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속합의서' 각종 꼼수 내용 직격, "소형기획사는 방송사에 '슈퍼 을' 관계"

[ 고승은 기자 ] = 아이돌 가수·연습생 등에 대한 노예계약 문제는 한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90년대 그 이전부터도 제기됐던 문제다. 그러나 30년 이상 지난 현재에도 이는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으로 선발되고, 수년 간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데뷔하더라도 성공할 확률은 낮은데 이 과정에서 '갑질'까지 여전하다는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또 다른 BTS가 나오려면 실제로 대한민국 그룹들이 건강해야 하고 기본 베이스, 기본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아이돌의 화려한 이면에는 노예계약으로 지금도 신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드 스타인 방탄소년단(BTS)이 유엔 총회에 청년세대 대표로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SDG 모멘트) 행사에서 사전 녹화된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퍼포먼스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캡처
월드 스타인 방탄소년단(BTS)이 유엔 총회에 청년세대 대표로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SDG 모멘트) 행사에서 사전 녹화된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퍼포먼스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캡처

정청래 의원은 "10년 전에 표준계약서가 없다고 해서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는데, 또 다시 꼼수 계약이 만연하다"며 "실제로 기획사와 가수들, 연습생들이 거의 노예 계약, '갑을관계'라는 것이다. 그게 바로 표준계약서 안에 있는 '부속합의서'"라고 꼬집었다.

정청래 의원은 '부속합의서'의 꼼수 내용으로 우선 "계약 시점이 없다. 싱글 곡 두 곡을 앨범에 넣었을 때 계약을 시작한다고 했는데, 앨범을 두 곡을 수록해 주지 않는다"며 "한곡 한곡 해서 3년이 지나도, 4년이 지났는데도 계약이 안 된다. 계약이 안 되니까 대가를 못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의원은 두번째로 "법인카드 하나를 팀원들 다 공통비용으로 사용한다"며 "개별적으로 안 나온다. 계약이 안 돼 있고 비용을 지급할 일도 없다. 정산을 안한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의원은 세번째로 "또 하나는 계약이 됐든 안됐든 간에 다른 기획사에 팔아넘긴다"며 "그리고서 지금까지 지불한 비용을 가지고 그 계약서에 박는다. 그리고 위탁받은 계약서는 그걸 빚으로 만드는 거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의원이 공개한 전직 아이돌 가수의 증언을 보면 "(소속사에서)'똑같은 내용이니 이름만 쓰면 된다'고 해서 했는데, 사실상 언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그쪽(소속사)에선 마음대로 날짜를 말하는 것" "일은 정말 많이 했는데 마냥 어리지 않으니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도 그렇다. 그런 부분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컸다"고 했다. 

실제 아이돌 출신 가수들의 언론 인터뷰를 보면, 연습생 기간은 물론 어렵게 데뷔를 하더라도 따로 '알바'하지 않으면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증언들이 많이 나왔었다. 

실제 아이돌 출신 가수들의 언론 인터뷰를 보면, 연습생 기간은 물론 어렵게 데뷔를 하더라도 따로 '알바'하지 않으면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증언들이 많이 나왔었다. 이러한 배경엔 소속사와의 '노예계약'이 지적된다. 사진=채널A 방송영상
실제 아이돌 출신 가수들의 언론 인터뷰를 보면, 연습생 기간은 물론 어렵게 데뷔를 하더라도 따로 '알바'하지 않으면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증언들이 많이 나왔었다. 이러한 배경엔 소속사와의 '노예계약'이 지적된다. 사진=채널A 방송영상

정청래 의원은 "실제로 화려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수인데, 집에서 용돈을 받아 타 쓰는 것"이라며 "표준계약서를 만들 때도 고생해서 사회적 합의를 해서 만들었는데 부속합의서, 꼼수 계약, 함정 계약이잖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문체부를 향해 "전수조사해서 이 실태를 교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청래 의원은 "가수와 연습생이 을의 관계라면, 기획사가 이제 방송사한테 완전 ’슈퍼 을‘이 되는 관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음악방송 프로를 제작하는 방송사들의 기획사를 향한 갑질관계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어떤 그룹이 출연할 경우, 마이크와 무대 뼈대만 갖춰 놓고 '인테리어는 너희들이 해라.' 그럼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것"이라며 "출연하는 비용은 수천만원이 드는데, 거기 출연료는 팀당 7만원이다. 수천만원 대 7만원"이라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방송에 출연하면 할수록 엄청나게 손해인데, 그래도 방송국에 얼굴 한번 비춰야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대형 기획사는 돈을 거의 안 내고, 소형 기획사만 돈을 더 낸다"며 "이건 형법 위반"이라고도 했다. 즉 방송사가 대형 기획사들은 대우해주는 반면, 소형 기획사에겐 갑질을 한다는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또 "출연을 하면, 그럼 '유튜브에 대한 광고료 수익은 또 방송국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해서 한 푼도 안 돌려준다"고도 지적했다. 방송 이후 방송사는 유튜브 계정에 가수가 출연한 영상을 클립별로 올리곤 하는데, 이 수익마저 다 독식한다는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문화산업 업계에서 이러한 갑-을 관계 노예관계, 이것이 청산되지 않으면, 신인들이 데뷔도 할 수 없고 중견작가들이 클 수도 없고, 가수들도 그렇고 연습생도 그렇다"고 했다. 사진은 2019년 4월 Mnet 프로듀스 X 101 제작발표회 모습에서 연습생들이 포즈를 취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의원은 "문화산업 업계에서 이러한 갑-을 관계 노예관계, 이것이 청산되지 않으면, 신인들이 데뷔도 할 수 없고 중견작가들이 클 수도 없고, 가수들도 그렇고 연습생도 그렇다"고 했다. 사진은 2019년 4월 Mnet 프로듀스 X 101 제작발표회 모습에서 연습생들이 포즈를 취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의원은 "21세기 대명천지에 아직도 이 가요계, 방송계 화려한 이면에는 이러한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며 "이것도 우리가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밖에도 웹툰, 웹 소설 작가들이 대형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받는 불이익 사례도 짚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작가와 카카오·네이버가 7:3, 6:4로 계약하지만 수수료가 계속 떼이고 여기에 '자회사'까지 껴들어 또 수수료를 떼간다는 것이다. 그는 "작가는 이렇게 열심히 해서 수억대를 벌어주는데, 작가들한테 오는 것은 몇 프로가 안 된다"고 직격했다. 

정청래 의원은 "문화산업 업계에서 이러한 갑-을 관계 노예관계, 이것이 청산되지 않으면, 신인들이 데뷔도 할 수 없고 중견작가들이 클 수도 없고, 가수들도 그렇고 연습생도 그렇다"며 "우리는 BTS 같은 아주 유명한 그런 그룹들만 보고 있는데, 거기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건강하지 못하면 사다리가 끊어지는 것"이라며 문체부에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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