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AI 데이터 주권 한계...한화시스템·삼성SDS로는 '역부족'
우크라이나, 데이터 기반 드론 군집 전술 과시 무인·자동화 지휘 체계 개발 및 투자 제약
자율적인 판단 능력을 갖춘 여러대의 군사용 드론을 통합 운용하는 ‘군집화 전술’이 방위산업계 과제로 떠올랐다. 실전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접목한 인공지능(AI) 기술이 진화를 거듭 중인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해당 전술을 확대하는 추세다.
전장(戰場)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는 한국군과 이로 인한 데이터 수집이 어려운 국내 방산업체는 선제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드론 산업의 침체도 취약점으로 거론된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국가 안보 위협을 넘어 K-방산의 중장기 경쟁력 유지도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방부와 국방과학연구소 등은 지능형 사격 지휘 체계(한국형 GIS Arta) 개발을 추진 중이다. ‘
이 개발에 어떤 업체가 참여하는지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AI 기반 무인화 및 자동화 등 기술과 관련성이 있는 한화시스템, 삼성SDS 등과의 파트너십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GIS Arta는 우크라이나에서 자체 개발한 포병 사격 지휘 소프트웨어를 일컫는다. 정보를 통합해 최적의 화력 자산을 연결하는 데 사용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 효율성이 입증됐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0년 ‘지능형 전장 인식 서비스 및 플랫폼·서비스 통합 기술’ 과제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AI를 적용한 국방 지휘통제 지능화 서비스 개발을 국내 최초로 수행했다.
AI 학습모델을 통해 전장의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분석 결과를 지휘관에게 제공하는 내용이다. 회사는 한국군의 AI 지휘체계에 대한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삼성SDS는 클라우드, AI플랫폼 등 기반의 국방 IT 설루션 분야에서 협업을 모색 중이다. 미국 육군의 AI 기반 전쟁 시스템 TITAN을 대한민국의 지형적 특성 및 작전 환경과 융합할 수 있는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과거 공군 전투정보지원체계 개발 등에 참여했으며 지난 2009년 방위사업청 ‘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 사업의 우선협상 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한화시스템과 삼성SDS는 최근 방위사업청이 주관한 AKJCCS 성능개량 체계 개발 사업에서 수주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한화시스템이 지난달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졌다.
AI 기반의 드론을 하나의 지능체처럼 움직이는 우크라이나군의 스워머(Swarmer) 기법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막대한 양의 전투 영상을 촬영해 빅데이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월 우크라이나 스워머를 집중 조명하면서 현재까지 100회 이상 실전에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보통 3~8대의 드론 그룹 형태로 움직였으며 100대 이상의 군집 공격도 시험 단계에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천대까지 운용하는 것도 당장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군집 드론을 활용한 공격 전개로 병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모습이 한국군의 열악한 사정과 비교되는 형국이다.
드론의 전력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데다가, 실전용 데이터 축적도 어렵다는 점에서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국내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전쟁은 의도를 가진 서로 다른 객체들이 싸우는 거기 때문에 데이터의 성질, 유형이 실시간으로 변한다”라며 “끌어들인 정보를 학습화시켜서 표적화까지 이어져야 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드론을 실전에서 제대로 활용한 적이 없는 우리 군은 정확한 데이터 축적이 안 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미국 등 앞서간 사례를 보며 맹목적으로 따라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군사임무에 최적화된 데이터 기반이 부실하다보니 한화시스템과 삼성SDS를 비롯한 국내업체의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에 제동이 걸린다는 시각도 있다.
이는 K9자주포, K2전차, 천무(다연장로켓), FA-50(다목적 경전투기) 등 재래식 무기가 기반인 K-방산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란 평가로도 이어진다.
재래식 무기는 핵무기, 생물·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제외한 모든 무기 체계를 말한다.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지만 사이버 공격 대응의 취약성과 복잡한 유지보수 등 한계를 안고 있다.
이에 각국은 AI, 드론, 사이버 기법 등 적용으로 재래식 무기의 한계를 보완 중이다.
조상근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국내 방산업체들이 가성비, 토탈설루션 등을 내세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고도의 AI가 덧입혀지고 있는 글로벌 무기 시장을 고려할 때 5년, 10년 후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