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SBS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봉침 스캔들 목사의 수상한 효도’편을 방송했다.

지난 2일 별세하신 일본군 위안부 곽예남 할머니의 딸 이 모 목사(여)에 대한 내용인데, 이 방송은 제목에서 보듯 이 목사의 행태가 돈을 노리고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하는 것으로 몰아갔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예고편 갈무리 ⓒ임두만

우선 SBS는 곽 할머니가 지난 해 정치인들에게 보낸 손편지에 대해 다뤘다.

즉  곽 할머니는 중국에서 오래 살아 한글을 모르므로 그 편지는 누군가가 특정 목적에 의해 대신 쓰고, 명의를 곽 할머니로 했을 거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방송은 이런 의혹을 제기한 이들이 곽 할머니를 보살피는 요양보호사들이었다며 이들을 인터뷰 했다.  

방송에 나온 요양보호사라는 의혹 제기자들은 “곽예남 할머니가 한국말도 한글도 모른데다 오랫동안 투병 중이라 100여명에게 편지를 쓰지 못했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60여 년을 살던 곽예남 할머니는 배고프다, 아프다, 먹다 등 간단한 한국어 밖에 할 줄 모른다”고 증언, 편지 대필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 편지는 지난해 말 국회의원실과 전국의 지자체장 사무실 100여 곳에 좋은 정치를 해달라는  내용으로 전달 된 손편지, 그리고 이 편지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받았다. SBS가 입수한 편지 말미에는 위안부 곽예남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날 방송에서 조명한 곽예남 할머니는 올해 나이 95살로 일제 강점기 중국으로 끌려간 뒤 해방 때까지 1년여 간 일본군 성노예 살았으나 해방 후에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이 소식은 지난 2003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중국에서 가정을 꾸렸지만 아이를 낳지 못했고 남편과 사별 후 홀로 살았다. 그러다 MBC '느낌표'를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60여년이 걸린 할머니의 귀환이었다.  

따라서 방송은 이런 사정의 할머니를 이 모 목사가 이용하려 한 것으로 조명했다. 방송언론의 탐사 프로그램이라면 의혹을 갖고 파헤칠 만 하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제목으로 ‘봉침 목사’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다분히 의도가 보인다.

 '그알’은 지난 2017년 문제의 '봉침 목사'에 대해 다룬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 미혼모의 몸으로 아이 셋을 입양하고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며 25년 넘게 장애인들을 섬기며 살아 한국의 마더 테레사라 불렸다고 이 모 목사를 지칭하고는 “하지만 놀라운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이 목사에 대한 의혹 폭격을 가했다.

그 중 핵심이 봉침이다. 이는 소설가 공지영 씨도 제기한 의혹으로, 이 모 목사가 정치인들, 특히 남성들의 은밀한 부위에 봉침을 놓은 뒤 이를 빌미로 협박, 돈을 뜯어내려 했다는 의혹을 쏟아냈다.  

'그알'은 당시 이 목사가 한의사 자격증이 있다며 사람들에게 봉침을 놔줬다거나 장애인들에게 부작용이 있는 봉침을 놓았다거나 심지어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봉침을 놓곤 했다고 방송했다.  

그러면서 ‘남성의 은밀한 부위에 봉침을 놨다’ ‘이 목사에게 침을 맞았다는 남성들 중 몇몇은 비싼 대가를 치렀다’ ‘이 씨가 사진을 찍어 후원금을 받아냈다’ 등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목사가 그런 수법으로 부를 축적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고 고발했다.  

그러나 당시 방송에서 이 목사는 봉침에 대해 "건강 강의 차원에서 설명해준 적은 있지만 침술을 한 건 아니다. 내가 전문적으로 놓을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만약에 놨다면 날 고소했어야 한다"고 해명했다.  

어떻든 이 때문에 이 목사는 일명 '봉침 목사'로 딱지가 붙여지면서 무수한 언어 테러를 받았다. 그런데 '그알'은 다시 2년 후 그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곽예남 할머니를 이용, 특정한 목적, 즉 화해치유재단에서 받은 1억원과 곽 할머니의 유산을 노리고 접근한 파렴치한으로 묘사한 내용을 방송했다.

이 씨가 곽예남 할머니 딸이 된 뒤 수상한 외제차를 탔다는 등 외제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장애인협회와 영농법인의 의혹과 함께 호화생활을 하면서 정작 할머니를 진심으로 모시는 것 같지 않았다는 목격담도 이어졌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의 "나는 놀란게 미혼모에, 장애인에, 입양아에 이번에는 위안부 할머니구나. 이용하는 단계가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하나도 이 사람한텐 진실을 찾아볼 수 없다. 내가 아니라 이 분을 겪은 사람들의 공통된 말이다"고 고발했다.  

또 아이들 입양도 거짓이거나 파양, 아니면 서류상 입양인 것으로 고발하고 지역주민들은 이씨가 사회 악자들을 자신의 악행을 위한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방송은 “이 씨는 자격 없이 봉침 시술을 놓은 의료법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고 전하고는 “자신의 어린 자녀들에게도 봉침을 맞게 한 것으로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출세 욕망을 키워줄 수단으로만 여긴 건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는 크로징으로 마감했다. 따라서 이 2회의 방송으로만 보면 이 목사는 천사의 탈을 쓴 파렴치한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목사는 정말로 그렇게 파렴치한 인간일까?  

