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대 오른 제천시인재육성기금...100억 보험예치 '실효성 논란' 재점화
이광희 의원 국정감사서 인재육성기금 부실운용 지적 제천시, 자산관리 업체 진단 인용 '잘 관리되고 있다' 방관 행안부, 지방공공기관금고지정기준안 마련하겠다
제천시인재육성재단의 기금운용의 실효성 여부가 재조명 되고 있다.
제천시 인재육성재단이 기본자산액 110억원 중 무려 100억원을 보험상품 등(연금, 저축, 신탁)에 가입해 운용하는데 대한 적절성 문제가 행안부 국정감사 도마위에 올랐다.
이광희 의원(더불어, 청주 서원)은 지난 달 14일 행안부 국정감사에서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기금 운영'이란 제목의 질의서를 통해 제천시인재육성기금 부실운용 실태를 직격했다.
총 110억원 규모의 기금이 공공성, 투명성 없이 마치 개인자산처럼 운용되고 있는 제천시인재육성기금의 부실운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이러한 실태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마땅한 장치가 없는 제도적 헛점도 지적했다. '출자기관 기금관리 무법지대'라고도 했다.
이 의원의 행안부 질의는 거시적으론 '지자체 출자ㆍ출연 기금운용 문제'를 제시하고 있지만 제천인재육성재단의 부실한 기금 운용에 대한 정부 차원의 문제 인식과 감사기관의 전수조사 실행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다.
따라서 향후 제천인재육성재단의 기금 운용에 대한 적절성, 적법성은 물론 인재육성재단 존립 실효성 여부를 원점에서 재 검토하는 방안 등 전방위적 진단이 예고된다.
국감에 오른 제천인재육성재단 부실운용...행안부 답변은?
이광희 의원은 행안부 서면 질의에서 "일부 지자체에서 출자출연기관 기금기본재산을 특정 보험상품 등에 편중하는 등 개인자산처럼 운용하거나 이를 중도 해지하여 손실을 발생시킨 사례가 있고, 수의계약으로 보험 등 상품을 체결하는 문제도 있다"면서 출자출연기관 기금 전반에 대한 행안부 차원의 전수조사가 필요성 여부를 물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지방출자출연법(제26조 제1항) 상 "출자ㆍ출연기관의 지도ㆍ감독 권한은 지자체장에게 있다"고 한 발 물러선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설립 지자체의 출자ㆍ출연기관의 기본재산 운용을 적극 지도ㆍ감독하도록 안내하는 외에 문제 사항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필요시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지방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클린아이) 통합공시를 통해 기본재산명세서 등을 공개하여 출자ㆍ출연기관 재산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적극적 대책 마련을 예고했다.
또 행안부는 이 의원의 "출자ㆍ출연기관 기금운용 표준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행안부가 주도해 이를 마련할 계획이 있나"는 질의에 대해 "현재 출자ㆍ출연기관 자산운용의 투명성 재고를 위해 지방공공기관금고지정참고기준안(25. 7.)을 마련했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제천인재육성재단이 1백억원을 수의계약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방계약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행안부가 이러한 대규모 자산을 수의계약하고 있는 것에 대한 법 적용 및 해석을 명확히 하고 있는지도 질의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출자ㆍ출연기관이 경쟁방법에 따라 금고를 지정하여 투명하고 효율적인 자산 운용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는 다소 소극적인 답변만 내놨다.
보험상품 가입 왜 위험한가?
이광희 의원은 "전체 자산 중 90%에 달하는 금액이 보험상품에 편중되어 있으면 일반적 예금,신탁 운용 구조와 비교할 때 고위험 배분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그 실례로 보험상품 해지 과정에서 2년 사이 약 5천만원의 해지 손실이 발생한 점 및 대부분의 보험상품이 5년 또는 10년 장기계약임에도 불구하고 6년, 4년 만에 중도해지 되 원금손실이 발생한 사실이 부인할 수 없는 근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 예금 상품에 예치했다면 손실금을 제외 하더라도 수억원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직접 손실 뿐 아니라 기회비용 손실까지 초래한 명백한 기금운용실패 사례다"고도 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제천시인재육성기금 운용은 행정안전부가 고시한 '지방자치단체 기금운용계획수립기준'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점과 아울러 지방계약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계약법 제7조(계약의 방법)에 따르면 '지방계약은 경쟁 입찰이 원칙이며 수의계약은 예외적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제천인재육성재단은 총 기본자산 110억원 중 100억원의 자산을 보험상품에 계약하면서 별도의 입찰 절차 없이 수의 계약 방식으로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특정 금융기관과 개별적 판단에 의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지방계약법 원칙인 투명성, 공정성, 경제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구조다.
