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美발주 초대형 LNG운반선 명명식...발빠른 '마스가'
산업장관 "마스가, 韓기업 기회 창출 윈-윈" 필리조선소 수주·거제 건조·美서 조립 순환도
한·미 조선협력을 본격화하는 미국 발주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명명식이 14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열렸다.
이번에 인도되는 2척의 선박은 미국 LNG 생산기업이 한화오션에 2022년 발주한 5척(12억달러·약 1조6605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중 1~2호선이다. 미국산 LNG의 전세계 수출에 사용될 이 선박들은 우리 국민의 약 하루치 LNG 사용량을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초대형 운반선(척당 20만㎥) 이다.
미국 선주가 자국산 에너지 운반에 사용할 선박을 한국이 건조한 상징적 사례로,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선박 건조 뒤 선박에 이름을 부여하며 안전 운항을 기원하는 이날 명명식에는 한·미 관세협상을 이끌었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해 마스가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밝혔다.
김 장관은 축사를 통해 “마스가는 패키지를 통해 미국 내 조선소 투자, 숙련 인력양성, 공급망 재건 등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지원함과 동시에 우리 기업의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를 창출하는 상호 윈-윈 프로젝트”라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계기관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고 미 측과도 수시로 협의하면서 구체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선주사 요청으로 선박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다.
명명식 뒤 김 장관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진행 중인 미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현장을 방문해 한화오션 임직원과 찰스 드류호 승조원을 만났다. 미 해군의 탄약 등을 실어나르는 4만1000톤급 전투지원함 찰스 드류호는 이미 정비 완료 뒤 인도한 월리쉬라호·유콘호에 이은 한화오션의 세 번째 미 군함 MRO 프로젝트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달 22일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십야드(필리조선소)를 통해 3480억 규모의 LNG 운반선을 수주했다.
미국 내에서 LNG선 수주가 이뤄진 것은 1979년 이후 46년 만이다. 1980년대 들어 미국 조선사들은 군함 생산 체제로 전환해, 화물창·배관 등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LNG 운반선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화그룹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첫 수주인 이 계약은, 한화해운이 한화필리십야드에 LNG 운반선을 발주하고 다시 한화필리십야드는 한화오션에 하청을 주는 형태로 거제사업장에서 건조의 상당 부분을 맡는다.
이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미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수출할 때 반드시 미국산 선박으로 옮기도록 하는 방안을 담은 통상법 301조 개정 움직임에 대응한 것이다. 이 방안은 2028년 4월17일부터 LNG 수출의 1%를 미국 국적 선박으로 운송하고, 1년 뒤엔 LNG 수출의 1%를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이 운송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의무 비율은 해마다 높아져 2047년엔 15%가 된다. 중국 해운사의 독점을 막고 부가가치가 높은 LNG 선박의 미국 내 건조를 유도하려는 취지다.
인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한화필리십야드는 미국산 선박으로 등록되기 위한 선박 인증 등 행정 절차를 맡고, 현지 직원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파견해 건조 기술 등을 전수 받을 예정이다. ‘미국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건조 후반부 블록 조립 작업 등은 한화필리십야드로 옮겨 진행할 수도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LNG운반선이라는 고난도 선박 분야로의 확장을 통해 한화필리십야드는 기술적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한화오션은 기술력을 미국 조선업에 접목할 수 있게 됐다”며 “한화그룹은 한국과 미국에 조선소를 가진 유일한 기업으로, 한국에서 발주를 하고 미국에서 수주, 다시 한국에 하청을 하는 순환구조를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미 관세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한몫을 단단히 한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하는 일에 한화오션이 발빠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