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발사 앞둔 한화·KAI, 韓발사체 새역사 쓸까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시대 교두보 확보 ‘기대감’ 美스페이스X 독보적 지위, 발사 간격 단축 등 관건

2025-11-04     최용구 기자
지난 9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4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가 최종 시험을 위해 발사대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한국형발사체) 4차 발사가 오는 27일로 예정된 가운데, 이번 발사 성공을 통해 한국의 독자적인 우주 운송 능력을 입증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차까지와는 다르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엔진 제작과 최종 조립 등을 모두 총괄했다는 점에서 발사 성공 시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우주 시장의 최대 화두인 ‘발사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 경쟁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연구개발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4일 항공우주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중형위성 3호기와 큐브(초소형)위성 등 총 13기의 위성을 탑재한 누리호 4호기가 오는 27일 새벽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이들 13기의 위성은 고도 600km 궤도에서 지구 오로라 및 대기광 관측, 우주 자기장 및 플라즈마 측정 등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사되는 누리호는 지난 3차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모사품(더미) 위성이 아닌 실제 임무를 수행할 위성들로만 구성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탑재될 차세대 중형위성 3호기와 발사체 1단의 연료탱크 및 산화제 저장 탱크를 제작한다. 발사체 2단, 3단 부분(연료탱크·산화제 저장 탱크)은 국내 중견업체 두원중공업이 만든다. 

지난 3차 때까지는 발사체 1, 2, 3단을 총 조립하는 역할까지 KAI가 수행했지만 이번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를 맡는다. 

지난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누리호 설계 및 제작, 발사 등 관련 기술과 권한을 240억원에 이전 받았다. 

누리호 엔진 제작부터 총 조립과 발사 운용을 주관하는 기관이 4차 발사부터 민간 주도로 바뀌는 것이다.

향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가 수행 중인 차세대 중형위성,  발사체 연료탱크 및 산화제 저장 탱크 등 제작 권한을 놓고도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순천에 구축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발사체 단조립장은 이르면 연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 발사체를 최종 조립해 고흥의 발사대로 옮기는 것이 한화 측의 계획이다.

나로호 위성이 진입할 우주 저궤도 영역(400~1200㎞)에는 미국 스타링크 위성을 비롯해 중국 궈왕(國網) 위성 등이 많이 배치돼 있다. 후발주자인 한국으로서는 공간이 잠식될 것에 대비해 조금이라도 많은 위성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연구진은 지상 발사의 지리적 한계를 줄이고 발사 비용 절감 등 효과를 내기 위해 항공기를 활용한 공중 발사체 개발 방안을 연구 중이다. 발사체 엔진을 재사용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미국 민간 항공우주업체 스페이스X(SpaceX)가 보유한 ‘발사체 재사용’ 기술을 흉내내는 것이 요원하다는 점에서 대체 기술 마련의 성격도 크다. 

기술 혁신을 통해 위성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스페이스X는 수십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회당 발사 서비스 가격을 꾸준히 인상 중이다. 

실제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너베럴 우주군 기지에서 우리 군 정찰위성 ‘425 위성’을 스페이스X 팰컨-9 발사체에 실어 발사하는 과정에서도 한국 측에 전보다 인상된 가격표를 매긴 것으로 전해진다. 

스페이스X가 공급자 우위의 행태를 보여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탓에 거래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국내 항공우주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후 위성들이 전부 궤도에 안착하는 게 우선일 것”이라면서도 “다음 위성 발사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기술 축적과 노하우 확보의 기회를 더 자주 만들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할 수요 기반이 부족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