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종 칼럼] 환율 급등 원인과 한국 경제 위기 대응 방안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은 외환보유고 확충과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이 시급하다.
최근 한국 원화 환율이 달러당 1430원을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며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들어 세계 주요국 통화 중 원화의 가치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원화 약세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구조적인 외환 불안의 신호다. 외환보유액 부족, 대외 투자 불균형, 미·중 패권 경쟁, 그리고 통상 마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환율 급등의 근본 원인
원화 환율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외환보유액의 절대적 부족이다.
10월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00억 달러 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2%에 불과하다. 반면 대만은 GDP의 77%, 홍콩과 스위스는 100% 이상의 외환을 비축하고 있다. 대만은 충분한 외환보유고 덕분에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도 금융 충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두 차례 겪고도, 여전히 낮은 수준의 보유고에 머물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한국 경제의 규모와 수입 의존도를 고려할 때 적정 외환보유고 수준을 9200억 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때 방어할 수단이 사라지고, 환율 급등으로 이어진다. 이는 수입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소비 위축 등으로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준다.
미국과의 통상 불균형과 통화스와프 필요성
환율 급등의 또 다른 요인은 한·미 간 통상 협상의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더욱 강화하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미국 내 직접투자 3500억 달러(약 470조원)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국 외환보유고의 84%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현재 한국의 외환자산 중 약 90%는 미국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등 간접투자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이는 안정적이지만 유동성이 낮다.
미국이 직접투자로 요구하는 공장 설립·고용 창출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절실하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 시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며 외환시장을 안정시켰다. 이번에도 유사한 위기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외교 채널을 통해 통화스와프 재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한·일 통화스와프의 복원도 필요하다
지난 2008년에는 한·미 통화스와프 600억 달러, 한·일 통화스와프 700억 달러가 동시에 체결되어 한국 외환시장을 견고히 지탱했다. 그러나 현재 두 협정 모두 종료된 상태다. 특히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한일 관계 경색으로 중단된 이후 재개되지 않았다.
최근 일본 엔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지만, 일본은 여전히 세계 3위의 외환보유국이다. 따라서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한국 경제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외교적 갈등을 넘어서 경제안보 협력의 틀에서 한일 통화스와프를 복원해야 한다.
외환보유고 확충과 정책 대전환
한국은 이제 외환보유액을 9200억 달러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 이는 단기간에 불가능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외환건전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목표다. 외환보유액 확대는 단순히 달러를 쌓는 문제가 아니라, 외채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구조개혁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또 외환보유고의 운용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국채 중심의 간접투자에서 벗어나, 전략적 자산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일부를 금, 원자재, 해외 인프라 등 실물자산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가능성을 축소하기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와 한·일 통화스와프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두 가지 협정이 동시에 체결된다면, 한국은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어 환율 급등 위험이 크게 완화될 것이다.
결론 – 외환은 국가의 방패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을 대신 지켜줄 나라는 없다. 외환 방어력은 곧 국가의 경제주권이다. 대만, 홍콩, 스위스 등은 GDP의 80~120%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확보해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한국도 이제 외환을 ‘비상식량’이 아닌 ‘국가방위력’으로 인식해야 한다.
지금의 환율 급등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경고다. 외환보유고 9200억 달러 확충,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 투자구조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제2의 외환위기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환율은 경제의 체온계이고, 외환보유고는 면역력이다. 위기를 두려워하기보다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이 외환 방패를 강화할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