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풍향계] '3자 회동' 이후가 더 중요하다

2025-09-09     황종택 칼럼니스트

정가에 모처럼 ‘웃음’이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대표와의 단독 회담이 8일 있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 대표가 동석하는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여야 간 쟁투의 ‘쇳소리’만 내는 한국정치에 모처럼 대화와 협상이라는 ‘정치’가 되살아나는 조짐이어서 다행스럽다. 

대화와 타협에 기반한 협치 절실한 상황

작금 대한민국은 어느 때보다 여·야·정 간 대화와 타협에 기반한 협치(協治)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미국 중심으로 신보호무역주의가 횡행하며 경제위기 경고음이 울리고 국민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신음하는 국난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안보 현실 또한 위중하다. 우크라이나 참상이 보여주듯 러시아·중국과 밀착한 북한의 도발이 언제 어디서 시도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방력을 강화하고 강력한 한·미동맹, 긴밀한 한·미·일 협력을 통해 공고한 연합방위태세를 갖춰야 할 때다. 

이런 측면에서 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약 세 달 만에 열린 여야 대표와의 회담은 의미가 크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국정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나라 안팎의 난제를 푸는 단초를 마련했다.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일대일 회담에 응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단독 회동한 것은 무려 취임 720일 만이었다. 초기부터 민주당에서 회동을 요청했지만,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 참패한 뒤에야 첫 회동이 성사됐다. 하지만 해당 회동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야당을 무시한 태도가 정권의 조기 종말을 초래한 주 원인 중 하나였음은 큰 교훈이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이후가 더 중요하다. 특히 여권에 주어진 책무가 크고 무겁다. 이재명정부 출범은 한국 민주주의의 놀라운 회복력을 세계 앞에 보여주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의한 뜬금없는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헌정사상 초유의 환란 시대(Time of Troubles)가 정확히 6개월 만인 6·3 조기 대선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선출하고 막을 내렸다. 한국 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했던 국민과 세계인들은 그나마 안도의 숨을 내쉬며 새 대통령을 맞았다.

‘내란 주범’들은 엄중 단죄되고 청산되는 게 마땅하다. 역사의 교훈을 삼아야 한다. 다만 이재명정부가 경계해야 할 대목은 있다. 윤석열이라는 1인 지도자의 시대역행적 친위 쿠데타 시도를 ‘야당 말살’의 구실로 삼아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역대 정권의 전임 정권 청산 성공 사례는 김영삼(YS)‧김대중(DJ) 대통령의 군부독재 청산과 제2의 건국이다. 실패 사례는 문재인정부의 적폐 청산, 윤석열정부의 야당 대표 불인정이다. YS는 신속하고 정밀하게 청산을 진행했고, DJ는 용서와 통합에 힘썼다. 문재인정부는 정권 청산 수사가 광범위했고 지루하게 지연됐다. 윤석열정부는 국정철학도 청사진도 없이 권력 놀음에 빠져 처참한 나락에 떨어졌다. 

반대파 포용한 리더십이 역사의 승자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절차적 민주주의 수준을 넘어 민주적 규범을 준수하는 게 필수 조건이다. 그동안 진영정치에 함몰되면서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핵심 요소로 하는 민주적 규범을 지키지 않아 왔음은 물론이다. 경쟁자의 존재 이유와 그 정통성을 인정하는 관용의 정치를 추구하며, 제도적 권한을 최대한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조절된 수준에서 사용하는 것이 선진 민주적 통합에 이르는 첩경이다.

그럼 어떤 리더십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 역사에서의 공통점이 있다. 위기 극복에 성공한 지도자들은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뭔가 이뤄낼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주었다. 또 있다. ‘자발성’을 부여했다. 정책을 잘 펴거나, 듣기 좋은 유토피아만을 제시해서도 아니다. 스스로 동참케 만든 게 주된 배경이다. 거리감 없는 스킨십에 바탕한 공감대, 그것이다. 또 있다. 반대파까지 포용한 게 성공한 리더십의 요체다. 포용과 통합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하는 것이다. ‘채근담’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잖은가. “혼자만 차지해선 안 되며 나누어 주어야 그로써 재앙을 멀리하고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不宜獨任 分些與人 可以遠害全身)!”

그렇다. 정치 리더십은 ‘여·야·정 협치’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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