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내년 밸류업 실효성 입증하나…“일본도 오래 걸렸다”

내년 은행업 당기순익 24조5천억 예상

2025-11-17     임주연 기자
(그래픽=교보증권)

내년에 금융권 밸류업 정책의 실효성이 실제 시장에서 확인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밸류업에 속도가 붙지 않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제도화 과정에서 시장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교보증권이 제시한 2026년 경제 전망에 따르면 내년 경제 상황을 ‘불안정한 회복(Precarious Recovery)’으로 규정된다. 성장률은 올해 전망치인 0.9% 내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최근 수정 전망치를 소폭 상향(+0.1%p)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은 하향 추세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경제 체질 자체가 성장주 중심이 아닌 가치주·자본효율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교보증권은 밸류업 정책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필요성이 커졌고, 둘째 경제 구조상 성장률 둔화 국면에서는 가치주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셋째 일본도 오랜 기간 논란을 겪었지만 제도 이행이 자리 잡은 뒤 외국인 매수와 시장 리레이팅(가치 재평가)이 뒤따랐다는 점, 넷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자본효율·지배구조 개선이 필수라는 점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센터장은 “밸류업은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구조개편 과정이며 일본 역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은행업 전망도 긍정적으로 제시됐다. 

9개 금융지주 및 은행은 2026년 연 4.3~5.0%내 플러스(+)의 원화대출금 성장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국내외 경기 둔화 및 부동산 대책 등으로 인해 은행의 대출시장 상황은 녹록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이 자금조달 다변화 전략과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기업의 금리 부담이 낮아지면서 대출 수요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관련 생산적 부문으로 은행 기업대출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에 따른 관련 대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2026년 은행업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24조5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가 제시됐다. 

원화대출금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 비이자이익 확대, 대손비용 안정, 순이자마진(NIM) 하락폭 축소 등이 이익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산건전성 지표도 양호하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연체가 소폭 증가했지만 장기 평균인 0.84%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국내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단기 변동이 있더라도 장기 평균 대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대출 사이클도 완만한 회복이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 전입요건 완화로 1주택자 요건이 2년에서 6개월로 크게 줄었고 투기·투기과열지구 LTV는 0%에서 70%로 상향됐다. 기업대출은 2025년 2분기 기업여신이 722조9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으며, 은행권 기업대출 연체율은 0.6%, 비은행권은 7.11%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대출 둔화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정책금융 확대가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지영 센터장은 “지금 시장이 보는 포인트는 속도가 아니라 정책의 지속성”이라며 “방향성이 유지되는 한 은행주의 리레이팅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