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특검(혹은 국정조사)으로 나경원 원내대표님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께서 세 가지 의혹으로 인해 고초를 겪고 계십니다.

첫째는 서울시 중구 신당동 건물의 투기 의혹이고,

둘째는 지난 20대 총선 국면에서 뉴스타파 보도로 인해 불거진 나경원 의원 딸 성신여대 부정특혜입학 및 성적특혜 의혹이며,

셋째는 나경원 의원 부군 되시는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입니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한 건의 청원이다. 청원이 올라온 지 사흘 가량 지났는데 반응이 꽤 폭발적이다. 22일 오후 7시 30분 현재 청원자 수는 1만6천명을 돌파했다.☞ 나경원 특검(혹은 국정조사)으로 나경원 원내대표님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는 손혜원 의원의 목포 문화재 거리 투기 논란과,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전 사무관의 청와대 겨냥 폭로 사건 등에 대해 특검이나 국정조사 요구를 매일같이 외치고 있다.

“저희 자유한국당은 이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손혜원 의원이 당당하다면 여당에게 촉구한다. 특검 받으시고 국정조사 받으시라. 이 부분에서 당당하다면 센 권력 믿고 지금의 정권 하수인인 검찰에게 조사받겠다고 하지 말고, 특검과 국정조사를 한번 당당하게 받으실 것은 어떤지 요구한다” (1월 21일 비상대책위원회, 나경원 원내대표)

▲ 김태우-신재민 건으로 청와대에 계속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 ⓒ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자신이 한 행위를 놓고 시비가 벌어진 것에 불과하다. 이건 결국 김태우 수사관 개인의 문제다. 그러면서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이거 바로 수사 가이드라인 아닌가. 저는 이제 자유힌국당이 그동안 여러 가지 기다리고, 저희가 대통령 신년사도 한번 마지막으로 기다려 본 부분이 있는데 이제 특검발의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특검발의 하겠다” (1월 10일 의원총회, 나경원 원내대표)

“또 신재민 건 관련해서는 뭐라고 말씀하셨느냐. ‘결국 젊은이가 치기 어린 이야기를 했다’ 이런 식으로 사실상 용기 있는 폭로에 대해서 치기로 폄훼하셨다고 본다. 대통령의 중심에 권위주의적인 세계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오늘의 신년사에 대해서, 기자회견문에 대해서 정말 실망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래서 저희 자유한국당은 오늘 신년사를 보면서 이제 우리는 특검법을 오늘 안으로 발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1월 10일 의원총회, 나경원 원내대표)

자한당은 ‘김태우 보고서’를 가지고 지난해 마지막 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국회에 불러놓고 마구잡이식 공세를 퍼부었으나, 예상대로 시작부터 지리멸렬하며 그대로 붕괴했다. 검증도 안한 가짜뉴스를 읊다가 금방 털려서 대망신당한 건 덤이다. 조국 수석과 임종석 실장은 차분한 답변으로 15시간동안 계속된 자한당의 공세를 일축했다.

▲ 지난해 마지막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예상됐던 자한당의 허공만 가르는 헛스윙으로 떳떳한 조국 수석만 크게 부각됐다. ⓒ연합뉴스

오히려 당당하고 깨끗한 청와대의 모습과, 조국 수석의 강력한 존재감을 완벽하게 부각시켜줬고, 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효과적인 팀플레이도 볼 수 있었으며, 나경원 원내대표가 얼마나 정치력이 부족한지도 보여줬다. 물론 정권을 흔들어보려는 < 조선일보 > 도 자유한국당과 함께 망신을 당했다. 김 수사관이 떠들썩하게 추가 폭로를 이어가고 있지만, 청와대는 계속 조곤조곤 반박하고 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적자국채 발행’ 주장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말끔히 정리해주면서 그대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 문재인 대통령은 신재민 전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정책 결정권한은 장관에게 있는 것”이라며 “자신과 다르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중의소리

자한당의 공세에 대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김태우 수사관에 대해 “자기 직분에 맞지 않는 행위를 했고, 본인을 방어하려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언론플레이를 했다. 결국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었지만 맞는 게 거의 안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신 전 사무관에 대해서도 “3~4년차 사무관이 보는 시야와 고위공무원의 시야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잘못이라 하는 것은 공무원 사회에서 좋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자한당의 특검 공세를 일축했다.

