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자존심 SC제일은행, 글로벌 네트워크로 시너지

3Q 누적 당기순익 3040억·13.6%↑

2025-11-18     박종훈 기자
(자료 = SC제일은행 제공)

국내서 유일하게 소매금융을 운영하는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이 안정적인 실적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04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2677억원에 비해 13.6% 신장된 모습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순이자마진(NIM) 하락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 판관비 증가, 충당금전입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익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비이자이익 증가가 이를 상쇄한 것이다.

이자이익은 고객여신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장 금리 하락에 따른 NIM 0.20%p 하락으로 9089억을 기록했다. 지난해 9355억원에 비해 266억원(2.8%) 감소한 것이다.

판매비와 관리비는 선별적 비용 집행과 철저한 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에 따른 인건비 및 운영비용 증가로 782억원(12.3%) 늘어 7134억원을 기록했다. 충당금전입액도 870억원에서 43억원(4.9%) 늘어나 91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주로 외환·파생상품 관련 이익 증가로 271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비해 312억원(13.0%) 늘었다.

9월말 기준 자산 규모는 94조7158억원인데, 지난해 12월말과 비교하면 10.3% 증가한 수준이다. 종자산순이익률(ROA)은 0.44%, 자기자본순이익률(ROW)은 7.32%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4%다.

역시 9월말 기준 BIS 총자본비율(CAR)과 BIS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각각 20.29%, 17.27%로 전년 12월말 대비 0.56%p, 1.20%p 개선됐으며, 지속적으로 감독당국의 요건을 상회하면서 충분한 손실 흡수력 및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사업 철수에 따라 SC제일은행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이를 운영하고 있는 외국계 시중은행이다.

전신인 제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중추적인 입지를 보였으며, 글로벌 금융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가 인수한 이후엔 홍역을 앓듯 노사갈등을 빚기도 했다. 2011년 당시 65일 동안 이어진 파업은 아직까지 은행권 최장기 파업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치열한 은행권 경쟁 속에서도 국내 시장에 남아 있는 것은 SC제일은행이다. 특히 글로벌 하우스뷰를 기반으로 전문적인 포트폴리오 중심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게 강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계한 최고 수준의 투자 전문가 그룹, 엄격한 상품 선정, 리스크관리 프로세스를 확립했기에 가능한 점이다.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모바일뱅킹, 다양한 디지털 채널 등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여러 전략적 제휴로 고객 접점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기업금융 역시 전 세계 50여개 시장에 걸쳐 있는 스탠다트차타드그룹의 국제적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이 강점이다. 해외 투자 및 교역을 모색하는 기업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배경이다.

특히 SC그룹은 매년 초 글로벌 거시경제 전문가들이 국내 주요 기업과 금융사 고객을 대상으로, 세계 주요 지역의 경제전망 및 시장동향을 소개하는 ‘글로벌 리서치 브리핑(GRB)’을 열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2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저축은행으로 출범한 이후 1958년에 지금의 제일은행으로 상호를 바꾼다.

1990년대까지 제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단연 독보적 입지를 보였다. 행원 수만 해도 1만여명에 육박했으며, 삼성·현대 같은 대기업보다 법인세를 더 많이 내는 은행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1992년에는 국내 은행 최초로 여행원 제도를 폐지하면서 진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IMF 외환위기의 격랑에 휘말린 제일은행은 뉴브릿지캐피탈을 거쳐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지분을 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