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68)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68)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울 =뉴스프리존]김 현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안보라인 정점에 있었던 서훈(68)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구속하면서 다음 수사 대상에 관심이 쏠린다.

법원은 "범죄 중대성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 지난 정부와 관련된 여러 사건을 동시다발로 수사 중인 검찰이 전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다.

법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청구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사에 중요한 발판을 마련한 만큼 검찰은 최장 20일의 구속기한 내에 서 전 실장을 상대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다른 고위 인사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새벽 "범죄의 중대성과 피의자의 지위,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발부 이유를 밝혔다. 수사 경과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 전 실장은 고 이대준 씨가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다음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이 사실을 은폐하라는 지침을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께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의 '자진 월북'을 속단하고 이와 배치되는 기밀 첩보를 삭제하도록 관계부처에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받는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당시 악화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씨를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아갔다는 것이 검찰이 이 사건을 보는 구도다.

이 구도대로라면 검찰은 대북 정책의 최종 결정자였던 문 전 대통령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지휘 체계상 서 전 실장이 안보관련 핵심 현안을 보고하는 '윗선'은 문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서 전 실장의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문 전 대통령은 1일 입장문에서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서해 피격 사건의 최종 승인자가 자신이라고 밝혔다. 전 정부의 수반으로서 총체적으로 정치적 책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로선 서 전 실장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문 전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들여다봐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물증과 관련자들의 일관된 진술을 토대로 서 전 실장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 전 실장은 고도의 정책적 판단사항을 사법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주장도 폈지만, 법원은 당시 청와대의 정책 집행 과정이 통상의 절차와 확연히 달랐던 점 등에서 정부의 재량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 피격 사건에 대한 전 정부 안보 수뇌부의 결정이 통치 행위의 범위를 벗어나 적법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셈이다.

서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최장 20일의 구속 기간 동안 문재인 정부의 다른 대북·안보 라인 윗선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 전 원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매우 유력해 졌다. 박 전 원장 역시 이씨 피살 직후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다.

박 전 원장은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로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8월에는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피격 사실이 알려지자,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처럼 단정하고 해경과 국방부에게 허위 자료를 작성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영장 실질 심사에서 4백 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PPT 자료를 통해, 서 전 실장이 증거 은폐와 조작의 '최종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직적으로 고인과 유족에게 상당한 고통을 줬다며 유가족의 편지까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서 전 실장이 혐의를 모두 부인한 점 등을 들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서 전 실장측은 검찰 소환 조사에 충실히 협조해 왔으며, 관련 자료가 이미 검찰에 확보돼 있다며 구속이 불필요하다고 맞섰다.

특히 "당시 관련 첩보는 국방부와 통일부 등 각 부처 실무자 2~3백 명이 알고 있었다"며 은폐 지침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이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의 결정 과정에 대해 위법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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