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한병 꿀꺽, 국부유출?...OB맥주, 순익보다 많은 배당금 국외로

지난해 당기순익 2411억원, AB인베브에 3328억원 배당·송금 2014년 인수 뒤 배당금으로만 인수가액의 3분의 1 이상 빼가

2025-11-24     한 민 기자

"당신이 즐겨 마시는 국산 맥주 브랜드는?"

'카스',  '한맥'을 꼽는 이가 있고, '켈리', '하이트', '테라' 등을 고르는 이도 있다.

그런데 혹 스스로를 국수주의자, '국뽕'으로 자처한다면 뒤에 언급한 세가지 브랜드를 마셔야 한다. 

왜냐고?

다음 소식을 접하면 일견 이해가 될 것이다.  

2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2411억원보다 약 917억원 많은 3328억원의 배당금을 벨기에 소재 본사 AB인베브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세계 최대 맥주기업인 AB인베브는 오비맥주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오비맥주의 이 같은 배당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4년 4월 AB인베브에 인수된 직후부터 막대한 배당을 실시해 온 까닭이다. 

실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총 2조5478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모기업에 지급했는데, 같은 기간 오비맥주가 올린 순이익이 2조4434억원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해외 본사에 송금한 배당금이 벌어들인 돈보다 4.3%나 많았다. 더불어 2014년 4월, AB인베브가 58억달러(한화 약 6조7000억원)에 오비맥주를 인수했던 걸 감안하면 배당금으로만 인수가액의 3분의 1 이상을 빼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비맥주의 모기업향 배당이 '국부유출'이란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카스 등을 판매해 벌어들인 자금 대부분을 한국에 재투자하거나 사회공헌에 활용하기보다는 주구장창 해외 본사에 송금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오비맥주가 2014년을 마지막으로 기부금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오비맥주는 2014년, 순이익 2250억원의 0.8%에 해당하는 18억원의 기부금을 지출했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으로 조심스레 추측된다.

더구나 오비맥주는 지난 4월부터 맥주제품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2.9% 인상하기도 했다.

한 경제학 교수는  “외국계 기업이라도 한국에서 매출을 올리는 만큼 한국의 문화와 관행, 경제적 기여를 감안한 경영이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재투자해 고용 확대와 서비스 개선 등 ‘윈윈’ 구조를 만들 수 있는데 가격 인상을 통해 본사 배당 위주로 늘리는 방식은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맥주 시장에서  오비맥주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하이트진로는 켈리, 하이트, 테라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1924년 창립된 '토종기업'  진로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