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자중지란에 빠진 윤석열 선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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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자중지란에 빠진 윤석열 선대위
  • 이창은
  • 승인 2021.12.01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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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영입불발, 이준석 ‘패싱’ 행위에 잠적, 선대위 인선 난맥상 드러내

[뉴스프리존] 윤석열 선대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영입 불발로 경쟁력과 리더십에 타격이 가라앉기도 전에 선거운동의 한 축인 이준석 당대표가 잠적했다. 당 대표가 총선 전에 공천권 등으로 항명 잠적한 일은 있어도 대선국면에서 당대표가 잠적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29일 저녁 페이스북에 “그러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긴 뒤, 30일 오전 돌연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실은 이날 오전 공식입장을 통해 “금일 이후 이준석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갑작스런 잠적에 대한 정확한 이유와 향후 거취에 관해선 확인된 바가 없다. 

야권에선 윤석열 선대위 구성 과정, 김종인 영입 불발 이후 윤석열 후보 측의 일정·인사 등에서 이준석 대표에 대한 노골적 ‘패싱’이 누적된 결과이며, 조만간 어떠한 형태이든 양측의 갈등과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이 참석하는 윤석열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일정을 사전에 공유 받지 못한 것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자신의 반대에도 상임선대위원장에 합류한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물론 이준석 대표는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패싱이라는 것은 가당치 않다. 선대위는 김병준 위원장을 원톱으로 놓고 운영할 계획이며, 제가 관례상 당연직으로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하고 있지만 제가 맡고 있는 홍보미디어 영역을 제외한 모든 전권을 저는 김병준 위원장님께 양보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다만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체제를 인정하면서도 ‘대선 경험’이 없음을 지적하는 등 흔쾌히 동의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자 세계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윤 후보의 지역일정, 선대위 인선 등에 상의가 전혀 없었나?’라는 질문에 “단 한 번도 상의한 적이 없다. 실제로 그러니까 이렇게 답을 드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 대한 생각 역시 들은 적이 없다. 상의하려면 상의했을 것이다”라며 사실상 윤 후보측의 ‘패싱’을 인정했다. 

사진=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준석 대표가 남긴 '그렇다면 여기까지'는 윤 후보 현재 선대위로서는 대선에서 필패이기에 손을 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사진=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는 29일 오후, 여러 차례에 걸쳐 방송이나 페이스북에 "익명 인터뷰 하고 다니는 그 분, 이제 대놓고 공작질을 하고 다닌다" "^^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 "^_^p" 등의 게시물을 올리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특히 "^_^p" 이 표시에서 p는 ‘엄지를 땅 아래 방향으로 내린 표시’로 ‘처형, 혹은 보복’을 의미한다. 과거 당 대표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의 인신공격성 공격에 대해 “공격당하면 두배로 갚아주겠다”라며 전투적 기질을 보인 이 대표로서는 ‘여기까지입니다’에서 1시간도 안돼  "^_^p" 표시를 올린 것은 좌시않고 적극적 행동을 하겠다는 의사표현이었고, 30일 오전부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잠적으로 행동에 들어갔다. 

