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사기범죄 양형기준안으로 본 경제범죄에 대한 인식 변화

법무법인 온담 대표변호사

2025-09-26     김준호 변호사
김준호 변호사

사기범죄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제범죄 중 하나다. 개인 간의 단순한 금전거래 분쟁에서부터 보이스피싱, 보험사기, 투자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피해 규모는 수천만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고,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에서 기업·기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분포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사기범죄는 단순한 재산범죄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로 인식된다.

그러나 과거에는 피해자와 합의만 이루어지면 실형을 면하거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이는 국민의 법 감정과 크게 괴리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양형위원회는 2025년 사기범죄 양형기준을 대폭 수정하여 형량 구간을 세분화하고 집행유예 기준을 엄격히 하며, 양형 요소를 구체적으로 정비했다.

2025년 개정된 사기범죄 양형기준의 가장 큰 특징은 피해액 구간에 따른 의 권고형의 상향화다. 예컨대 일반 사기의 경우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기본 1년에서 4년, 50억원에서 300억 원 사이는 5년에서 8년, 300억원을 초과하면 최대 8년에서 13년 또는 17년까지 권고된다. 이는 수천만원 규모의 피해라 하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소액이라도 가볍게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또 양형인자가 대폭 정비됐다. 가중요소에는 불특정 다수 피해자 대상, 장기간 반복,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 전문직 종사자가 직무를 악용한 경우, 범죄수익 은닉 등이 포함됐다. 반면 감경요소로는 소극적 가담, 피해자 책임의 상당성, 자수나 내부비리 고발, 실질적 피해 회복 등이 제시됐다. 특히 공탁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공탁금 수령의사, 피고인의 공탁금 회수청구권 포기의사 등을 신중하게 조사, 판단한 결과 실질적 피해회복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양형인자로 고려하기로 했는데, 이로 인해 그동안 공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감형이 되는 사례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집행유예 기준도 강화됐다. 전과가 있거나, 범행 수법이 불량하거나, 피해 회복 노력이 부족한 경우는 집행유예 부정요소로 평가된다. 반대로 전과가 없고, 진지하게 반성하며, 실질적 피해 회복에 이르렀거나 자수·내부고발을 한 경우는 집행유예 긍정요소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피해액이 5억원을 초과하거나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 경우에는 사실상 집행유예가 권고되지 않는다.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피해를 야기한 사건에 대해 실형 선고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변화다.

실무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큰 시사점을 가진다. 피고인 측에서는 단순히 합의서 제출에 그치지 않고, 범행 구조가 우발적이고 제한적이었다는 점, 재범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피해자 측에서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당사자와 사이에 합의 외에는 결국 본인의 사비를 들여 민사절차까지 진행해야하는 수고와 어려움을 가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사기범죄 양형기준의 변화는 단순히 형량을 높이는 것 이상의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은 “돈만 갚으면 가볍게 끝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고, 경제적 약탈 행위를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양형을 정함에 있어 피해액과 합의 여부를 넘어 범행 구조, 조직성, 사회적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김준호 변호사 프로필>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졸업
-대한태권도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
-변리사, 세무사
-(현) 소방산업공제조합 비상임이사
-(현) 법무법인 온담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형사법, 재개발건축 전문분야 등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