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 8개월간 광화문 광장 남측을 지키던 세월호 천막이 18일 모두 철거되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참사가 발생한지 1797일만이다. 4·16 가족협의회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 남측의 세월호 추모관에 있던 영정을 옮기는 '이운식'을 열었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세월호 천막 철거를 하루 앞두고 희생자의 영정을 먼저 옮긴 것이다.

17일 열린 '이운식'에서 한 관계자가 영정을 담은 상자를 옮기고 있다.
17일 열린 '이운식'으로 추모관이 빈 가운데 문패만 남아 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공사용 울타리로 출입을 통제하며 시작한 철거 작업은 오전 11시를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철거 작업은 약 30분의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되어, 오후 3시쯤 천막 철거는 모두 끝났다. 영정 등을 다른 곳으로 옮겨 두는 의식은 '이안식'(移安式)이라 부르지만, 이날 행사는 '이운식'(移運式)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이는 영정을 옮겨 둘 장소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족들이 바꿔 부른 것이다. 이날 '이운식'으로 광화문 광장을 떠난 영정은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서고에 임시 보관할 예정이다.

17일 열린 '이운식'이 끝나고 참가자들이 자리를 정리하는 가운데 한 여성이 사진을 찾고 있다.
18일 광화문 광장 남측 세월호 천막 철거 현장. 분향소와 전시공간이 있던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18일 광화문 광장 남측 세월호 천막 철거 현장. 노동자가 지붕을 뜯어내고 있다.

앞서 17일 오전에는 4·16 가족협의회가 추모관 내에 있던 희생자 영정을 옮기는 '이운식'(영정 둘 곳을 정하지 못한 이안식)을 열었다. 세월호 광장을 지키는 사람들은 '이운식'이 열린 날 천막 내의 주요 물품을 대부분 정리했다. 100명 가량의 유족 및 시민들의 묵념으로 시작한 '이운식'은 불교 명진 스님, 천주교 서영섭 신부, 개신교 홍요한 목사의 종교 의식으로 이어졌다. 4·16연대 박래군 공동대표와 4·16 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박 대표는 추도사에서 "세월호 광장은 촛불 항쟁의 발원지이자 중심지"라며 "영정을 빼고 분향소를 닫는 것이 끝이 아니다. 진실을 마주할 때까지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천막 철거를 주장하며 악다구니를 쓴 자들, 폭식 투쟁을 한 일베, 어버이연합 등 어둠의 세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천막이 철거된 자리 중 일부에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각종 재난을 기억하기 위한 전시 공간이 마련된다. '기억 공간'은 천막이 있던 양쪽 자리 중 동쪽(종로, 교보생명 건물 방향)에 80제곱미터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서울시가 연말까지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 위원장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하지 못했는데 분향소를 정리한다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힘든 일"이라면서도 "광화문 광장은 시민의 공간임을 알기 때문에 이안식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는 또한 "그날 왜 정부가 국민을 구하지 않았는지 지난 5년간 목이 터져라 물었지만 아직 충분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도 했다. 사회자가 고인의 이름을 한 사람씩 부르면 관계자가 영정을 하나씩 받아 밖에 서 있는 다른 관계자들에게 넘기고, 받은 사람들은 영정을 닦아 작은 상자에 넣었다. 작은 상자는 다시 큰 상자에 담겨 준비된 차량에 실렸다. 모든 영정을 옮기고 나서 차량은 광화문 광장을 한 바퀴 돌고 임시 보관 장소인 서울시청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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