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의 사적재화...영월 봉래산 명소화의 명,암(明,暗)
사업의 실효성 논란 가시화...실패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민생, 복지예산 대거투입...실패시 군민 부담으로 '부메랑'
[이슈속으로]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의 상징인 봉래산을 명소화 하는 사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봉래산 등산로에 1.6km에 달하는 모노레일을 설치하고 산 정상에는 55m 전망대를 설치하는 외에 별마루천문대 기능 확대, 동강마켓, 금강정일원 폭포, 야간경관조명, 보도교 설치 등의 연계사업 및 부대사업까지 국,도,군비 합계 564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영월군은 봉래산 관광벨트화 사업을 통해 지역관광 활성화를 꾀하는 한편 지역주민들에게 가시적 경제효과를 안겨 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영월군의 장미빛 청사진 이면에는 회의, 우려, 탄식도 드리워져 있다.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공공재가 사적재화로 전락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다.
장미빛 청사진이 빛을 바랠 경우 영월군의 상징과도 같은 명산이 흉물로 전락하는 것에서 나아가 막대한 혈세 낭비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영월군민들이 떠 안을 수도 있다는 실효성 논란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는 조짐이다.
영월군 봉래산 명소화 사업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 찬사와 탄식이 교집합 되는 현장을 깊숙히 들어가 본다. [편집자 주]
명산 봉래산의 수난...공공재의 사적재 화
영월역을 내리면 정면으로 우뚝 솟은 해발 800m의 봉래산이 눈에 들어온다.
예로부터 봉래채운(蓬萊彩雲)이라 하여 사방으로 뛰어난 조망을 자랑하는 영월의 주산이며 영월팔경 중 하나다. 날씨가 좋은날이면 정상에서 월악산, 백덕산, 치악산 비로봉을 볼 수 있다.
빽빽히 들어선 참나무와 소나무 사이로 난 8km의 등산로를 3시간 남짓 오르면 봉래산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 오르는 순간 고즈녁한 영월읍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히 무지개 빛갈의 구름에 쌓인 신선이 사는 신비로운 산이라 할 만 하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도 가볍게 오를 수 있어 가족, 연인, 동호인 등 일반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강원도 명산 중 하나다.
그런데 이 봉래산이 봉래산 명소화란 미명아래 수난을 맞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기존 등산로에 모노레일을 설치하기 위한 기초공사로 등산로는 이미 폐쇄된 상태다.
이 공사로 인해 산 정상에서부터 아래까지 수직으로 허연 흙바닥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마치 산의 반을 쪼개놓은 듯한 모습이 흉물스럽다.
명소화 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도 등산로는 개방되지 않는다. 멀쩡한 등산로가 철재 모노레일 아래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걸어서 봉래산 정상을 밟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앞으로 봉래산 정상을 오를 수 있는 길은 모노레일을 이용하거나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뿐이다. 자동차로 올라갈 수도 없다. 돈을 내야지만 봉래산 정상을 밟을 수 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태연히 벌어지고 있다.
봉래산 명소화라는 명분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는 공공재의 사적재화 현장이다.
(사)동서강운동본부 엄삼용씨는 "기존에는 등산과 차량으로 오를 수 있었던 봉래산 정상을 이제는 모노레일을 이용할 경우 18,000원, 셔틀버스를 이용할 경우 5,000원을 내야만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면서 "공공의 재산인 봉래산이 영월군의 사적 물건으로 변질되는 안타까운 일이다"고 토로한다.
또 엄씨는 "이는 영월을 찾는 관광객들이 소모성의 비용을 지불해야 되고,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영월을 찾는 것이 아니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비근한 예로 인근 제천의 비봉산은 민간개발업자의 케이블카 건설로 등산로는 영구적으로 폐쇄됐다. 공공재의 사유화로 인한 대표적인 폐해 사례다.
비봉산 산행을 위한 등반객을 실은 버스가 하루에도 수십대씩 등산로 주차장을 매우던 상황은 등산로 폐쇄와 함께 사라졌다. 더이상 비봉산 등반을 위해 찾는 등반객을 실은 버스행렬은 찾아볼 수 없다.
제천시는 케이블카 이용 관광객 수를 매년 발표하면서 케이블카 관광객 숫자놀음에 도취되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폐해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저 성과부풀리기에 만 연연한다.
영월군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사례다.
당시 비봉산의 등산로 폐쇄를 한탄한 한 케페의 글에서 공공재의 사적재화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를 함축적으로 말해 준다.
'산 정상은 일반적으로 개인이 소유하는 개념의 사유재가 아닌 공공재인데...
만일 누군가가 북한산을 국가로부터 사서 산 정상에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을 설치한 다음 사유재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기존 등산로를 폐쇄하고 정상은 케이블카를 타고오는사람만 갈 수 있다고 한다면...