자한당을 비롯한 야당과 조선일보 등 족벌언론들은 최근 손혜원 의원에 대한 무분별한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손혜원 랜드’ ‘손혜원 타운’이라는 프레임까지 만들며 매일같이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들은 손 의원의 고교동창인 영부인 김정숙 여사까지 거론하면서, 결국 공격목표는 청와대임을 시인한 꼴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직접적으로 흠집을 낼 수 없으니, 주변 인사들에게 흠집을 내서 문 대통령의 힘을 빼놓으려는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이나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한 집중공세가 대표적 사례다. 손혜원 의원 같은 경우도 문 대통령이 당대표시절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한 인사이며, 더불어민주당 당명을 만드는 등 많은 공헌을 한 바 있다.

▲ 언론과 야당이 손혜원 의원에 대한 공격만 계속하면서, 23일 오전 있을 ‘사법농단 수장’인 양승태 구속영장 실질심사 소식이 묻히고 있다. 양승태가 구속될지 주목된다. ⓒYTN

그렇게 손혜원 의원 관련 무차별적인 보도와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양승태 일당의 사법농단 사건, 빙상계 성폭행-폭행 사건에 대한 전명규의 은폐 파문, ‘유치원 비리근절 3법’ 훼방 놓은 자한당과 한유총의 만행, 조국 민정수석의 ‘공수처’ 설치에 대한 간절한 호소 등이 묻히고 있다.

손혜원 의원 관련해서 가장 앞장서서 목소릴 높이는 사람은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다. 나 원내대표가 김정숙 여사와 손 의원의 관계를 거론하며 “초권력형 비리”라고 우겼기 때문이다.

▲ 나경원 원내대표는 손혜원 의원을 거론하면서, 손 의원의 고교동창인 영부인 김정숙 여사까지 거론하며 “초권력형 비리”라고 목소릴 높였다. 결국 노리는 것은 청와대임을 시인한 셈이다. ⓒ교통방송,

이에 손 의원은 “이런 무책임한 상상력을 부끄러움 없이 발설할 때는 뭐라도 걸어야하지 않겠느냐”라며 “저와 함께 의원직을 걸겠는가? 또는 저와 함께 전재산을 걸겠느냐”라고 꾸짖은 바 있다. 더 나아가 “방송 한 번 같이 했던 정으로 충고한다. 부디 뒷전으로 한 발 물러나 조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매일같이 특검, 국정조사 등을 거론하며 결국엔 청와대를 흔드려는 속내를 보여준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 나경원 특검(혹은 국정조사)으로 나경원 원내대표님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 는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것이다. 언급된 의혹들 중 세 가지는 위에 적혀있듯 신당동 건물 투기 논란,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논란, 남편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논란이다.

▲ 청와대 청원글을 게시한 이가 언급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서울시 중구 신당동 건물 투기 의혹’,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제기됐으며, 2004년 17억원에 매입했다가 2010년 30억원에 팔아 13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당시 동아일보 기사 ⓒ다음 기사

신당동 건물 투기 논란은 나 원내대표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로 나왔을 때 제기된 의혹이다. 나 원내대표는 17대 총선이 있을 무렵인 2004년 4월 남편 김재호 판사와 공동 명의로 신당역 인근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을 17억원에 매입했다. 그 건물을 2010년 1월경 30억원에 팔았다. 시세 차익으로 무려 13억원을 남긴 것으로, 부동산 투기의혹이 당연히 제기된다. 나 원내대표는 시세차익을 남긴 기간 동안 줄곧 금뱃지를 달고 있었다.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논란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일 < 뉴스타파 > 가 제기한 바 있다. 나 원내대표의 딸인 김모 씨가 성신여대 실기 면접에서 ‘엄마는 국회의원’이라며 자신의 신분을 노출한 점과, 또 반주음악을 틀 장치를 준비하지 않아 면접시간을 넘겼음에도 학교 측의 도움으로 실기를 진행한 점 등을 거론하며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했다.

