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태 칼럼] 슈카월드 소금빵 원가 논란, 자본주의의 기본을 묻는다

2025-09-04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우선 시작하기 전에, 자영업자분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민을 하겠습니다. 이것 때문에 자영업자분들이 피해가 갔다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죄송합니다."

구독자 361만명을 자랑하는 인기 시사 유튜버 슈카가 그의 채널 '슈카월드'의 8월 31일 라이브 방송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성수동의 한 팝업스토어에서 'ETF 베이커리'라는 빵 브랜드를 런칭했다. 경제 유튜버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3시간 넘게 기다려서 빵을 샀다는 후기가 쏟아질 지경이었다.

ETF 베이커리의 대표 상품은 1000원, 정확히는 990원에 가격이 책정된 소금빵이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주르 같은 유명 프렌차이즈에서 약 2800원에서 3200원 사이에 판매되는 소금빵을 3분의 1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게다게 슈카는 브랜드 런칭에 앞서 '왜 빵값이 이렇게 비싼가'에 대한 방송을 하기까지 했다. 빵값 논란이 벌어진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파장이 커졌다고 판단해서였을까. 슈카는 별도의 해명 방송을 내놓았다. 그의 논리를 간단히 요약해 보자. 우리와 가장 가까운 식습관을 지니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쌀이 주식인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의 빵 값은 평균적으로 두 배 이상 비싸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핵심적인 요인은 한국인이 빵을 그만큼 먹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연간 빵 소비량은 7.85kg인 반면 일본은 3배가 넘는 28.3kg이다.

이 소비량의 차이는 곧 규모의 경제의 차이를 불러온다. 한국은 일단 빵의 원재료가 거의 대부분 수입산인데, 생산업체가 직접 농사를 짓거나 원물을 수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제빵업체의 수직계열화가 잘 되어 있어서 모든 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거니와, 그런 대형 제빵업체가 여럿이 경쟁을 하고 있다. SPC삼립이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빵 시장과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고 그것이 소매가에 반영된다는 이야기다.

슈카는 경제 유튜버로 국내 최고의 명성을 지닌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도 문득 '평론'이 아니라 '실전'에 뛰어들고 싶은, 케인스가 말한 '야성적 본능'(animal spirit)이 꿈틀거렸던 것일까. 한국과 일본의 연간 빵 소비 차이에서 그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한다. 한국인의 연간 빵 소비량이 20kg 더 늘어난다면, 그 막대한 시장이 개척된다면, 일개 유튜버에서 시작해 굴지의 식품업체 창업자가 되는 것도 허황된 꿈은 아닐 거라는 이야기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분명히 밝혀두어야 할 점이 있다. 나는 슈카가 빵 장사를 하건 말건, 그것이 찬성과 반대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란 본디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원하는 영역에서 경제 활동을 할 자유를 지닌다. 그렇게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연스럽게 이윤율이 낮아지고 품질은 좋아지는데, 그 혜택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것이 된다. 그런데 누군가 뭘 한다고 했을 때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으므로, 기본적으로 슈카의 도전을 지지한다.

하지만 그렇게만 이야기하고 글을 마무리 지을 수는 없다. 슈카가 말하는 목표 의식이 과연 그 스스로의 노력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빵 시장은 일본처럼 커지기 어렵고, 설령 그런 가능성이 있다 해도 신생 업체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란 더욱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의 초기 설정. 주인공인 '덴지'는 아버지가 남기고 죽은 막대한 빚 때문에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며 산다. 말 그대로 온 몸의 장기를 이것저것 빼앗긴 상태다. 그런 덴지의 소원은 '잼 바른 식빵을 먹고 싶다'는 것. 너무도 가난해서 아무것도 안 바른 식빵만 먹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설정에서 우리 한국인은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한국인이 극도의 가난에 빠져 있다면 '소금을 쳐서 밥만 먹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야 하지 않을까(주민센터에서 정부미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면 더 현실성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식빵'이란 그런 음식이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인 주식으로 간주되는 무언가다.

