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용액 수입 급증, 국회 탓 아닌 정부 관리 부실"

합성니코틴 수입 급증 논란…시민공론광장 감시단 “원인은 입법 실패 아닌 정부 관리 부실” 시민단체, “유해성 미검증 화학물질 방치…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 우려” 경고

2025-08-29     김예원 기자
시중에 판매중인 전자담배 모습 

시민공론광장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은 28일 최근 제기된 “합성니코틴 규제 불발로 전자담배 용액 수입이 늘었다”는 주장에 대해 “수입 급증의 진짜 원인은 국회가 아니라 관세청 등 정부 부처의 관리 부실”이라고 반박했다. 감시단은 통관 서류 검토와 성분검증의 부재가 불법 수입을 반복시키며 “국민 건강을 방치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감시단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시중에서 ‘합성니코틴’으로 판매된 52개 제품 중 50개가 실제로는 연초에서 추출한 니코틴으로 판정됐다는 것이다. 감시단은 “관세청이 니코틴 원액에 대한 성분검증 없이 수입을 허용했고, 형사처벌과 과세조치도 뒤따르지 않아 불법이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자료와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반복흡입독성시험을 거쳐 신규화학물질로 등록된 합성니코틴 업체는 2곳뿐이고,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라는 것이다. 감시단은 “나머지 대다수는 무허가 중국산 저질 합성니코틴이거나 연초니코틴을 합성·무니코틴으로 둔갑시킨 제품, 심지어 에토미데이트 등 신종 마약류가 포함된 유해성 미검증 물질이 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입법 방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감시단은 담배사업법 개정을 통해 유해성 미검증 화학물질이 단순히 ‘담배’ 범주에 편입될 경우 “세금만 내면 합법 유통이 가능한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담배보다 더 위험한 물질이 합법화되는 순간,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법을 개정하는 것은 “불법업체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급 관련 수치도 제시했다. 감시단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불법 사재기된 니코틴 원액은 532톤으로, 국내 연간 수요량 12톤 기준 약 44년치 물량에 해당한다. 감시단은 “이 물량을 회수하지 못하면 세수 확보는커녕 불법만 더 만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보호 측면의 허점도 지적됐다. 최근 개정된 관련 법령에 따라 연간 1톤 이하 신규 화학물질은 유해성 검증 없이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청소년이 부모 명의로 고농도 니코틴 원액을 택배로 받아 무니코틴 액상과 혼합해 직접 흡입할 위험이 커졌다”고 했다. 감시단은 “청소년 보호를 내세운 정부 논리가 스스로 모순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감시단은 대안으로 “탁상공론식 입법이 아니라 강력한 단속과 성분분석으로 불법과 합법을 먼저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합성니코틴 표기 제품, 연초니코틴 사용 전자담배, 무니코틴 제품을 전수조사해 연초니코틴이 검출되면 담뱃세를 부과하고, 신종 마약류가 확인되면 즉시 판매를 중단하고 제조·유통업체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합리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담배사업법만으로는 신종 화학물질 규제에 한계가 있다며 “니코틴 등 흡입형 화학물질을 아우르는 별도 관리법 제정”을 요구했다. 경찰에는 “성분분석과 수사 결과를 토대로 전국 단위 단속을 강화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 경과와 관련해서는,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실태조사 필요성, 유해성 검증 부실, 불법 수입 단속 필요, 소매상 보호 대책, ‘담배’와 ‘합성니코틴’ 규제 동일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고 상기시켰다. 감시단은 정태호 의원의 실태조사 요청이 지연되다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된 점을 들어 “늦었지만 바람직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감시단은 “정부는 의도된 왜곡 보도에 흔들리지 말고, 위조수입과 무허가 제조 합성니코틴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실제로는 연초니코틴에 불과한 가짜 합성니코틴에 대해서는 담뱃세 탈루 세액을 철저히 환수해 공평과세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해외처럼 사전 유해성 검증 제도를 의무화하고, 불법으로 남는 이익이 1원도 없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실질적 근절이 가능하다”며 향후 기자회견과 세미나를 통해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