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생태계]⑨게임 강자의 국대 도전...배그 vs 리니지
크래프톤, SK텔레콤과 한 팀 이뤄 참가 엔씨소프트, 자회사 NC AI 앞세워 팀 꾸려
[편집자 주] 컴퓨터가 디지털 세상을 열며 우리 삶을 바꿔놓은 것처럼 AI를 빼놓고는 기술 발전을 말할 수 없는 시대다. 구글·MS가 독점한 글로벌 플랫폼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우리 플랫폼을 지켜내고 있듯, 글로벌 AI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우리 언어와 문화·기술로 특화한 ‘소버린 AI’가 일정 공간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버린 AI 모델 개발과 활용 또 이를 둘러싸고 구축될 소버린 AI 생태계에 대한 정보와 논란을 향후 지속적으로 살펴본다.
국내 게임업체 선두주자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가 게임 인공지능(AI) 기술을 무기로 국가대표 AI 선발전에서 진검 승부를 펼치고 있다.
두 회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1차 평가를 통과한 10개 팀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크래프톤은 SK텔레콤이 주관한 컨소시엄에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SK AX 등 SK 계열사와 함께 참여했다.
엔씨소프트는 AI 개발 자회사인 NC AI가 주관사로 자체 컨소시엄을 꾸려 참가했다.
간판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지난해 영업이익 업계 1위 자리에 오른 크래프톤은 SK텔레콤과 공동으로 개발한 70억개 파라미터 규모의 오픈소스 추론 특화 언어 모델 3종 ‘오픈 싱커2’(OpenThinker2), ‘오픈 싱커3’(OpenThinker3, ‘에이스리즌 네모트론 1.1’(AceReason-Nemotron-1.1)을 지난 28일 공개했다.
수학 문제 해결과 코드 개발에 특화한 소형언어모델인 이 모델은 2025년도 미국 수학 경시대회 상위권 학생 초청시험 문제로 이뤄진 벤치마크 ‘AIME 25’에서 뚜렷한 성능 향상을 나타냈다. 기존 모델의 취약점을 분석해 이를 개선하는 오답 복기 학습 기법을 개발해 적용했다.
크래프톤은 또 지난해 말 사람처럼 사고하고 상호작용하는 ‘CPC’(Co-Playable Character)라는 AI 캐릭터를 제시했다.
엔비디아와 협업으로 이 기술을 고도화해 지난 3월 출시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에 적용했다. 주 수익원인 'PUBG: 배틀그라운드'에도 CPC를 탑재할 계획이다.
김창환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 4월 엔비디아 미국 본사를 방문해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게임 AI 외에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대한 협업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CPC 개발로 축적한 AI 기술력을 로봇 분야로 확장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크래프톤은 최근 딥러닝본부 안에 로봇 분야 관련 연구개발(R&D) 조직을 신설했다.
김 대표는 지난 2월4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도 만나 CPC 기술과 생성형AI를 활용한 자동화 기술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국내 게임 회사 중 가장 앞서 AI 관련 연구를 시작한 엔씨소프트는 2015년 AI랩 산하에 자연어 처리(NLP) 연구 조직을 신설해 한국어 문장을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 7월 생성형 AI 모델 '바르코’(VARCO)를 처음 선보였다. 지난해 5월에는 70억·130억 매개변수(파라미터) 규모의 '바르코 2.0' 대형언어모델(LLM)을 공개했고, 12월에는 한국어 처리에 특화된 비전언어모델(VLM) '바르코 비전'도 선보였다.
엔씨소프트는 바르코를 기반으로 AI 사업을 확장하려고, 지난 2월 AI 연구 조직을 NC AI란 자회사로 분사했다.
게임 분야에서 쌓은 AI 기술력을 콘텐츠·미디어·패션 분야로 넓혀, 게임·애니메이션·광고·숏폼·웹툰 등 콘텐츠 기획·제작을 돕는 AI를 활용한 자동화·효율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사업에 직접 참가한 NC AI는 포스코DX, 롯데이노베이트, NHN, MBC 등 각 분야 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컨소시엄에는 한국어 언어모델 ‘코버트’(KorBERT), ‘이글’(EAGLE) 등을 개발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국내 최초 학계 대형언어모델(LLM) 'KULLM'을 개발한 고려대 등 연구기관과 대학도 참여했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진정한 AI 주권은 단순히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수동적인 방어가 아닌, 세계 무대에서 판을 짜고 규칙을 세우는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기술·데이터·산업 전반에서 AI 주도권을 확보하고 'AI G3'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K-AI’ 도전 의지를 밝혔다.
게임 업계 강자 중 한 곳이 최종 국가대표 AI로 선발되려면, 먼저 8월 초 결과가 발표될 5개 정예팀에 뽑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