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대규모 채용에 '청년고용' 기지개...삼성·현대차 견인

이재명 대통령 '기업 노력' 주문에 대기업 호응 지난해 4대 그룹 고용 75만명...증가율은 엇갈려

2025-09-19     이정우 기자
올해 하반기 삼성디스플레이 신입사원 채용 지원자들이 지난 2일 서울대에서 열린 하반기 채용박람회에서 업체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미국발 관세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축됐던 고용 시장이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채용계획을 밝히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년주간(9월20~26일)을 앞두고 열린 국무회의에서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문한 뒤 이틀 만인 18일 삼성과 SK, 현대차가 중장기 채용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대기업이 신입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현상을 언급한 이 대통령은 “신입을 채용하면 혜택을 주겠다”고도 말했다.

먼저 삼성은 앞으로 5년간 해마다 1만2천명씩 6만명을 새로 채용해 미래 성장사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요 부품사업,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은 바이오 산업, 핵심기술로 급부상한 인공지능(AI) 분야 등에 집중해서 채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려는 취지로 1957년 공채제도를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는 삼성은 현재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19개 계열사에서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또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채용연계형 인턴제도, 기술인재 채용을 병행하고 있다. 대학생 인턴십 규모를 크게 늘리고 이를 통해 우수 인력을 적극 채용할 방침이다. 글로벌 기술력 우위를 공고히 하려고 마이스터고 졸업생과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자 등 기술 인재 채용에도 앞장서, 2007년부터 기능경기대회 입상자 1600명을 특별 채용했다. 

청년 구직자들이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제8회 항공산업 잡 페어'에서 채용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그룹은 상반기에 4천여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 12월까지 4천여명을 더 뽑아 8천여명을 신규 채용한다.

SK하이닉스는 당장 이달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하반기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반도체 설계, 소자, R&D, 양산기술 등 AI 반도체 사업 확대에 함께할 인력을 세자릿수로 채용할 계획이다. 2027년 상반기 중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만 수천명 규모의 채용이 계획돼 있다.

SK 계열사들은 지난달 기공한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등 미래 전략사업 확대에 발맞춰 사업분야별로 청년인재를 모집할 계획이다.

SK그룹은 3, 9월 정기 공개채용과 수시 공개채용을 병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7200명을 신규 채용하고, 내년에는 1만명으로 청년 채용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동화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 가속화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일할 인력을 집중 채용한다. 신규 차종 개발, 품질·안전 관리 강화, 글로벌 사업 다각화 등을 위한 인력도 확충한다.

연간 4백여명 수준으로 운영 중인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 규모를 2026년 8백여명 규모로 대폭 확대하고, 우수 인재는 적극 채용할 방침이다.

LG그룹은 3년간 1만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중 신입사원 채용은 7천명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동반성장위원회가 함께 다음 달 21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여는 '2025 상생협력 채용박람회'에도 4대 그룹을 비롯한 우수 협력업체 300여개 사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경제계가 공동 상생 채용 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은 2010년 이후 15년 만이다"라며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계도 적극 나서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 말했다.

4대 그룹 고용 변동 현황. (그래프=한국CXO연구소 제공)

19일 기업분석 기관인 한국CXO연구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시된 4대 그룹의 직원 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그룹의 전체 고용 규모는 74만6436명으로 2020년(69만8526명)보다 4만7910명 늘었다. 고용 증가율은 6.9% 수준이다. 

삼성그룹은 2020년 26만2126명에서 지난해 28만4761명으로 2만2635명 늘어 8.6%의 고용 증가율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16만6925명에서 지난해 20만3915명으로 증가해 4대 그룹 중 가장 높은 22.2%(3만6990명)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반해 SK그룹 직원 수는 2020년 11만4842명에서 지난해 10만8301명으로 5.7%(6541명) 줄어들었다. LG도 2020년 15만4633명에서 지난해 14만9천459명으로 인력이 줄어 3.3%(5174명)의 고용 감소율을 기록했다. 

4대 그룹 안에서도 주력 업황에 따라 고용 기여도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