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생태계]⑤위협 현실화·병력 감소...'한국형 방산 AI' 필수

동맹 국가도 국방 기술 이전 제한적 한화시스템·코난테크놀로지 AI 앞서

2025-07-18     이정우 기자
대형 항공기와 추격전 벌이는 드론 이미지. (그래픽=GettyImages)

[편집자 주] 컴퓨터가 디지털 세상을 열며 우리 삶을 바꿔놓은 것처럼 AI를 빼놓고는 기술 발전을 말할 수 없는 시대다. 구글·MS가 독점한 글로벌 플랫폼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우리 플랫폼을 지켜내고 있듯, 글로벌 AI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우리 언어와 문화·기술로 특화한 ‘소버린 AI’가 일정 공간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버린 AI 모델 개발과 활용 또 이를 둘러싸고 구축될 소버린 AI 생태계에 대한 정보와 논란을 향후 지속적으로 살펴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보듯 현대전은 재래식 무기로 지상에서 펼치는 전투보다 무인항공기(드론)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첨단무기로 벌이는 공방이 전황을 주도한다. 전통적인 동맹 국가 간에도 국방에 관한 기술 이전이나 공유는 극도로 제한적이어서, 방위산업에 적용하는 AI 기술이야말로 자국 기술 즉 '소버린 AI'가 필수적이다.

미국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는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국방부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사업도 수주하고 있다. AI 군사 플랫폼 '고담'을 개발한 팔란티어는 미군 내 전 부서의 데이터베이스와 통신을 하나로 지휘하는 '전 영역 통합 지휘통제'(JADC2) 사업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팔란티어는 지난 5월 F-35 스텔스 전투기를 제작한 전통의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을 2위로 밀어내고 뉴욕 증시에서 방산기업 중 주식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군사 전문가들은 현대전은 전장의 복잡성과 정보 과부하로 지휘관의 현장 정보 통제가 불가능해졌다고 분석한다. 우리 군도 지휘관을 보조할 AI 기반 지휘·통제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전장 전반을 지휘·통제할 AI 기술 수준까지 미치지 못한 우리나라는 AI를 활용한 대공방어 체계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분야에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한화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대공방어를 위한 ‘미래형 전장 상황인식 AI모델’의 연구·개발에 착수하면서 국내 대학·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이른바 '한국형 소버린 방산 AI'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서울대·카이스트(KAIST)·포항공대(POSTECH)·네이버클라우드 등 10여개의 대학, AI 선도기업, AI 중소기업들과 ‘국방 AI 기술자립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이달 들어 각각 체결했다.

우리 군이 실시간으로 위협을 분석하고 최적의 무기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데이터 실시간 수집 및 위협 분석·식별 ▲AI 지휘결심 지원 등의 AI 모델과 의사결정 체계를 국내 기술로 최적화할 계획이다. 

중요지역대드론통합체계 운용 개념도. (그래픽=한화시스템 제공)

앞서 한화시스템은 2023년 12월 공격 드론을 막으려고 국내에서 처음 전력화와 시범 운용을 한 저고도 대(對)드론 체계 사업 ‘중요지역대드론통합체계’ 사업과 ‘드론대응 다계층 복합방호체계’ 2건을 수주했다.

이에 따라 한화시스템은 탐지 레이다, 불법드론 식별 및 추적용 전자광학(EO)·적외선(IR) 열상감시장비, 표적 무력화용 재머(Jammer), 통합 콘솔(운용장치) 등으로 구성돼 표적드론 무력화가 가능한 '대드론 통합체계'를 설치·운용한다.

다계층 복합방호체계는 AI가 탑재된 레이더로 자동추적한 표적드론을 2~3km 구간에서 자율주행 킬러드론을 띄워 그물로 포획하거나 1km 이내 진입시 레이저로 요격하는 체계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마켓츠앤마켓츠는 글로벌 안티드론 시장 규모가 2024년 21억6000만달러(약 3조원)에서 2029년 70억5000만달러(약 9조81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인체계·유도무기·감시정찰 등의 방산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온 LIG넥스원은 방산 AI 기술 분야는 이제 도입 단계다.

지난 4월 디바이스 보안 전문기업 시큐리티플랫폼과 ‘국방 AI 및 무인체계 보안 기술 적용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5월에는 AI 기반 자율운항 분야의 대표적인 테크기업인 미국의 쉴드AI(Shield AI)와 유무인복합·자율작전 시스템 등 미래전장에 최적화된 핵심 설루션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거대언어모델 '코난 LLM'을 개발한 AI 소프트웨어 기업 코난테크놀로지가 방산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장에서 눈 역할을 하는 영상 인식 AI '코난 워처'(Konan Watcher), 자율비행과 협업비행이 가능한 '코난 AI 파일럿' 등을 개발한 이 회사는 전투기 기동상황 확인체계(ACMI) 등 외국산 기술을 국산화해 소버린 방산 AI 생태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방산 AI를 이끌 3가지 추진 전략으로 AI 플랫폼, AI 에이전트, 피지컬 AI를 제시한다. 전장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AI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국방 AI 플랫폼을 표준화하며, AI 에이전트가 지휘 체계의 결심 지원을 지능화해 전장에서 드론·로봇 등 피지컬 AI를 구동하며 전투를 자율화한다는 구상이다.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가 숲속을 주행하고 있다. (사진=현대로템 제공)

방산 빅3 중 하나인 현대로템은 다목적 무인차량 ‘에이치아르-셰르파'(HR-SHERPA) 등 지상 무인체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무인감시정찰실험플랫폼을 함께 연구해왔고, 현대차그룹과 협업을 통해 HR-셰르파를 진화시켰다. AI, 자율주행, 무인화, 전동화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이 차량은 6륜 구동으로 감시·정찰·전투·부상병 이송이 가능하다.

AI 영상기술을 활용한 객체인식 기술을 군용화해 적군을 식별하고 자동으로 무기를 조준하는 기능도 갖췄다. 야전 시범운용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국내 첫 군용 무인차량으로 우리 군에 납품됐다.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재래식 무기가 호실적을 내고 있는 것에 비하면, 방산 AI 기술은 추격자의 위치에 있다.

김영섬 코난테크놀로지 대표는 지난 15일 열린 '국방 AI 테크 서밋' 행사에서 "대내외적인 위협이 현실화하고 병력 자원이 감소 중인 우리나라에서 국방 분야의 AI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국방이야말로 진정한 소버린 AI 연구·개발·적용이 시급한 분야로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