또는 어느날 통영 미륵산이나 목포 유달산 등산로를 폐쇄하고 케이블카,모노레일 탄 손님만 정상을 갈수있게 한다면...
그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봉래산 명소화사업 실효성 논란
영월군에 따르면 봉래산 명소화 사업비는 국비 230억원, 도비 억원112억원, 군비 222억원 등 모두 564억원이다.
국비 230억원은 지방소멸대응기금 170억원+계획공모형 관광개발사업 선정비 60억원, 도비 112억원은 강원도 관광자원개발사업비(2024~2026) 82억원+계획공모형 관광개발사업선정비 30억원, 군비 222억원은 폐광지역개발사업비로 각 편성됐다.
이 근거 대로라면 국,도비가 2/3, 군비가 1/3이 투입된 전형적인 국가공모사업선정 형태의 사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다.
(사)동서강운동본부는 '영월군민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실제 국비는 0원, 도비는 약 28억원에 불과하고 95% 이상이 사실상 군비 성격으로 막대한 군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라고 지적한다.
즉, 강원도가 지원한 관광개발사업비 30억원을 제외한 폐광지역개발비,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95% 이상의 사업비는 영월군민을 위한 복지와 민생에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예산임으로 이는 순수한 국,도비 지원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러한 민생, 복지 성격의 예산을 봉래산 명소화 사업비에 전액 충당하는 것은 민생을 외면하는 것으로 향후 원활한 군정 운영을 발목잡게 되는 비뚤어진 행정이라고 일침한다.
또 동서강운동본부는 영월군의 사업 타당성 검토 또한 졸속으로 진행된 것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동서강운동본부 주장에 따르면 영월군이 실시한 2019년 모노레일 수요예측 설문조사는 영월군 소속 공무원 32%가 참여한 내부 인사 위주의 수요조사로 객관성이 부족하고 관광수요 분석도 모로레일이 만들어지면 이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짜맞추기 식 질문형식의 낙관적인 수치만 반영한 졸속 조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월군은 "2022년 모노레일설치 기본계획 용역에서 경제성 재검토 결과 타당하다는 결과가 나왔고, 2024년 전문기관에 의뢰한 '수요조사 분석'에서도 추정 년간 이용객 수가 26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며 동서강운동본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또 영월군은 동서강운동본부 측이 제기한 "봉래산 정상까지 자동차 운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단선 모노레일을 설치한 것은 수익적 타산만 고려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겨울철 강설시 접근 불가, 도로협소, 심한 굴곡 등으로 사고 위험이 있고, 정상부 협소한 주차장으로 차량수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틀에박힌 설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3년 후부터 연간 5억원의 흑자, 무슨근거
영월군은 사업개시 후 3년이 지난 2028년부터 연간 5억원의 흑자, 지역일자리 창출 50여명 등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영월군이 발표한 연간 이용객 18만명이 1인당 3~4만원을 소비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간 최소 54억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주사업 및 연개,보조사업 등 투입된 약 564억원의 투자비 원금을 회수하기까지는 한푼도 지출하지 않았을 때 꼬박 10년 이상이 걸린다.
여기에 50명의 인건비, 운영비 등의 지출을 계상하면 년간 순수입은 30억원에도 못미칠 것으로 추정되고 이 경우 사업투자비용 전액 회수 후 흑자전환 시기는 최소한 18년 이상이 걸린다는 계산이 된다.
그런데 영월군은 2024년 전문기관 수요타당성 분석결과를 제시하며 사업 준공 후 3년 후인 2028년부터 약5억원의 흑자 예상을 공표하고 있다. 대체 3년 후부터 5억원의 흑자 예상이 어떤 기준과 계산으로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영월군은 이러한 수익구조 변화 지표를 요구하는 군민들에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2022년, 2024년 실시한 경제성 검토 및 수요분석검토에서 '타당'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영월군의 수지분석과는 달리 동서강운동본부 측은 투자비 회수 시점을 26년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른 지지체의 모노레일사업 운영사례를 볼 때 전혀 엉뚱한 분석은 아닌 듯 보인다.
일례로, 경남 함양군이 2021년 4월 개장한 '함양대봉산휴양밸리'에는 각각 3.93㎞와 3.27㎞의 국내 최장 모노레일과 집라인이 설치됐다.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모노레일 중 하나다.
함양군은 휴양벨리사업에 942억원을 들였고 모노레일 설치사업에만 240억원이 투입됐다. 65분간 천혜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모노레일 이용료는 1인당 15,000원(성인기준)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모노레일 명소다.
지난해 대봉산휴양밸리를 찾은 관광객 약 22만명 중 모노레일을 이용한 관광객은 7만2000명가량으로 조사됐다.