또 이 의원은 "기금운용은 안정성과 유동성을 최우선으로 하며 예금, 채권, 신탁 등 분산운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보험상품에 90% 이상을 몰아 넣은 것은 사실상 안전성과 유동성을 모두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위법성도 문제삼았다.
이 의원의 이 번 국정감사 질의는 한마디로 제천시인재육성재단 기금운용은 공정성, 투명성은 물론 법적 위반소지까지 있는 그야말로 '기금관리 부실운용'의 전형적 사례로 이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개선의 필요성을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기금운용에 대한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운영비를 투입하면서까지 인재육성재단을 따로 둘 이유가 있나"는 인재육성재단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충북도내 장학기금 운용 실태에서 본 제천시 인재육성기금운용 위험성
이광희 의원이 행안부에 제출한 충북도 시,군 장학재단 기금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보험상품에 가입한 비율이 평균 47.2%인데 반해 제천시인재육성기금은 무려 90.9%나 보험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충주시의 경우 충주시 장학회는 기본 자산 1백2억원 전액을 예금(7십억원,68.6%)과 신탁(32억원, 31.4%)에 가입했고 보험상품에 가입한 금액은 0원인 것과 대비된다.
또 단양군장학재단은 기본자산 1백 3억원 중 2.9%인 3억원만 보험상품에 가입했고, 괴산군민장학재단은 기본자산 1백3십1억원 중 16.3%인 2십1억4천만원만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반면 옥천군장학회는 기본자산 1백2십1억원 중 57.9%인 7십억원, 영동군민 장학회는 1백6십억원 중 53.1%인 8십5억원, 증평군장학회는 8십억원 중 78.7%인 6십3억원, 음성군장학회는 2백2십9억6천2백만원 중 79.7%인 1백8십3억원을 각각 보험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금이 제도적 장치의 헛점으로 공공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보험상품에 비교적 높은 이율이란 하나의 이유만으로 제재 없이 가입되고 있는 실태다.
일각에선 "현행 출자,출연기관의 지도.감독 권한이 설립 지자체장에게 있음에도 이를 지도ㆍ감독하는 역할에 손을 놓고 방관하있는 것이 문제다"고 지적한다.
제천시의 대응...컨설팅 용역 결과 '잘 관리되고 있다'
앞서 제천시는 지난해 제천시 행정사무감사(제342회 제천시의회 2차 정례회)에서 이정현 의원이 지적한 인재육성재단 부실운용에 대한 보완책 일환으로 지난 6월~9월 기간 동안 컨설팅업체(더원자산관리)에 기금운용전략 컨설팅 용역을 실시했다.
당시 제천시는 이정현 의원이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 질타하자 "보험상품에 가입한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보험상품 가입을 해지해 금융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 후 제천시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된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비로소 전문기관의 진단을 받은 후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컨설팅업체(더원자산관리)에 용역을 발주했다.
제천시로부터 컨설팅 용역을 수행한 더원자산관리는 '정기예금 단일 운용 시 안정성은 확보되나 낮은 수익성으로 재단 추진 사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음' 이라고 진단하면서 '2017~2019년 가입한 연금보험의 공시 이율은 2%로 기존 가입상품을 활용한 자산 재구성 및 수익 극대화 전략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더원자산관리는 제천시 인재육성재단 기금운용을 '기준금리 하락에 대응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 최적의 운용 전략을 적용'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설시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원자산관리의 종합 검토의견을 보면 1.자산운용은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을 조합적 고려 2. 리스크 관리 강화 3. 만기를 분산단기,중장기)하여 금리 환경에 탄력적 대응 전략 마련 등이다.
이는 기금운용의 원칙은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뜻으로 제천시인재육성재단 기금을 수익성에만 편중해 보험상품에 가입한 것은 적절한 기금운용관리로 볼 수 없다는 진단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더원자산관리 컨설팅 용역 결과는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문제가 있으니 기금운용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한편 더원자산관리 컨설팅 요약문을 보면 "제천시 인재육성재단의 기본재산 약 110억 원에 대한 자산운용 현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재단 포트폴리오가 원금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하 중략"라고 했다.
제천시 행정사무감사, 국회 국정감사 도마위에까지 오른 제천시인재육성재단기금 부실운용 의혹 제기가 무색한 어처구니 없는 진단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제천시의 태도다. 제천시는 이 컨설팅 용역 결과를 근거로 논란이 일고 있는 제천시인재육성기금 운용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제천시의회 이정현 의원은 "제천시가 행정사무감사와 국정감사에서 부실운용 의혹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제천시 안하무인, 복지부동 행정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이 의원은 "제천시인재육성재단의 기금운용 행태를 보면 기금운용의 대 원칙인 안정성은 뒷전으로 하고 마치 개인자산처럼 돈을 굴려 수익을 내 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재단이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의원은 "앞으로 있을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집중적으로 감사할 예정이다"고 강도 높은 감사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