이 대표의 전격적인 당무(선대위원장 역) 거부, 잠적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대표와 윤 후보는 7월 말 이 대표가 지방 일정을 소화하는 사이 윤 후보가 갑작스레 입당을 발표한 ‘기습 입당’ 사건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윤석열 후보로 경선확정 이후 선대위에 국한하면 ‘김종인 영입론자’인 이 대표가 윤 후보의 중진들이 중심인 ‘올드보이’ 선대위 방향성에 항의하고, 윤 후보는 자신이 구상한 ‘용광로 선대위’에 힘을 주면서 충돌하는 구도다.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이후는 당무우선권을 장악한 ‘후보의 시간’이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지원이라는 부차적 역할이 주이다. 윤 후보측으로서는 김종인 ‘원톱’을 강조하며 활동반경을 넓히려는 이 대표가 달갑지 않다. 윤 후보가 ‘사무총장 교체 카드’를 쓰며 이 후보의 힘이 빠졌고, 선대위도 윤 후보와 가까운 중진 의원들이 주축이다. 이 대표 측은 “윤 후보 문고리 3인방(권성동, 윤한홍, 장제원) 권력의 그립(장악력)이 너무 강해 대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은 당 내부 권력을 누가 쥐느냐는 주도권 싸움 성격이 짙다. 윤 후보측은 대선 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지선, 그후 총선까지 내다보면서 당을 장악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장 눈앞의 대선승리가 관건이다. 이점은 홍준표 의원이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홍 의원이 운영하는 ‘청년의꿈’ 홈페이지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 코너에는 지난달 30일 ‘윤석열이 와서 당을 망치고 있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정치 (경력이) 이제 5개월 된 사람이 당대표를 내치려 하고 있다”며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홍 의원은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떨어진 중진 (의원)들이 몰려다니면서 당대표를 저렇게 몰아세우니 당이 산으로 간다”며 “총선이나 당 대표 선거에서 밀려난 중진들이 대선보다 자기 살길 찾기에 정신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대표 겉돌게 하면 대선 망친다”고 했다. 홍 의원도 현재의 당대표 잠적사태가 당 내부 권력투쟁의 일환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당내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고 ‘패싱’을 당했다고 이 대표가 잠적까지 할 상황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대선전략의 차이, 승리방식에 대한 확연한 입장차에서 오는 무기력이 잠적 사태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윤 후보가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호남 표심 잡고 2030세대 지지세가 견고화해야 가능“함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세대결합론 또는 세대포위론으로 2030세대의 압도적 지지와 투표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윤 후보가 대선 첫 일정을 충청권을 잡았는데 전략없이 갈팡질팡 하고 있다며 김병준 선대위원장과 함께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2012년 박근혜 대선 승리 당시 TK(대구·경북)에서 80%, PK(부산·경남)에서 65% 득표했다. 이 수치를 재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후보는 경북 안동 출신이고 PK도 꾸준히 40% 지지율을 민주당에 안겨주고 있다. 1300만명 인구로 승부처인 경기도도 이 후보 근거지다. 냉정하게 호남에서 과거보다 많은 표를 얻어서 상대의 표를 두 개씩 없애는 방법을 쓰지 않으면 쉽지 않다”며 이번 대선이 초박빙으로 흐를 것임을 강조했다.  

이 대표의 최대 강점은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일컬어지는 MZ세대(2030세대)와 중도 유권자와의 소통전략을 총괄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대표와의 갈등은 김 전 위원장의 영입 불발보다 타격이 더 크다. 하태경 의원도 이 대표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하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윤 후보와 우리 당의 대선 필승 공식은 청년과 중도 확장"이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선 이 대표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청년층의 압도적 지지없이 우리 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그런 점에서 최근 이준석 패싱 논란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적었다.

2030세대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미 홍준표 의원에게 몰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고 윤 후보와 대립각을 세울 경우 '계파갈등'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2030세대의 지지와 중도확장은 난관에 처할 수 있다. 

이 대표의 잠적 소동은 단순히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의 '갈등'이 아닌 이 대표가 윤 후보의 ‘문고리 권력’이라는 측근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 측근들을 '하이에나'로 비유하며 엄격한 측근관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잠적까지 한 것은 대선국면에서 윤 후보측과의 명확한 선긋기로 보인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비전과 정책, 자신의 2030세대 소통력을 통해 윤 후보의 대선승리를 이끈다는 공식이 기본이었지만, 윤 후보와 측근들에게 막혔다. 다른 말로 하면 현재 윤 후보와 김병준, 중진 의원 중심의 선대위로서는 대선 필패로 보는 것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부터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도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았다. 이 구도로는 대선필패, 대선국면에 억지로 끌려가 패배의 주역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말은 대선에서 손을 뗀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물론 이 대표의 잠적 소동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 사퇴설까지 나오고 있다. 사퇴를 하지 않아도 당 대표를 공공연히 ‘패싱’하는 윤 후보측과는 이미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신뢰는 깨진 상태다. 

윤 후보로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 이어 이 대표와의 갈등이라는 엄청난 악재를 만났다. 지난 2주 동안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영입은커녕 관계만 악화시켰고, 이 대표나 홍준표 유승민 후보의 마음도 얻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정치경험이 전무하면서 검찰총장 사퇴 이후 대선후보로 나와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위기만 극대화시킨 것에 있다.  

잠적한 이 대표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복귀할 일은 딱 하나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떨어질 경우 윤 후보로서는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다. 이런 자중지란 속 지지율이 올라갈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윤 후보에게는 지지율이 오르지 않은 이상 상당히 굴욕적인 상황만 남았다. 

이제 대선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행보를 조금 더 지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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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천 2021-12-01 15:12:03
정치 이력이 짧은 국민의힘 대표와 정치초년생인 대선 후보가 모든 역량이 동원되는 대선에서 종합적이고 정교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서로를 배려하거나 한 쪽이 일방적으로 열쇠를 쥐고 가야하는 상황인데 두 사람의 캐릭터는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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