모노레일 수지로만 분석할 때 모노레일로 벌어들인 수입은 연 10억원 정도로 모노레일 투자비 240억원을 회수하려면 적어도 24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된다.
이에 비춰볼 때 영월군 경영,수요 분석대로 18만명의 관광객이 모두 모노레일과 전망대를 이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3년 후부터 5억원의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은 합리적이지 않다. 엉터리 경제,수요분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월군은 본지가 서면 질의한 내용 중 [주사업과 연계및 보조사업 시 환경영향평가가 달리 적용해야 하는 문제], [중간승강장 설치 이유], [연간 5억원 흑자 전환에 대한 경영수지분석자료 등 근거], [1일 최대 3400명 관광객 확보 근거], [주차장 개설에 따른 진,출입 문제 해소방안], [등산로 폐쇄에 따른 공공재 상실 대책] 등에 대한 답변이 생략되어 관련부서에 대면 취재를 요청했으나 묵묵부답 상태다.
천문대 기능 침해 논란
봉래산 명소화 사업으로 인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그동안 영월군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 왔던 '별마루천문대'의 효용성 저하다.
천문대 앞에 55m의 전망대가 우뚝 솓아 있게 될 경우 천문대의 고유 기능이 침해될 것은 자명하다. 전망대 보다 한 참 아래에 위치한 천문대는 전망타워 등에서 발생하는 빛, 조명을 철저히 차단하지 않은 한 천문대 관측에 영향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월군은 "별마로천문대 관측각도를 고려해 15도 미만의 경관조명 설치 및 천문대 프로그램 시간대에 맞춰 조명소등 등 탄력적 운영을 할 계획"이라면서 "천문대 시설개선을 통해 천문대 내 볼거리를 확대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동서강운동본부는 "조명 각도를 조정하고 천문대 내부 시설을 개선하는 등의 대책을 세우는 것은 영월군도 전망시설이 천문대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전망대, 승강장, 돔 방향의 별 관측은 사실상 불가능 할 것이 뻔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면서 "전망대를 보러오는 관광객은 늘어 날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천문대를 보기위해 영월을 찾는 관광객은 다시는 영월을 찾지 않게 될 것이다"고 경고한다.
영월군이 제시한 타당성 검토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물간 모노레일사업...속출하는 실패사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마다 관광활성화란 명목으로 모노레일 사업을 앞다퉈 추진해 왔다. 이른바 모노레일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모노레일은 65개에 이른다. 이 중 13개 모노레일은 기계 결함 등을 이유로 운영이 중지된 상태다. 즉, 5개 중 1개가 멈춘 셈이다.
모노레일 설치 후 일정기간 관광객이 몰리면서 유명세를 타 지역경기 부양효과를 가져오는 곳도 물론 있다. 하지만 수익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골칫거리'로 전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 문경 단산모노레일은 2020년 개통 이후 잦은 고장, 지반 침하, 레일 균열, 배터리 문제 등 심각한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2023년 7월 24일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개통 이후 모노레일 설치 구간의 지반 침하 현상, 레일 및 고정 지지물 균열 등의 원인으로 3년간 무려 452회 이상의 고장 및 점검보수가 이루어졌다.
이는 42도에 달하는 급경사 구간에 설치된 산악형 모노레일의 안전성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산악형 모노레일 설치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문경시는 42도 경사 구간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도 줄임이나 우회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울주군 신불산모노레일도 유사한 사례다. 신불산모노레일은 산림청이 20억원을 들여 2018년 7월 11일 개통한지 하루만에 전기 장치 이상으로 멈췄다. 이후 현재까지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모노레일은 2019년 12월 개장 이후 한때 연간 11만명의 이용객이 몰리기도 했으나 개장 2년 후인 2021년 11월 28일 열차가 추락하는 사고로 1년 7개월 방치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운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면 재시공을 해야하고 이 경우 최대 100억원을 더 투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또, 부산 동구가 22억원을 들여 2016년 5월 운행을 시작한 '초량 168계단 모노레일'은 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 검사 결과 잦은 고장 등으로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서 7년 만에 철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처럼 모노레일 사고가 잇따르자 국회에서 '궤도운송법 개정안'이 발의 됐다. 개정안은 정밀 안전 검사를 5년마다 실시하고, 주요 설비 교체 시 안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모노레일 사업은 설치 목적에 맞게 안전성·편의성·사업성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고 사업의 신중한 검토를 조언한다.
또 공단은 "모노레일은 300m 이내 짧은 거리 급경사지에 설치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인건비·유지비가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성이 나오지 않으면 예산만 낭비하는 골칫거리사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영월군은 의혹을 해명하기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제기되는 문제점을 솔직히 가감없이 밝히는 태도부터 보이는 것을 사업추진 노력보다 앞에 두어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