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80조’ K-방산, 軍 전술 핵심 드론에선 "포기 상태"

군용드론 체계 최신화 흐름 속 글로벌 경쟁 뒤처져 저비용·고효율 전술 대안, 산업 생태계 지속 ‘빨간불’

2025-11-14     최용구 기자
지난 7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요 방위산업체들이 동남아와 유럽 등을 중심으로 지난 2~3년간 굵직한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는 가운데 수출 품목 다변화가 업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K9자주포, K2전차, 천무(다연장로켓), FA-50(다목적 경전투기) 등에 편중된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군사 전술 창출의 핵심이 된 ‘드론’에 대한 침체된 산업 구조는 K-방산이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가는 데 치명적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1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등 국내 주요 4개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79조원 규모로 지난 2020년(약 5조원) 보다 15배 넘게 증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따른 특수를 누린 결과로, 기존 수주 계약건을 바탕으로 한동안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들 전쟁에서 핵심 전력으로 떠오른 드론은 국가 안보 및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글로벌업체들은 소형부터 대형까지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가성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전술이 창의적으로 진화하면서 '1인칭 시점'(FPV) 드론은 자폭, 공격, 전파 교란 등으로 쓰임이 다양화하고 있다. 조종사가 고글을 통해 드론의 시야를 직접 보며 작전 수행이 가능한 이 방식으로 각국은 저비용·고효율의 군사적 대응 기반을 마련 중이다.

수십에서 수백만원 수준의 FPV드론으로 수십억원의 탱크를 파괴하는 등 사례가 실전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게임 체인저’로써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FPV 드론 시장 규모는 오는 2033년 45억달러(약 6조6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시장은 중국 DJI, 미국 드래곤플라이, 이스라엘 익스텐드, 미국 에어로바이런먼트 등이 많은 트랙레코드(제품이 실제 사용된 실적)를 바탕으로 장악하고 있다. 

국내 LIG넥스원은 FPV 드론과 유사한 형태의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MPD)를 만들어 한국군에 납품하기도 했지만 실적과 기술 면에서 글로벌업체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드론이 포함된 ‘유무인 복합’식으로 전쟁의 양상이 바뀌면서 군의 전력 증강과 임무 효율성을 위한 군용드론 체계의 최신화가 중요해진 흐름이다. 한국군 역시 LIG넥스원을 포함해 한화시스템, KAI 등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드론 시제품이 개발되고 업체들은 이를 토대로 국내외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부품 등 공급망 취약에 따른 품질 유지 및 가격 경쟁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대량 생산망 구축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태다.

군이 원하는 무기 체계 내용이 명시된 작전운용성능(ROC)에 주목하며 내수 시장이라도 잡으려는 정체 국면에 빠져있다. 그러는 사이 국내 업체보다 시작이 빨랐던 해외 상위업체들은 실적을 갱신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KAI는 생산 기반이 한정된 상황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FPV 드론보다 크면서 기능이 고도화된 중대형급 드론 시장을 노리고 있다. 앞서 국내 최초 군단급 무인기 ‘송골매’의 생산을 맡아 한국 육군에 납품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기 군단급 무인기 블록-II를 개발·양산 중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는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 튀르키예 바이카르 등 강자들이 이미 버티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군사용 드론은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포기 상태라는 말도 나온다”라며 “현대전에서 드론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K-방산의 미래뿐 아니라 국가 안보도 위협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드론업체 한 관계자는 “도전적인 시도가 어려운 중소 규모의 드론 제작사들은 떨어져 나가는 형국”이라며 “군용 드론 시장의 지속성을 생각하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