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럼프,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6일 만에 북한이 기록영화를 통해 정상회담 결과를 보도했다. 이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장에서도 공개됐다.

1시간이 넘는 영상에서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ㆍ미 정상회담때 김 위원장에게 4분30초 가량의 영상을 보여줬다.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제작된 이 영상에서 미국은 비핵화를 선택하면 어떤 미래가 북한을 기다리고 있는지를 예시했다.

조선중앙TV는 어제저녁 `김정은 동지께서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을 공식 친선방문하시었다`는 제목의 1시간 15분짜리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미국은 2차 정상회담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빅딜에 대한 문서를 제공하며 북한에 결단을 촉구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한글과 영문으로된 두 문서를 건넸으며 여기에는 미국이 기대하는 바와 북한의 경제적 미래에 관한 것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빅딜) 문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 그에 대한 대가로 당신(김정은)은 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가질 수 있는 이 좋은 위치의 부동산을 갖게 된다는 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대외정책의 총책 역할을 하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볼턴 보좌관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실패가 아니라며 후속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문서로 구체화한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제의 사실을 공개한 것은 북한을 후속 협상으로 유인하는 동시에 압박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영상이 비핵화 이후 북한 미래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문서에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요구 사안이 담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둘째 날 호텔정원을 산책한 사실을 처음 전하면서 빅딜 문서 제안 사실은 볼턴 보좌관이 인터뷰 중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성사를 원했고 아주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북한이 그러려고 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던 중 나왔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빅딜이라고 부르는 것을 받으라고 계속 얘기했다"면서 비핵화와 핵ㆍ생화학 무기 및 탄도미사일 포기를 거론했다.

정상회담 결렬에도 북한이 기록영화를 방영한 것은 대화의 흐름을 깨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이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협상 결렬 후 "국무위원장 동지가 북ㆍ미간 협상에서 의욕을 잃지 않았는가 싶다"고 언급한 상황과 대비된다. 미국도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며 구체적인 제안을 했음을 밝혀 협상 불발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려는 북한의 주장을 방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패한 회담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해 김 위원장의 지도력 훼손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볼턴 보좌관은 역공도 잊지 않았다. 그는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서는 "매우 제한적인 양보로, 노후화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부분이 포함됐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빅딜'을 수용하도록 설득했지만, 그들은 그럴 의사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로 미국과 협상하려 한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핵과 미사일은 물론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문서로 전달했다면 협상은 충돌이 불가피 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평양역을 출발하는 장면부터 베트남 도착, 북미정상회담, 평양 귀환 등 베트남 2차 북미회담을 시간 순서에 따라 편집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번 회담이 실패한 정상회담이라는 비판에 반박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때에 김 위원장과 다시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대의 압박이 북한을 회담장으로 이끌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재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볼턴 보좌관은 해상 선박환적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뜻을 비췄다. 제재를 좀더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선박 환적 감시가 강화되면 북한은 석유류 확보 및 석탄 수출 등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서로가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문제 해결의지를 갖고 협상에 임한다면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볼턴 보좌관이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며 최대압박은 계속될 것이고 김정은에게 진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제재 유지 효과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로 파악된다. 또 기록영화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55년 만에 베트남을 방문하고 베트남 정상과 회담한 영상도 비중 있게 다뤄 양국 간 대를 이은 친선 관계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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