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신한 등 캄보디아 적극 진출... 조직범죄 기승에 수익성 고민까지 '이중고'
‘KB프라삭’, ‘신한캄보디아은행’ 등 순이익 올려 글로벌 확장 교두보로 각광 받았으나 성장 정체
국내 금융권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 이목을 끌었던 캄보디아가 수익 확대의 벽에 부딪쳤다. 더욱이 최근 조직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흉흉한 소식도 이어지며 향후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라오스·미얀마와 함께 캄보디아는 ‘메콩 3국’ 중 가장 유망한 신흥국으로 손꼽혔다. 지난 4년 동안 캄보디아의 경제 성장률은 10% 가량이었으며, 올해는 약 6.3% 가량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국내 은행들은 최근 10여년 동안 앞다퉈 캄보디아 진출을 서둘렀다.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KB금융의 ‘KB프라삭’, 신한금융의 ‘신한캄보디아은행’, JB금융과 OK금융의 ‘프놈펜상업은행’을 꼽을 수 있다.
KB캄보디아은행과 현지 마이크로 파이낸스인 프라삭이 합친 KB프라삭은 올 상반기 1118억원 순이익을 내며 체면을 세워줬다. KB금융의 인도네시아법인 ‘KB뱅크’가 과거 부코핀 시절부터 아픈 손가락 처지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KB뱅크는 1011억원에서 538억원으로 적자 폭이 줄었다. 이에 KB의 해외 수익은 지난 해 상반기 371억원 적자에서 올해 상반기 727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신한의 해외 사업은 훨씬 더 알짜배기다. 가령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2조2668억원에서 해외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 가량이다. KB국민은행은 3.3%,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2.1%에 불과한 것과 차이가 크다.
해외 신한은행은 중국(156억원), 인도네시아(151억원), 캄보디아(112억원), 미국(105억원) 등 올해 상반기 실적이 고르다. 여기에 신한베트남은행이 1280억원, 일본 SBJ은행이 854억원 순이익을 거두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하나은행의 경우 전쟁 여파로 러시아법인 외화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했으며,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의 금융사고 손실 반영으로 인해 해외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캄보디아우리은행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며, 이들 4대 은행 외 DGB금융, BNK캐피탈 등도 적자 상황이다.
JB금융그룹이 60%, OK금융그룹이 40%의 지분을 출자한 프놈펜상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흥국의 빠른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캄보디아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권이지만 수익 구조를 보면 현지화가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이 소규모 리테일 수익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엔 이와 같은 문제가 더욱 악화되어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의 인권 단체가 공동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해외 연구와 외신 보도가 수 차례 있었지만 아직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실정이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마이크로 파이낸스로부터 출발한 KB프라삭은행과 캄보디아우리은행의 대출 사업으로 인해 부정적 인권 영향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조치와 함께 피해자에게 실효적 구제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본래 빈곤 퇴치를 목적으로 소액 금융을 제공하는 것과 이를 수행하는 기관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캄보디아는 현지 금융 당국으로부터 인가가 수월한 점 등으로 인해 마이크로 파이낸스가 가장 성행하던 국가며, 특히 KB국민은행이 인수한 프라삭은 당시 현지 최대 규모 마이크로 파이낸스 기관으로 2022년 기준 업계 대출 46%를 점유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현지 빈곤층을 대상으로 ‘약탈적 대출’ 관행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는 실제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과도한 돈을 빌려주고 이득을 얻는 비윤리적 대출 관행을 가리킨다.
특히 금융 문해력이 낮은 농촌 빈곤층을 대상으로 토지를 담보로 가구의 현금 흐름 상 갚을 수 없는 큰 금액을 높은 이율에 빌려주고,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강압적인 추심으로 추가 대출이나 사채로 돌려막도록 종용하는 등의 후진적 행태 전반을 가리킨다.
실제 범법 사실 등은 현지 사법 당국의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KB프라삭은행의 2023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대출자의 90% 이상이 농촌 지역에 거주하며, 75%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은 여전히 마이크로 파이낸스 의존 수익구조라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2023년 이자수익은 약 9275억원에 달한다.
캄보디아우리은행의 경우도 KB프라삭의 절반 가량 숫자지만 여성 대출자가 2023년 12만1530명으로 69%, 농촌 대출자가 12만6814명으로 72%에 달하고 있다.
대부분 해외 법인들이 수명의 주재원을 제외하고 현지인을 채용했으며 현지의 규제나 관리·감독 문화가 우리나라와 상이한 점 등을 감안하면 현지 진출 국내 금융권에 책임을 물을 소지가 미약하다. ‘도의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 역시 공허한 외침일 것이다.
다만 금융기관의 ‘현지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얘기가 좀 다르다. 아무리 막강한 자본력이라고 해도 해외 금융기관이 안착하는 건 쉽지 않다는 점은 과거 우리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부분 해외 진출 우리 금융기관들이 현지 법인 고유의 브랜드명을 사용하며 이미지 개선을 꾀하는 것도 이런 이치에서다. 현지 국민들에게 신뢰 받지 못하는 금융기관이라면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