이 방송 후 이 목사는 SBS 보도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SBS에 반론보도 요구 내용증명을 보냈다. 본보가 입수한 내용증명 서신은 “이 세상에 하찮은 생명은 하나도 없다”로 시작한다. 즉 힘이 없는 사람이라고 거대 방송사가 마음대로 죽이면 안 된다는 항변이다.

▲ SBS 홈페이지 갈무리 ⓒ 임두만

이와 함께 이 목사는 자신에 대해 “미혼모이며 네 아이들의 엄마이며 한 집안의 가장”이라고 소개한다. 또 “(어려서)성폭행을 당해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한 불행한 과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과 친척 네 분이 잇달아 자살하셔서 삶에 고통이 많았지만 검정고시로 대학을 가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장애인복지를 시작했다”면서 “부모가 키울 수 없는 아이들을 입양했고 장애인 단체와 시설을 운영하면서 자가 건물을 무상임대로 내어놓고 급여를 한 번도 받지 않고 무보수로 봉사했다”고 항변한다.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해 "전북지역 유력인사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피해를 입은 피해자임에도 SBS 그알의 봉침의혹 보도와 유명 소설가인 공 모 작가에 의해 소설 속에서도 악녀로 묘사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방송언론과 유명인에 의해)무자비하게 매장되었으며, 이로 인해 무수한 문자테러를 받아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하거나 아이들 또한 학교와 사회에서 왕따가 되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2017년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개인의 행복 추구권을 짓밟고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사생활을 침해했디”면서 “(SBS가)여러 의혹을 자극적이고 충격적으로 방송했지만 2018.7. 1심 재판에서 후원금 사기와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의료법 위반(전직 여직원 봉침시술)과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위반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런 다음 “후원금으로 사익을 추구하거나 재산을 늘리지 않았고 정치인들에게 봉침시술을 하거나 봉침시술을 하고 협박하지 않았고 입양한 자녀들과 유착 관계가 좋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며 지난 2월 23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목했다.

그는 우선 방송 제목으로 ‘봉침목사’라는 닉네임을 사용, 2017년 자신들이 붙인 의혹을 재생산, 제목에서 특정인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또 곽예남 할머니의 딸이 된 것으로 화해치유재단 보상금 1억 원과 곽 할머니의 재산을 노렸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법적으로 곽예남 어머니의 딸이 된 것은 2018.8. 이고 화해치유재단 1억, 주택 신축, 영농조합, 외제차 리스 등은 딸이 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목사는 주택신축, 외제차, 영농조합 건과 관련하여 곽 할머니의 조카 이 모씨가 책임지고 한 일이며 자신은 조카 이 씨가 곽 할머니를 위해 하는 일을 성의껏 도왔을 뿐으로 화해치유재단 보상금 1억의 사용처도 알지 못한다고 해명하고 있다.  

특히 이 목사는 “(그알은) 어머니의 돈을 보고 딸이 되었다고 의심하고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방송했지만 어머니의 딸로서 어머니의 명예와 발신인의 양심을 걸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발신인은 어머니의 돈을 한 푼도 손을 댄 일이 없고 어머니 이름으로 후원을 한 번도 받은 일도 없으며 어머니 명의로 된 재산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발신인이 어머니에게 받을 유산도 하나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 목사는 SBS에게 그알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즉 자신에게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있음에도 “방송에서 ‘봉침 목사’로 지칭한 것은 모욕하고 조롱하는 것이 아니냐?”며 “이는 명백한 인권 침해이며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다음 “SBS가 방송에서 발신인을 ‘봉침 목사’라고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봉침 목사’라고 부르면서 모욕하고 조롱하는 이유가 여성이라 차별하는 것인지, 미혼모라 무시하는 것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의 인권 수준이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유명인도 아닌데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원치 않은 미혼모가 되었고 네 아이의 엄마로 한 집안으로 가정으로 살며 국가에 세금을 내고 있고 전주에서 작은 장애인 단체와 시설을 운영했을 뿐인데 대단하지도 않은 발신인을 두 번씩이나 방송에서 의혹을 제기해서 여론재판으로 인권을 말살하고 명예를 실추시키고 사회에서 매장시키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도 항변했다.  

더구나 “발신인의 자녀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에 학교에서 엄마가 사기꾼이라고 왕따가 되는 등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자녀들 얼굴을 방송에서 여과 없이 계속 내보는 것은 자녀들의 인권을 짓밟고 자녀들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잔인한 일이 아닌가”고 묻기도 했다. 즉 어린이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탈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따라서 이 같은 반론권 보장 내용증명을 받은 SBS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그리고 한편으론 최근 SBS '그알'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연루 의혹 방송으로 이 지사 측의 강력한 반발을 산 것에서 볼 때 '그알'의 탐사보도 타킷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도 의심된다.

이는 이 방송 후 SBS의 타겟이 된 당사자에게 우리 방송 시청자와 네티즌들이 어떤 폭격을 가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의혹보도에 의해 한 자연인은 보이지 않는 무수한 사람들에게서 인격말살이라는 표현도 부족한 언어테러를 당하고 있다.

인용된 이므지는 당사자인 이 모 목사에게 퍼부어진 욕설과 저주들로서 이를 접한 당사자가 충격으로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런 사회적 상황을 의식하지 못했다면 SBS의 저널리즘은 한 생명을 살리기보다 죽여버린 죽은 저널리즘으로 불러야 할 수도 있다.

한편, 본보는 SBS '그알'의 입장을 듣고자 지난 2월 27일 부터 문자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4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곽 할머니는 세상과 영원히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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