일본인은 한국인은 상상하지 못하는 것들을 식빵과 곁들여 먹는다. 일본식 발효 콩 음식인 낫토가 대표적이다. 소금 간을 거의 하지 않은 청국장 같은 것인데, 그것을 식빵에 얹어서 치즈 등과 함께 구워 먹는다. 명란젓을 얹어 먹기도 하고 심지어 카레 토스트도 인기가 있다. 밥을 대체할 수 있는 어엿한 주식 대접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소금빵 그 자체만 놓고 봐도 그렇다. 2003년 일본 에히메현 야와타하마시의 '팡 메종(Panya Maison)'이라는 빵집에서 개발한 빵이다. 버터롤에 소금을 뿌리는 간단한 아이디어였지만 처음에는 그리 인기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소금을 뿌리지 않은 그냥 버터롤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하나인 에히메현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이 즐겨 찾으면서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 메뉴가 되었다. 일본에서 빵이 얼마나 친숙한 일상 식품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빵을 대하는 한국인의 식문화는 일본과 전혀 다르다. 지금까지도 대전의 성심당에 늘어서고 있는 긴 줄을 놓고 보면 알 수 있다시피, 한국인에게 빵은 여전히 '일상'이 아닌 '이벤트'에 더 가까운 음식이다. 물론 관점의 차이에 따라 빵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일반적 시각을 '한계'가 아닌 '기회'로 볼 수도 있겠지만, 엄연한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어떤 특별한, 역사적인 계기가 있지 않은 한, ETF 베이커리가 영업하고 있을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인의 인식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미 한국의 제빵업계는 극도의 효율성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시자료를 통해 SPC삼립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SPC삼립은 빵 원료의 수입부터 최종 제품 생산과 유통까지 거의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매출 3조원 가운데 당기순이익은 400억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영업이익률은 3% 가량, 순익률은 2% 정도다.

물론 공시된 자료만으로 모든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일단 공개된 숫자만 놓고 보면 수지타산을 가까스로 맞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값싼 빵을 밥 대신 먹는 문화가 전혀 자리잡고 있지 않은 나라에서, 이미 수직계열화를 성공한 준 독점 기업이 경쟁자로 자리잡고 있는데, 그 기업의 순익률은 2%에 지나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새롭게 시작한 빵집이 굴지의 재벌로 성장할 수 있을까? 물론 세상에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없다. 하지만 가능성이 썩 밝아보인다고 할 수도 없겠다. 많은 이들이 슈카의 도전에 대해, 심지어 응원하는 사람조차도, 일말의 의구심을 거두지는 못하는 이유다.

이 논란이 낳는 또 하나의 부작용이 있다. 소상공인, 특히 음식을 판매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곱지 못한 시선이 되풀이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매년 여름이면 벌어지는 그 수많은 '원가 논란'들을 떠올려 보자. 냉면, 짜장면 등 중식, 한식 백반 등 일상적이고 친숙한 메뉴가 주로 타깃이 된다. '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이렇게 비싸게 받는 거냐'는 익숙한 손가락질이 쏟아지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려운 관점이다. 이 글을 시작하며 말했듯 누군가 쉽게 돈을 벌고 있다면 비난을 할 게 아니라 본인도 그 장사에 뛰어들면 된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의 근본 원칙이다. 요식업자, 동네 빵집, 프렌차이즈 빵집 등 온갖 자영업자들이 모두 불경기로 신음하고 있다. 아무튼 그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본인 스스로가 박리다매 장사를 해보면 된다.

나는 빵을 좋아한다. 파는 식빵이 마음에 안 들어서 집에서 만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빵을 만들어서 팔아본 적은 없다. 그러니 무슨 빵을 얼마에 만들어 팔아야 수지가 맞고 장사가 될지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 어려운 자영업, 그 중에서도 제빵업에 도전장을 낸 슈카의 행보를 원칙적으로 응원하는 이유다.

하지만 경제 유튜버 슈카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과 같기 어려워졌다. 소상공인을 향해 '원가'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일이다. 대중에게 올바른 경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으로 명성을 쌓아온 유튜버 슈카가 본인의 사업을 위해 그런 잘못된 인식에 편승했다면 이는 충분히 비판받을만한 일이다. 

원가가 500원도 안 되는 소금빵을 누가 5000원에 팔고 있다면, 그래서 망하지 않고 높은 이윤을 올린다면, 그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도리어 칭찬받을 일 아닌가? 그 빵집은 고객에게 4500원에 해당하는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으며, 고객도 그것을 이해하기에 그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대체 여기서 '잘못된'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정말 싸고 흔한 빵을 원한다면 소금빵을 파는 예쁜 빵집에 갈 게 아니라 마트나 편의점을 갈 일이다. 포켓몬빵은 1800원대, 대보름빵은 1500원에,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값싸게 배를 채워주는 빵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는 이야기다. 아니면 지하철역마다 흔히 보이는 천원대에 이런저런 빵을 파는 가게를 가면 된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 유튜버가 잊을만하면 벌어지는 '원가' 논란을 잠재우기는 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ETF 베이커리에 굳이 방문할 생각이 없는 나는, 집 근처 동네 빵집에서 만들어 파는 개당 2500원짜리 소금빵을 먹으며, 이 원고를 마무리 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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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노정태는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이다. '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을 역임했다. 현재 중앙일보, 서울신문, 신동아에 칼럼을 기고한다. '프리랜서', '불량 정치' 등을 썼으며, '아웃라이어',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칩 워' 등의 번역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