▲ 뉴스타파는 20대 총선 직전, 나경원 원내대표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뉴스타파
▲ 나경원 원내대표는 딸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의 질문엔 전혀 답하지 않고, 이후 성명서를 내고 뉴스타파를 형사고소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ㅍ뉴스타파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시 < 뉴스타파 >가 취재과정에서 제기한 질문엔 전혀 답하지 않았고, 보도가 나간 뒤에야 “딸의 인생이 짓밟혔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 뉴스타파 >를 형사고소한 바 있다. 그러나 < 뉴스타파 >는 1심, 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논란은 나 원내대표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로 나왔을 때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던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에서 주진우 < 시사인 > 기자는 이같이 폭로했었다.

"2004년 나경원 의원이 자위대 창설 행사에 참석 후 나 의원이 친일파라는 글들이 수만 건 올라왔다. 서울 녹번동에 사는 김 모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나경원은 자위대 행사에 참석했다, 친일파'라고 비방하는 내용의 글들을 올렸다. 그러자 2005년 말에 나경원 의원의 보좌관이 김 모씨를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랬더니 나경원 의원 남편인 김재호 당시 서울서부지법 판사가 검찰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소인을 기소만 해달라'며 기소청탁을 했다."

▲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과거 ‘나꼼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나 원내대표 측이 주 기자를 고발, 검찰이 주 기자를 구속기소하려고 하자, 박은정 검사가 검찰수사팀에 ‘내가 김재호 판사로부터 당시 기소청탁 전화를 받았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이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나꼼수’ 방송에서 언급했었다. 당시 오마이뉴스 기사. ⓒ다음 기사

2006년 4월 기소된 김모씨는 그해 11월 대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을 확정받았다고 한다. 최소 1년 이상 걸릴 재판이 7개월만에 초고속으로 끝난 셈이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나경원 의원 측은 주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한 바 있으며 주 기자도 나경원 의원을 무고 혐의로 고소하며 맞대응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이 주 기자를 구속기소하려고 하자, 당시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근무하던 박은정 검사가 검찰수사팀에 ‘내가 김재호 판사로부터 당시 기소청탁 전화를 받았다’고 고백해 구속을 막았다고 한다. 이는 이듬해 2월 < 나는 꼼수다> 에서 김어준 < 딴지일보 > 총수가 밝힌 바 있다. 김 총수는 당시 “우리가 ‘나꼼수’ 방송을 계속 할 수 있는 것은 박은정 검사 덕”이라며 시민들이 양심선언을 한 박 검사를 지켜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나 원내대표와 김 판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의혹을 폭로했던 주 기자도 박 검사의 진술로 인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다“는 청원자는 글에서 위의 세 가지 남아있는 의혹들을 거론하며 ”나경원 의원께선 지금까지 이 세 가지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계시나, 계속되는 좌파와 일부 진보 언론의 지속적인 의혹제기에 나경원 원내대표의 짐을 덜어드리고자 한다“며 청원 이유를 강조했다.

▲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소위 ‘나경원 특검’을 청원한 글, “나경원 특검 혹은 국정조사로 나경원 원내대표님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다”고 적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소위 ‘나경원 특검’을 청원한 글, 과거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제기됐던 세가지 의혹들을 언급하며 “특검법안이 통과되어, 나경원 의원이 의혹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적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그는 “이 세 의혹에 대한 특검 이른바 '나경원 특검(또는 국정조사)'을 청원하오니 하루 속히 특검법안이 통과되어 나 의원께서 의혹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끝으로 이같이 자한당과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팩폭’을 날렸다.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제기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어처구니없고 실망스런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자유한국당이 이야기하는 보수의 품격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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