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의 세기의 담판이라고도 불린 북미 양 정상간 회담이 결렬되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 중인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하노이회담의 핵심은 영변 핵시설 폐기"라며 "하노이선언에 영변 핵시설 폐기가 구체적으로 적시된다면 한반도 비핵화의 성공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북핵합의 베트남 하노이 선언'이 불발되었다. 1박2일의 담판을 도중 중단하고 양 정상은 자국으로 돌아갔으며, 이후 나오는 말들은 각각 상대국의 요구 조건이 강해 들어줄 수 없었다는 책임전가 모습도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노무현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대표는 양국은 현재의 대화국면을 깬 것은 아니며 추후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대화의 완전결렬’에 이르지는 않을 것 같다며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제 북미 정상의 단독대좌와 만찬회담에서 중요한 의제는 다 걸러진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 언론의 가십 사진으로 등장한 자유한국당 수뇌부의 모습에서 이들이 이번 협상 결렬에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하고 있다. 정 대표는 "두 정상은 지금 한배를 타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내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나름대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큰 틀에서 양국 정상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이 중간에 중단되면서 하노이 선언이 불발되자 일본의 아베 정권이 뒤에서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외신보도도 나오고 있으므로 이들과 아베의 한통속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의심은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내면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정치 역학관계를 잘 알고 있는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정 대표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짧은 논평을 올리면서 그 제목을 “일본이 찜찜하다”고 달고 “하노이 담판 결렬 뒷전에 일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적었다. 이어 “세계의 지도자 중에 하노이 담판 실패에 환호한 사람은 아베 총리 한사람”이라며 그동안의 아베 행보와 발언들, 또한 아베 정부가 추구하는 한반도 정책에 대해 말했다.  

즉 정 대표는 “그(아베)는 작년 싱가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일관되게 3NO를 외쳐왔다”며 “종전선언 NO, 제재완화 NO, 경제지원 NO. 이 3가지는 국내 보수세력의 주장인 동시에 하노이 회담 격침을 노려왔던 워싱턴 강경세력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2월 중순 국회의장과 여야5당 대표단이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를 찾았을 때 뜻밖에도 하원의원이 무려 14명씩이나 참석했다”면서 “토론이 시작되자 한명, 두명, 세명 마이크를 잡은 의원마다 북미회담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일본을 걸고 들어갔다”고 회고했다. 특히 그는 “엘리엇 엥겔 하원외교위원장은 왜 한국이 박근혜-아베 정부간 위안부합의를 깼느냐고 힐난하기도 했다”는 점을 소개하며 미 하원에 일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말했다.  

그리고는 “일본은 워싱턴 로비에 쏟는 인적 물적 자원 총량이 한국의 60배에 달한다”면서 “하노이 외교 참사가 아베 정부의 쾌재로 이어지는 동북아 현실이야말로 냉엄한 국제정치의 속살”이라고 말하고는 “그런데 문제는 우리 내부에도 아베 총리처럼 쾌재를 부르는 세력이 적지않다는 게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에 앞서 정 대표는 1일에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깨진 이유는 제재완화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상황관리와 중재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글을 올려 관심을 끌었다.  

그는 이날 글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완화를 받아내겠다는 작심을 하고 중국을 종단해서 하노이에 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대표에게 ‘북한이 제재완화를 거칠게 밀어붙인다’는 보고를 받고 비행기에 오르면서 한번쯤 회담을 걷어찰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미국 언론과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엉성한 합의를 해온다면 북한과 중국에 항복하는 꼴’이라며 압박하는 형국에서 북한의 제재완화 요구를 들어주기는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았음도 지적했다.

그런 다음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단계적, 동시적으로 북핵문제와 제재문제를 풀어가기로 했다면 단계적 제재완화는 당연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상황관리와 중재노력이 필요한 국면”이라고 우리 정부에 조언했다. 그러면서 "일단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허용부터 해야 하는데 정부는 여태껏 미국 눈치만 보면서 방북 허용을 꺼려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 대표는 "2차 북미회담을 앞두고 정부 당국자가 야당을 찾아온 일도 없고, 청와대의 설명도 없었다"고 비판하면서 "이제 한반도 역사는 수동태가 아닌 능동태로 전환됐고 문재인정부는 야당과 소통하며 국론 통합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국회 대표단의 방미 성과를 언급하면서 "현지에서 만난 14명의 의원은 하나같이 일본 얘기를 유독 많이 했는데 일본이 미국 의회외교에 쏟는 물적·인적 노력이 한국의 60배에 달한다고 한다"며 "우리도 미국 의회와 교류할 수 있는 별도의 창구를 개설하는 등 한미 간 의회외교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자유한국당 황교안 신임 대표에 대해 "건전보수 야당을 재건하길 바라며 야당이 강해져야 국회도 강해진다"면서 "땅바닥에 떨어진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같이 협조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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