 현장에 축적된 지식과 데이터는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이라며 “이 자산을 인공지능(AI)과 결합하고, 계열사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해 새로운 비즈니스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의 진화 방향에 대해 “피지컬 AI는 우리 산업이 직면한 고민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양자컴퓨팅은 가까운 미래에 산업의 판을 바꿀 기술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대한 변화가 진행 중인 지금,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전략의 중심에 두고 실질적인 사업 전환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허 회장은 또 “우리는 독자적인 AX(AI Transformation) 플랫폼 ‘미소’(MISO)를 개발하고 AI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계열사 사례를 소개한 뒤 “임원들은 구성원들이 다양한 액션을 실행해볼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수·합병(M&A)과 벤처투자에 대해선 “미래 성장을 위한 유의미한 딜을 추진하고, 벤처 생태계와의 전략적 연계를 강화해 GS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GS그룹은 허창수 전 회장에 이어 막내동생 허태수 회장이 총수를 맡고 있지만, 지주회사인 ㈜GS에 대한 그의 지분율이 2.12%에 불과하다. 오너일가와 관계법인 59인이 ㈜GS의  지분을  0%대부터 5%대까지 분산 소유하고 있다. 허태수 회장은 LG그룹 공동창업주인 허만정  전 회장의 손자다.

독특한 그룹 문화를 갖고 있는 GS그룹은 GS칼텍스(허세홍 사장), GS리테일(허서홍 부사장), GS건설(허윤홍 사장), 삼양통상(허준홍 사장) 등 주요 계열사를 창업주의 4세 형제들이 독립 경영하고 있다.

GS칼텍스가 그룹 내 주 수익원 역할을 해 온 핵심 계열사인데 2022년 3조9795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5480억원으로 급감했다. GS리테일 역시 편의점과 홈쇼핑 사업의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GS건설도 건설경기 침체로 부진을 겪고 있다.

핵심사업의 부진 속에 지배구조 상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고 허태수 회장이 사장단과 임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질책에 가까운 주문을 한 것으로 보인다.

GS그룹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기술 투자와 계열사 협업을 이어가며, 빠르게 바뀌는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