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의 '갑질'인가 제천시의 '졸속행정'인가...제천 청풍수상공연장개장 파행 '논란'
수자원공사 하천점용허가 불허...민간투자 백지화 위기 수공 허가권 쥐고 고압적 행정...비난여론 팽배 제천시 눈치살피기 급급...시 행정력, 시장 리더쉽 부재 도마위
[이슈] 제천시 청풍호 수상공연장 재 개장 허가를 놓고 수자원공사와 제천시가 1년여 간 줄다리기를 하며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제천시가 방치된 수상비행장을 민간자본으로 보수,정비해 수상공연장으로 개장하려던 ‘청풍호 수상공연장 활성화 사업’이 수자원공사의 하천점용허가에 막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하천점용허가가 실효된 상태에서 제천시가 민간사업자와 대책없이 협약을 맺자 수자원공사가 이를 문제삼아 점용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는 수자원공사의 권위적 태도와 제천시의 졸속행정이 함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급기야 수자원공사 '갑질'과 제천시의 '무능' 논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제천시의 선후가 바뀐 ‘졸속행정’과 수자원공사의 하천점용허가권을 쥐고 휘두르는 '갑질행정'이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체 청풍수상공연장 개장에 그동안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보자.[편집자 주]
수상공연장 개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제천 수상공연장이 청풍호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건 2005년 11월. 제천시는 43억원을 들여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연상케하는 5백석 규모의 수상아트홀(길이 44m, 폭30m)을 개장 했다.
이후 제천시는 수상아트홀에서 각종 공연과 행사를 개최하는 등 시범운영을 하다가 2007년 청풍소리문화원에 위탁 관리를 맡겼다.
위탁을 받은 청풍소리문화원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와 예식장 등으로 운영했으나 겨울철에는 개점휴업 상태인데다 경기침체 등으로 활용도가 점차 떨어지자 유명무실한 시설로 전락했다.
그러던 중 2011년 당시 국토교통부가 항공관광과 레저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수상비행장 후보지로 제천이 선정되면서 수상아트홀에서 수상비행장으로 탈바꿈 했다.
하지만 40억원(국비 10억, 시비 10억, 민자 20억)을 들여 재개장한 수상비행장 마저도 운영이 순탄하지 못했다.
당초 위탁운영을 맡은 드림항공(주)은 항공운영증명을 받지 못해 4년간 허송세월을 보내다 계약이 해지됐고, 2019년 새로운 운영 업체로 선정된 ㈜NF에어도 이용객이 저조해 수탁료를 납부 못할 정도로 운영난을 겪은데다 시와 약속한 10인승 항공기를 들여오지 못해 결국 2년만에 문을 닫았다.
이렇게 수상아트홀에서 수상비행장으로 탈바꿈하는 동안 최소 60~70억원(민자 20억원 제외)의 혈세가 들어갔지만 끝내 활성화를 시키지 못한 채 방치되기에 이르렀다. 흉물로 전락한 이 수상시설은 더 이상 혈세를 투입할 수 없는 제천시의 골칫거리가 됐다.
민간투자자 등장, 제천시와 협약 등 추진 과정
시설 활용에 골머리를 앓던 제천시는 지난해 4월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새로운 수변문화공간으로 만들기로 방침을 세우고 민자 물색에 나섰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관광시설을 철거하기에는 시민 여론이 곱지 않을 것이 부담되고, 10억이 넘게 들어가는 철거 예산 확보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선8기 제천시장으로 당선된 김창규 시장의 재개장 의지가 높았다.
다행히도 민간업체를 수소문하던 중 수상비행장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나타났다. 제천시로서는 가뭄에 단비를 맞은 격이었으므로 일사천리로 절차를 진행해 나갔다.
관심을 보인 투자희망자는 전국의 30여곳에서 숙박업 프랜차이즈 사업과 식음료 업소를 운영하는 업체로 자본력, 재무건전성 등이 양호했기에 제천시로서는 더 바랄게 없는 호재였다.
투자희망자는 수상비행장을 리모델링해서 공연장과 웨딩홀 등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제천시에 밝히며 적극적인 사업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제천시와 민간사업자의 ‘청풍호 수상공연장 활성화 사업’은 처음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제천시는 2024년8월 ‘청풍호 수상공연장(정박장 포함) 활성화 사업 제안 모집공고’를 냈다가 곳바로 취소했다.
'행정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수익하게 하려면 지방공기업, 공공기관, 공익법인,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으로 제한한다'는 규정을 모른 채 공고를 냈기 때문이다.(하천법 시행규칙 제18조의2에 따른 국유재산법 제30조제2항 및 시행령 제26조3항)
이에 제천시는 2024년8월27일 다시 공고를 해야 했다. 처음 모집공고를 보고 제안서 준비를 하던 민간투자자는 재공고에 따른 신청자격을 갖추기 위해 서둘러 협동조합(성지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공모에 신청했다.
