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우리의 시선과 감각을 다시금 질문한다

아라리오갤러리 11월 14~16일 ACK 참여 노상호 임노식 새로운 미학적 언어 선보여

2025-10-31     미술전문=편완식 기자
임노식 '작업실'

아라리오갤러리가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쿄토국제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리는 ‘아트콜라보레이션 2025’ (Art Collaboration Kyoto 2025, ACK)에 참가한다. 도쿄를 기반으로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여 온 CON_갤러리가 호스트 갤러리로, 아라리오갤러리는 게스트 갤러리로 초청되어 공동 부스를 구성한다. 이번 ACK 공동부스에서 아라리오갤러리와 CON갤러리는 한국과 일본의 동시대 미술이 기술과 감각,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미학적 언어를 구축하는 장을 펼쳐보인다.

아라리오갤러리는 노상호(b. 1986)와 임노식(b. 1989), 두 명의 한국 작가를 소개한다. 이들은 각각 디지털 기술과 회화적 감각, 가시와 비가시의 세계를 매개로 하여 인간 인식의 확장된 풍경을 탐구한다.

노상호는 동시대 미디어 환경을 핵심적인 참조점으로 삼아, 기술이 시각적 인식과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회화로 전환해왔다. 이번에 선보이는 ‘홀리’ 연작은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이미지를 회화적 언어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AI라는 새로운 창작 주체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통해 신화적이고 성스러운 감정의 층위를 탐색한다. 그는 AI가 현실의 논리와 어긋난 장면 속에서 발생하는 경이와 불안의 감정을 신화적 ‘성스러움’에 비유하며, 기술과 인간 감각 사이의 경계를 회화적으로 사유한다. 더불어 ‘더 그레이트 챕북’ 연작에서는 매일 한 장씩 그린 드로잉을 하나의 화면 위에 다채롭게 조합하고 유채 물감으로 채색함으로써, 이미지의 생성과 축적 과정을 하나의 회화적 서사로 완성한다. 노상호의 작업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통해 동시대 회화가 지닌 인식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노상호 '홀리'

임노식의 회화는 물리적 세계의 인식 너머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작가는 유화로 그린 풍경을 다시금 투명한 오일 파스텔로 뭉개어내며, 자신과 대상 사이의 시공간적 거리를 ‘안개의 질감’으로 시각화한다. 그의 ‘작업실’ 연작은 매일의 단상과 감정을 기록하는 일상적 공간을 주제로, 시간과 공간, 마음의 층위를 담은 회화적 사유의 장을 펼친다. 임노식에게 작업실은 일상의 장소이자 감정과 기억이 중첩되는 상징적 공간으로, 그는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과 정서의 밀도를 시각화함으로써 회화가 담아낼 수 있는 감각의 깊이를 확장한다.

이번 ACK 공동부스에서 아라리오갤러리와 CON갤러리는 서로 다른 지역적·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동시대 미술의 감각과 사유가 어떻게 교차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함께 탐색한다. 두 갤러리는 각자의 작가들이 구축한 시각적 언어를 매개로, 기술과 인간, 감정과 공간,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동시대 미술의 다층적 풍경을 제시하며 ‘협업’의 의미를 예술적 대화로 확장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이번 참여를 통해 세대와 지역, 매체를 초월한 협업의 정신 아래 아시아 동시대 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탐색하고자 한다. ACK2025에서 선보일 두 작가의 실험적 회화는, 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시선과 감각을 다시금 질문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