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생태계]⑱엔비디아 GPU, 기초 AI서 피지컬 AI로 도약 밑거름
K-AI 5개 정예팀 중 2개 팀만 직접 공급 받아 로봇·제조 AI·디지털 트윈 등 피지컬로 진화
엔비디아가 우리 정부와 4개 기업에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국가대표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경쟁 뿐 아니라 로봇과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이른바 ‘소버린 AI’ 여건이 강화될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에 최신 GPU 'GB200 그레이스 블랙웰' 등을 우선 공급하기로 하고 그 내용을 밝혔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하고 있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본선에 오른 5개 정예팀 중 엔비디아로부터 GPU를 우선 공급받기로 한 팀은 네이버클라우드(6만장), SK텔레콤(SK그룹에 5만장) 두 팀이다.
LG그룹은 엔비디아와 로보틱스와 의료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맺기로 했고, GPU 공급 대상엔 제외됐다. 이에 따라 LG그룹 일원이 주관사를 맡고 있는 LG AI연구원팀과 NC AI팀, 업스테이지팀은 5만장을 우선 공급받기로 한 정부로부터 GPU를 지원받게 된다.
가장 많은 GPU를 공급받게 된 네이버클라우드도 “엔비디아와 MOU를 맺고 현실 공간과 디지털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차세대 ‘피지컬 AI’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반도체·조선·에너지 등 국가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해 산업 현장의 AI 활용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네이버클라우드의 디지털 트윈·로보틱스 등 차세대 기술 역량과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아이작 심(Isaac Sim)’ 등 3D 시뮬레이션·로보틱스 플랫폼을 결합해 현실 산업 환경을 가상 공간에서 정밀하게 재현하고, AI가 분석·판단·제어를 지원할 수 있는 구조로 피지컬 AI 플랫폼을 구현해 나갈 예정이다.
이에 더해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번 협력이 네이버클라우드가 제시한 ‘소버린 AI 2.0’ 비전 구현의 첫 단계”라며 “기존 소버린 AI가 자국의 언어와 문화 중심의 AI 모델과 생태계를 구축해 기술 주권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소버린 AI 2.0은 이를 국가 핵심 산업과 일상 전반으로 확장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GPU 5만장을 공급받는 SK그룹은 제조업 생태계의 AI 혁신을 위해 엔비디아의 GPU와 제조 AI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한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 역시 피지컬 AI다.
옴니버스는 엔비디아의 가상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으로, 제조업 생산공정을 온라인 3차원(3D) 가상공간에 똑같이 구축해 시뮬레이션하도록 지원한다.
제조 AI 클라우드는 SK하이닉스가 도입하는 엔비디아 최신 GPU를 기반으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와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SK텔레콤이 구축과 운영·서비스를 맡게 된다.
SK텔레콤은 이를 활용해 국내 제조사들에 소버린 AI 인프라를 제공할 계획이다.
결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불러온 GPU 대량 우선 공급 낭보는 우리나라의 소버린 AI 역량을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피지컬 AI 수준으로 한 차원 도약시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
황 CEO는 APEC CEO 서밋에서 "AI 기술은 이제 소프트웨어 수준을 넘어 물리적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 모먼트'를 맞이하고 있다“며 "공장 전체가 로봇으로 구동되고 로봇이 인간과 함께 구동하는 것, 로봇이 로봇을 조작하고 물건을 생산하는 게 AI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황 CEO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천년 도시 경주에 많은 문화재가 있듯이 5백~1천년 뒤 각 나라의 데이터 자료가 굉장히 중요한 문화유산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 데이터 클라우드를 올려야 하고 소버린AI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자체적 AI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엔비디아와 협력해 태국, 중동 등 새로 만드는 AI 무대에 협력해 가고자 한다"며 "앞으로 이런 협력을 강화해서 모든 나라가 소버린AI를 가질 수 있는, 그런 다양성을 지키는 시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 CEO도 세계를 돌며 ”각 국가들이 자국의 역사와 문화, 가치를 AI에 담아야 한다“며 소버린 AI 역량을 키울 것을 설파하고 있다.
물론 소버린 AI에 대한 각 나라의 투자가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글로벌 기업에 막대한 매출을 안기겠지만, 이들이 강조하는 바는 ‘장사속’을 넘어 건너뛸 수 없는 국가 발전의 흐름을 지적하는 것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