이렇게 2024년8월27일부터 9월23일까지 진행된 민간투자자 사업제안은 당초부터 제천시에 사업의지를 밝혔던 투자희망자가 설립한 성지협동조합만 단독 접수된 상태로 마감됐다.
이후 성지협동조합은 전국에서 공개모집한 7명의 관광분야 전문가 심사위원들로부터 2024년9월27일 진행한 제안서 평가에서 기준점수 140점을 넘는 적합 판정을 받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성지협동조합은 제안서에서 19억7천만원을 들여 수상비행장을 전면 리모델링한후 공연장과 웨딩홀 등으로 활용하겠다면서 2024년12월부터 노후된 내부시설 철거공사를 시작해 그해 2월부터 보수공사를 마치고 2025년 6월에 개장한다는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했다.
이를 근거로 시와 성지협동조합은 2024년10월29일 ‘청풍호 수상공연장 위수탁 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같은 해 11월19일 김창규 시장과 박영기 시의회의장, 장영철 협동조합 이사장 등 제천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적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자원공사의 하천점용허가에 막힌 '수상공연장'
이렇게 수상공연장 재 개장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제천시와 성지협동조합의 협약에 따라 시작된 수상공연장 사업은 내부철거 공사가 시작된지 1개월도 안돼서 중단됐다. 수자원공사로부터 하천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제천시는 수자원공사로부터 하천점용허가를 받지 않아 공사 진행이 어렵다면서 느닷없이 성지협동조합 측에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제천시가 수자원공사로부터 받았던 하천점용허가가 2023년11월 만료됐음에도 시가 이를 연장하지 않아 사실상 무허가 시설이 된 것이다.
이 시점부터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수상공연장 개장을 위한 공사는 전면 중지됐다. 무허가 시설을 임의로 철거해서는 안된다는 수자원공사의 강력한 제재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제천시는 서둘러 하천점용허가를 받기 위한 수순을 밟기 시작했지만 하천점용허가 연장시기를 놓친 제천시가 수자원공사와 뒤늦게 하천점용허가 협의를 하는 과정은 순탄할 수 없었다.
시급히 수상비행장을 정상화 시켜야 하는 시의 입장과는 달리 수자원공사는 사전협의요청 공문을 보낼 것을 요구하는 등 급할게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이후 제천시는 2024년9월9일 하천점용허가 신청을 위한 사전협의공문을 보냈고 수자원공사는 그해 10월17일 ‘하천원상복구와 수상공연장 변경 신청시 검토 및 협의가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이에 따라 제천시는 하천점용허가 신청을 협의한지 5개월만인 2024년12월2일에서야 비로소 하천점용허가 원상복구 확인서 및 점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제천시가 점용허가 신청서를 낸 날 수자원공사로부터 '수상비행장이 하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시설이므로 철거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공문을 받았다.
다시말해 수자원공사는 제천시에 '협의가능'이란 공문을 보내 놓고 2달 사이에 그 입장을 바꿔 '철거'라는 강수를 내린 셈이다.
제천시와 수자원공사의 협의가 이처럼 파국으로 치달은데는 제천시의 전후가 바뀐 졸속행정과 수자원공사의 권위적이고 일관성 없는 업무행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제천시와 성지협동조합이 ’청풍호 수상공연장 위수탁 협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수자원공사가 하천점용허가를 받지도 않고 마음대로 업무협약까지 맺은게 불쾌했기 때문에 비토를 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수상아트홀부터 수상비행장까지 20년동안 부실하게 운영된 사실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시말해 그동안 제천시 관광활성화를 위해 하천점용허가를 내줬는데 이제까지 제대로 된게 있느냐는 것이다.
수자원공사와 제천시의 업무 협의과정에서 양기관의 관계자간에 다툼을 벌이는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자원공사의 원칙없는 행정...논란만 키운 꼴
1년이 넘게 끌고 있는 제천시와 수자원공사의 하천점용허가 협의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수자원공사는 뒤늦게 제천시에 하천법 제33조5항을 근거로 수상공연장으로 바꾸더라도 성지협동조합에 임대 및 전대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말해 국가하천에서 민간이 수익사업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2월9일 제천시에 보낸 공문에서 민간에 위수탁 운영하려면 원주지방환경청의 임대,전대 사전승인 공문을 제출토록 요구했다.
그리고 이틀 후인 12월11일에는 제천시 관계자에게 하천점용허가를 먼저 받은후 원주지방환경청 승인을 받도록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들쑥날쑥한 행정행위가 아닐수 없다.
