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사 산증인 이순재, '무대 70년' 남기고 타계

27일 오전 6시20분 발인···장지는 이천 에덴낙원

2025-11-25     안민 기자
배우 이순재가 2022년 12월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연극 '갈매기' 프레스콜에서 연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기자에게 연기란 준비된 태도와 맡은 바에 대한 책임이다" 

"무대에 서 있는 한, 배우는 살아 있다는 증거다"

원로 배우 이순재의 어록과 연기 철학이다.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가 향년 9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25일 새벽에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6시20분에 시작될 예정이다.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이다.

고인은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건강이 악화돼 재활 치료를 해 왔지만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순재는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를 따라 남대문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초등학교 시절 해방을 맞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전쟁을 경험했다. 이후 서울대 철학과에  진학한 그는 당시 대학생들의 값싼 취미인 영화 보기에 빠졌고, 영국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출연한 영화 '햄릿'을 보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1950년대 연극으로 데뷔한 후 드라마, 영화, 연극, 시트콤, 예능까지 모든 장르를 섭렵하면서 '국민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예능 '꽃보다 할배'시리즈,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연극 '리어왕' 등이 있는데 엄격한 카리스마 배역에서부터 코믹, 인간미 있는 모습까지 폭넓게 배역을 소화했다. 

이순재는 사극 전성시대도 이끌었다. '사모곡', '인목대비', '상노', '풍운', '독립문' 등 1970·80년대 사극에 꾸준히 출연했고, '허준'(1999), '상도'(2001), '이산'(2007)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묵직한 연기로 주목받았다.

1966년 제2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연기상 수상한 이후 1977년 제1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수상,  2024년 KBS 연기대상 대상을 받으며 역대 방송 3사 연기대상 최고령 수상자 기록을 세웠다.  이외에 연기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보관문화훈장, 2018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이순재의 연기 열정은 식지 않았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마지막 연기 혼을 불태웠다. 그해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연기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보관문화훈장, 2018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이순재는 한평생을 연기에 바쳤지만, 제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을 지내는 등 잠시 정치권에 몸을 담기도 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국회의원으로서 민자당 부대변인과 한일의원연맹 간사 등을 역임했다.

이순재는 연극·영화·드라마·예능 모두에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으며, 후배 배우 및 연기 교육에도 기여했다. 

그는 연기자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도 꾸준히 관심을 가졌으며, 최근까지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