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실험미술 집중 조명전 열린다
11월23일까지 토탈미술관 ‘난지도·메타-복스 40’전 박방영·신영성·하용석·김찬동·하민수·홍승일 등 출품
1980년대 실험미술그룹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토탈미술관은 내년 개관 50 주년을 앞두고 11월 23일까지 전시 ‘난지도·메타-복스 40: 녹아내린 모든 견고함’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80 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적 흐름과, 당시 주류 미술계 밖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했던 두 예술 그룹 ‘난지도’와 ‘메타-복스’의 활동을 오늘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녹아내린 모든 견고함’이란 전시 제목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의 한 구절에서 비롯된 문장으로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견고한 질서가 해체되고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전시는 이 상징을 통해, 난지도와 메타-복스가 시도한 관습의 해체와 사유의 전복을 은유하고, 그룹 해체 이후에도 지속된 작가적 실천을 주목한다.
전시는 1980 년대 한국현대미술사의 주요한 실험적 흐름을 단순히 회고하는 기획이 아니라, 그 시대의 실천이 동시대에 어떤 의미로 이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해체 이후의 실천’이 어떠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를 질문한다. 전시는 시간의 흐름을 비선형적으로 구성하여 펼쳐진다. 90년대생 기획자와 연구자들이 참여한 아카이빙 프로젝트가 함께 선보이며, 세대 간의 시차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논의한다.
연구자 강부민은 난지도와 메타-복스의 당시 활동과 시대적 맥락에 대한 증언을 확보하며 비평적 기초 자료 수집을 목표로 구술채록을 진행했다. 김강리는 시대적 분위기를 시각화하여 1980-90년대와 2010 년 이후 서로 다른 시대의 미술계를 감각적으로 바라보는 연표를 재구성했다. 이승준은 매체 변화의 관점에서 두 그룹의 활동을 분석하고, 매체철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차원에서 동시대 미술과의 연결지점을 찾고자 했다. 이들은 직접적인 시대 경험이 없는 입장에서 과거의 실천을 현재의 언어로 번역하고 기록을 재구성하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대화의 장을 미술관에 펼친다. 이같은 구성은 80년대 재현작과, 최근작으로 구성된 전시에서도 이어진다.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 이름을 그룹명으로 삼았던 ‘난지도’는 폐자재와 일상의 오브제를 재료로 시대의 현실과 인간 존재를 드러내는 설치미술을 선보였고, ‘메타-복스’는 언어와 조형, 신화적 내러티브를 통해 모더니즘의 물성에서 벗어나 오브제의 표현성을 회복하고자 했다. 두 그룹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구조를 해체하며 예술실험을 전개했다. 1985 년 난지도와 메타-복스의 창립전으로부터 40 년이 지난 지금, 박방영 신영성 하용석(난지도), 김찬동 하민수 홍승일(메타-복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실천을 확장해왔다. 전시에서 과거의 활동이 현재의 감각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여준다.
토탈미술관은 이번 전시와 연계해 11월 8일 1980 년대 두 그룹의 활동과 작품을 학술적으로 재조명하는 심포지엄 ‘난지도와 메타-복스: 80 년대 미술 운동의 재해석’을 진행한다. 심포지엄에는 대전시립미술관과 대구미술관 등에서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한 김주원 큐레이터, 심진솔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조수진 미술사가가 등이 연구자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