수자원공사가 수상공연장을 민간에게 임대,전대하려면 원주지방환경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제천시에 공식 공지해 놓고 갑자기 민간에게 임대,전대가 불가하다며 입장을 바꾼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제천시는 하천법과 시행규칙을 들어 수자원공사의 불허 사유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억지이며 '갑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성지협동조합은 노골적으로 수자원공사의 '갑질'을 성토하고 있다.
하천법 제33조5항에 따르면 ‘하천점용허가를 받은 자는 해당 허가를 받아 점용하고 있는 토지 또는 시설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거나 전대해서는 아니된다. 다만,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하천관리청의 승인을 받아 임대하거나 전대할 수 있다’.
또한 같은 법 시행규칙 제18조의2 3호에는 '건축물, 선박, 그 밖에 유사한 시설의 소유자가 해당 시설의 일부를 하천점용허가를 받은 목적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제3자에게 사용,수익하도록 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자원공사가 '민간에 임대,전대 불가'라고 공지한 사유가 다분히 자의적 해석이거나 권위적 행태라는 합리적 의심을 들게하는 대목이다.
군림하는 수자원공사, 쩔쩔매는 제천시
충주댐 저수구역의 하천점용허가를 둘러싼 제천시와 수자원공사 충주댐지사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저수구역을 활용해 관광지로 만들려는 자치단체에게 하천점용허가권을 가진 수자원공사는 그야말로 ‘수퍼갑’으로 통한다.
특히 수자원공사 충주댐지사의 하천점용허가를 맡고 있는 담당자가 유독 권위적이 라는 말이 관할 구역 자치단체 관계자들로부터 공공연히 나돈다. 허가권을 무기로 자치단체 공무원을 하대하고, 심지어 꾸짓듯 나무라기도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하천점용허가를 받아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그같은 수모를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수자원공사에 쩔쩔매는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같은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충북도에서는 하천점용허가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해 줄 것을 정부에 꾸준히 건의하고 있지만 정부나 의회는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수자원공사의 권위적 행정만 탓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제천시 또한 수자원공사와 협의 과정에서 행정의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천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민간업체와 협약을 맺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수자원공사와 협의하는 1년동안 해당 부서장 2차례, 팀장 3차례가 바뀌는 바람에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자초했다.
수상공연장 재 개장에 처음부터 큰 관심을 보였던 김창규 시장은 꼬일대로 꼬인 하천점용허가 문제 해결에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제천시 수장으로서 리더쉽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년이 넘게 끌고 있는 하천점용허가 협의에 대한 제천시, 제천시장의 입장을 보면 “허가권을 가진 수자원공사가 안해 주는데 어쩔 수 없지 않냐”는 식의 자포자기식 무능력한 행정의 단면이 드러난다.
한편 제천시가 하천점용허가 연장을 하지 않아 무허가 시설이 된데는 수자원공사 충주댐지사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하천법 시행규칙 제19조5항에는 ‘환경부장관, 유역환경청장, 지방환경청장 또는 시·도지사는 하천점용허가를 받은 자에게 그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하천점용허가를 연장하려면 하천점용허가기간 연장 신청을 하여야 한다는 사실과 그 연장 절차를 제1항에 따른 유효기간이 끝나는 날의 2개월 전까지 미리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수자원공사 충주댐지사는 이같은 규정을 무시한채 하천점용허가시 ‘연장을 하고자 할 경우에는 허가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연장신청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자원공사와 제천시의 꼬일데로 꼬인 관계가 원만히 풀리기는 힘들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성지협동조합측 관계자는 “제천시가 모든 행정적인 지원을 약속해서 투자를 결정하고, 또 일부 투자도 했는데 시간만 끌다가 안된다고 하면 앞으로 누가 시를 믿고 일을 하겠느냐”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또 그는 “공공기관인 수자원공사 역시 담당자가 재량권을 앞세워 개인 감정에 따라 허가권을 좌지우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수자원공사 측의 권위적 행정을 지적했다.
제천시는 어떠한 형태로든 빠른 시일내에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백방으로 해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성지협동조합측은 제천시가 특단의 대책없이 시간만 끄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청풍호 수상공연장 활성화 사업’을 둘러싼 잡음은 한동안 계속 될 전망이다.
※ 본지는 이 사안과는 별개로 수자원공사의 출연금, 잉여금 사용 내역 및 의혹에 대한 취재요청에 따라 수자원공사에 정보공개청구 등의 확인 절차를 진행해 왔지만, 수자원공사가 이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함은 물론, 고의로 정보공개 절차를 방해하는 등의 행태 및 제보 의혹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한 독자들의 제보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