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원유플랜트 불확실성... 한화오션 수주 변수 커져

유가 하락 등 수익성 우려에 입찰 취소·지연 2021년 이어 수주 도전, 내년 하반기 판가름

2025-11-20     최용구 기자
브라질 연안에 설치된 FPSO(P-75). (사진=PETROBRAS 제공)

브라질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프로젝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며 한화오션의 수주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입찰 진행이 무산되거나 사업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설계 착수가 연기되면서 최소 내년 중순 이후까지 FPSO 수주가 어렵게 됐다. 

중국과 경쟁이 치열해진 선박 건조 시장의 변수를 줄일 대안으로 FPSO 등 해양플랜드가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한화오션으로서는 수주를 포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가격 및 설계 조건 등을 놓고 발주처와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캄포스 분지 알바코라 유전 재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될 FPSO(P-88)에 대한 플랫폼 건설 제안서 접수 마감일을 내년 5월25일로 연기했다. 당초 제시한 마감일(12월15일)에서 약 5개월을 미뤘다. 

이는 FPSO 사업의 구체화에 앞서 FEED(Front-End Engineering Design) 설계에 참여할 업체 선정을 연기한 것이다. 

FEED는 FPSO의 건조를 위한 EPC(설계·조달·건조) 입찰을 진행하기 전 FPSO가 설치될 해역의 오일 및 가스 종류와 매장량 등 환경 조건을 비롯해 사업의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FEED 결과를 토대로 EPC 입찰이 이뤄지고 이후 한화오션 등 조선업체가 수주 경쟁을 거쳐 FPSO 건조 사업을 맡아 진행한다. 

한화오션이 FEED부터 참여할 수도 있지만 관련 해외업체들의 설계 역량 등 전문성이 우수한 점을 감안할 때 단독으로 FEED를 수행하기는 역부족이다.

발주처인 페트로브라스 측은 이번 연기 결정에 관해 유가 변동성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고 밝혔다. 

원유 가격은 하락세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5월 배럴당 55달러선까지 떨어지며 4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후 단기적인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하락 기조다. 

오펙플러스(OPEC+)도 증산을 지속하며 가격 통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자 결국 내년 1분기 추가 증산은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내년까지 유가 하락 국면을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말 페트로브라스 이사회는 오는 2029년까지 10기의 FPSO를 추가 운영하고, 2030년 이후 5개의 FPSO를 신규 건설하는 내용의 사업 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유가 하락 등 불확실성에 부닥치며 FPSO 사업 단행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게 된 상황이다. 

페트로브라스는 앞서 한화오션이 수주 경쟁에 참여한 FPSO 물량(P-86)에 대한 EPC 입찰도 수차례 연기를 거듭하다 지난 8월 입찰 진행을 돌연 취소했다. P-86 수주에 나섰던 한화오션은 FPSO 건조 관련 로컬 콘텐트(발주 금액 및 물량의 일부을 현지에서 수행토록 하는 조건) 충족을 위해 브라질 현지 협의를 진행하던 와중에 변수를 만났다.

페트로브라스 FPSO 프로젝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중장기 실적 확보 등 때문에 수주 포기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선박 건조 시장에서 중국의 광폭 행보를 의식한 국내 업계는 FPSO 등 해양플랜트에서라도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FPSO 사업에 한화오션을 비롯한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3사가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출혈 경쟁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페트로브라스 FPSO는 한화오션에 낯익은 사업이기도 하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이던 지난 2021년 싸이펨(이탈리아)과 함께 페트로브라스 FPSO(P-79) EPC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게다가 한화오션은 지난해 해양플랜트 사업 강화의 취지로 싱가포르 전문업체 다이나맥을 인수, 글로벌 인력 확보와 해외 점검 마련에 투자를 단행한 상황이다. 

FPSO 사업 수주 지연에 따른 가용 인력 불균형 및 생산성 저하로 인한 재정적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인력을 놀릴 수 없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맞춰야 하는 만큼 FPSO 사업 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며 “페트로브라스 측이 더 낮은 가격과 설계 효율성을 계속 요구할 것이란 점에서 이에 대응할 기술적 고민도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