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법원을 쥐 잡듯이 샅샅이 뒤져서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300페이지 공소장을 만들어냈다"

‘사법농단 끝판왕‘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보석(조건부 석방) 심문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총 47가지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는 지난달 구속된 바 있다.

이 범죄혐의를 큰 틀로 분류하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7가지다. 그렇게 받고 있는 범죄혐의가 많으니 이명박이나 박근혜보다도 공소장이 훨씬 길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양승태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보석심문 기일에서 "검찰이 왜곡된 수사를 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 양승태는 검찰 조사와 구속영장실질심사 등에서 모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거나,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KBS
▲ 지난달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그는 최근 불구속재판을 주장하며 보석신청을 한 바 있다.ⓒ연합뉴스

양승태는 이날 법정에서 "한 수감자가 내 방 앞을 지나가면서 검찰이 대단하다고 감탄을 드러냈다. 수감자들은 재판을 받으며 법원을 하늘 같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검찰은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까지 시켰으니 정말 대단하다고 하더라"며 한 수감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300 페이지 공소장을 만들어냈다"며 자신을 기소한 검찰을 비꼬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몇 가지 말이나 문건, 추측을 보고 쉽게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더구나 대법원의 재판 과정에 대해서는 너무나 이해력이 없어서 그것을 설명하기도 어려웠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양승태는 "20만쪽에 달하는 증거 서류가 내 앞을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다"며 "구치소에서 검토하려면 아마 백분의 일도 제대로 보지 못할 것"며 보석 석방을 요구했다. 앞서, 그는 자신이 칠순이 넘었다며 자신이 고령임을 참작해달라고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양승태 측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은 지난번 영장이 발부돼 구속된 이후 변경된 사정이 없다"며 "증거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바로 보석을 청구한 것도 설득력 없다"고 꾸짖었다.

▲ 서울 구치소에서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들

또 양승태가 자신이 ‘고령’임을 언급(71세)하는 데 대해서도, 이명박·박근혜·김기춘 등의 사례 등을 들며 보석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양승태보다 연상인 이명박(78세)이나 김기춘(80세)도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보석 신청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여론은 이들을 향해 “뻔뻔하기 짝이 없다”며 꾸짖고 있다.

특히 검찰은 양승태 측이 직접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하며, 불구속 재판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양승태는 특히 사법농단 파문이 터졌음에도, 약 7개월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자신이 떳떳하지 못함을 보여주곤 했으니 보석으로 그를 풀어줄 경우 증거인멸 우려도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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