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설계사 고령화 가속···AI 활용 등 불완전판매 예방책 고심

일반근로자 평균 비해 고령···60세 이상이 20% 가량

2025-11-24     박종훈 기자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예상된 바이지만 장기 보장성보험 등을 주로 취급하는 생명보험 전속설계사 평균 연령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또한 보장이나 보험금 지급 등의 내용은 까다롭게 변하고 있다. 최신 의료기술에 따른 치료비용 보장도 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하는 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 금융업권 중 보험 분야 소비자민원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불완전판매 등의 예방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보험 업권에서 판매채널에 종사하고 있는 설계사 수는 지난 10여년 동안 40만~5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생명보험 전속 설계사 수는 약 9만명, 손해보험은 약 11만8000명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는 28만5000여명으로 절반을 넘기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기준 생명보험 전속설계사의 평균 연령은 남자가 36.0세, 여자가 40.6세이다. 그랬던 것이 2024년엔 남자가 48.7세, 여자가 51.8세로 빠르게 상승했다.

일반근로자 평균 연령은 2000년 36.2세였다. 당시 남자 보험설계사 평균 연령과 비슷하다. 하지만 2022년에 일반근로자 평균 연령은 43.8세로 높아졌는데, 당시 남자 생명보험 설계사 평균 연령은 47.3세로 올라갔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장성보험 상품들의 보장 담보 수가 증가하고 보험금 지급 조건들이 까다롭게 변화해 가면서 이를 이해해 소비자들에게 설명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수반될 수 있다”며 “최근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다양한 새로운 치료 방법이 등장하고 있고, 이에 따른 치료비용을 보장해 주는 보험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평균 연령만 높아진 게 아니라 연령대별 구조를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000년 당시엔 30세~50세 사이 중년 비중이 큰 ‘항아리형’ 구조였다면, 2024년에는 완연한 역삼각형 구조다. 특히 60세 이상 설계사가 남성은 19.9%, 여성은 21.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신규 보험설계사들 대다수가 초기 1년을 채 버티지 못하는 업계 현실이 반영된 탓이 크다.

보험설계사 초기 1년은 경험 부족 등으로 정착하기 가장 어려운 시기다. 보험상품 모집 실적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구조기에 충분한 수입을 얻지 못해 경제적 압박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 보여주는 게 설계사들의 13회차 정착률이다. 가령 2000년 기준 생명보험이 22.4%, 손해보험이 39.8%를 기록했는데, 2023년엔 각각 36.9%, 53.0%로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절반 가량이 1년 안에 해지·해촉되는 상황이다.

결국 신규 설계사들의 일부만이 장기근속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며 평균 연령 증가와 더불어 연령별 구조가 지금처럼 변화한 것이다.

그에 반해 초기 수년을 잘 정착하는 경우, 영업 노하우와 사회적 네트워크가 축적되면서 점차 안정적인 활동이 가능해지고, 연령 제한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화상이 이해된다.

한편 보험설계사 신규 진입을 위한 시험 응시자들도 고령화되는 추세다. 따라서 중·장년층 신규 보험설계사 진입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 설계사 시험 지원자 현황을 보면 20대와 30대의 비율은 2010년 당시 22%, 37%를 기록했던 게 2024년 12%, 20%로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은 0.48%에서 10%로 크게 늘었다.

통계를 좀 더 뜯어보면, 2010년 약 9만8000명의 생명보험 설계사 시험 응시자 수는 2024년 약 13만9000명으로 증가했는데, 이중 50대 비율이 10%에서 28%로 급증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본격적인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 후 새로운 직업의 하나로 보험설계사를 선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험설계사 업무 자체가 젊은층보다 사회 경험이 많은 중·장년층에게 유리한 직업이기에 경력전환이나 재취업의 기회로 인식된다”고 밝혔다.

나라 인구 추계를 보더라도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60~64세 인구는 2025년 약 416만명에서 2035년 약 428만명으로 2.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신규 보험설계사 진입 가능한 중·장년층 인력은 향후 10년 가량 충분하다.

그에 반해 20대 인구는 2022년 약 673만명에서 2035년 약 490만명으로 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젊은층의 신규 진입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고령 신규 보험설계사의 경우, 보험상품에 대한 이해도와 최신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상품 설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한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업권별 금융민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보험으로 49%에 달한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7.2% 증가한 수준이다.

고객에게 복잡한 보험상품의 구조와 보장 내용을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이 요구되나 고령 보험설계사들이 충분한 교육을 이수하고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보험상품은 적극적인 마케팅과 판매 노력을 필요로 한다. 전통적이고 직접적인 대면 판매 채널인 보험설계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소비자들은 보험의 필요성을 본능적으로 인식하거나 외부의 설득 없이 보험 상품 구매를 우선순위에 놓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보험이나 여행자보험 등은 소비자가 스스로 구매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보장성보험 상품의 경우 권유에 의해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전속 및 대리점 설계사의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 비중은 생명보험이 80%, 손해보험이 84%이다. 보험설계사가 보험상품 판매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험설계사의 고령화 추세가 우려점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가능성도 크다. 가령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고용창출에 기여한 것처럼, 앞으로는 60대에게 새로운 고용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보험 모집 대상 역시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젊은층보다 상대적으로 고객 신뢰관계 유지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관계 중심 대면 영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고령 설계사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

또한 노후 소득을 확보하려는 실용적 동기와 함께 안정성 선호로 인해 이직률이 낮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주장이다.

따라서 점차 금융권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AI와 관련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보험설계사의 모집 활동은 일반적으로 ①고객 접근 ②공감 형성 ③설득 ④상품 설명의 과정을 거친다. 1~3번 과정은 설계사가 수행하고 4번 상품 설명의 과정을 AI가 수행하는 체계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고객에게 접근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야 제한적이지만, 상품 설명 측면에선 전문 보험설계사에 필적하는 수준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 판매에 AI를 적용하는 부분에 대한 제도적 논란은 다양한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데, 상품 설명과 관련한 부분 역시 검토할 지점이 있다.

현행 보험업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에선 ▲상품 내용 ▲위험 ▲보장 범위 등을 적정하게 설명할 의무가 모집인(설계사)과 보험사에 부과돼 있다. 그런데 AI가 이를 대체할 경우 법에서 말하는 ‘설명’에 포함될 수 있는지, 만약에 그 설명이 틀리거나 불완전하면 누구 책임인지 등의 문제가 불명확하다.

보험설계사들의 경우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설명했는지에 대해 녹취를 통해 기록을 남기므로, AI를 통한 설명 역시 시간이나 세션별로 자동 저장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 이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아닐 것이다.

고객이 고령층이거나 금융·디지털 취약계층일 경우 미처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이해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AI가 판별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이는 어쩌면 판매 과정에서 상품설명 부문에 AI 활용시 가장 위험할 수 있는 지점이다. 따라서 최종 가입 전 모집인이나 콜센터 등 ‘사람’의 확인을 의무화하는 등의 절차 마련이 논의되고 있다.

AI가 보험 상품을 말 그대로 ‘설명’만 하는 건지, 그 과정에서 ‘권유’의 내용이 들어갈 수 있는지도 애매한 지점이다. 상품 권유나 추천의 내용이라면 적합성이나 적정성은 어떤 원칙이 필요한 부분이다.

본질적으로 AI를 활용하는 이유가 복잡한 보험상품의 구조와 보장 내용을 잘 설명해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이를 감안한 제도의 설계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