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김수미 작, 신동인 연출의 <잔치>를 관람했다. <잔치>는 제37회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 작이다.

김수미는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1997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1999년 제1회 옥랑 희곡상 수상, 2000년 제19회 한국 희곡 신인 문학상, 2002년에는 한국연극협회선정 우수공연 ‘BEST 7’ 수상, 2004년 경기도 연극제 동상 수상,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2005년 日本劇作家大會 심사위원상 수상, 2005년 제8회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 2005년 마포구 (양화진 성지화 사업) 희곡공모 당선, 2006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우수상 수상, 2008년 제1회 동랑 희곡상 수상,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작가창작활동지원 선정, 2010년 제1회 명동예술극장 창작희곡 공모 당선, 2011년에는 제5회 차범석 희곡상, 2014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희곡상, 2015 서울연극제 그룹 動 시대의 그녀들의 집으로 자유참가작 대상을 수상한 미녀작가다.

신동인은 서일대학 연극과 교수, 극단 작은신화 연출이다. <두더지의 태양>, <만선>, <꿈속의 꿈>, <모든 이에게 모든 것>, <블루하츠>, <봄이 사라진 계절>, <거울속의 은하수>, <달빛 안개길> 등을 연출한 장래가 기대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경상도 지역의 바닷가 마을의 한 주택이다. 지붕에 활짝 핀 동백꽃이 장미넝쿨처럼 덮여있고, 조그만 대청을 가운데로 안방과 건넌방이 있고, 안방 옆에 부엌이 있다. 부엌 옆으로 작은방도 있다. 작은방에는 쪽마루가 놓이고, 그 앞마당에 수도가 자리를 잡았다. 수돗가에는 동이와 양푼이 놓이고, 그 앞쪽에 가마솥을 올려놓은 풍로가 있다. 수돗가 뒤쪽으로 작은 항아리 같은 용기가 놓여, 물김치를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마당 가운데에 평상이 있고, 평상위에 잔칫상에 놓을 전을 부치기 위한 열기구와 부치는 판이 놓였다. 장면전환에 따라 술상이 마련이 되고, 극중 자전거가 등장한다. 배경에는 엷은 망사막이 있어, 망사막 뒤로 일찍 죽은 셋째 아들의 상의를 벗은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안방 병상에 누운 아버지는 앓는 소리와 무엇인가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릴 뿐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극의 후반에는 막내아들이 건넌방에서 기타를 꺼내 연주를 하고, 기타를 혼혈아인 조카에게 건네 노래를 부르도록 한다. 일찍 죽은 셋째 아들이 등장해 평상에서 막내아들과 함께 노모 옆에 자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종장에는 천정에서 긴 줄에 연결되어 내려진 고리에 조등(早燈)을 달아 올리기도 한다. 대단원에서는 동백꽃의 붉은 꽃잎이 천정에서 흩어져 내리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연극은 도입에 노모가 잔치 준비로 전을 부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노모는 약간의 치매 기가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까닭 모를 잔치를 이유로 자식들을 모두 집으로 돌아오도록 부른 것으로 설정된다. 노모는 일찍 죽은 셋째 아들생각을 한다. 그러자 배경 막에 죽은 아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윗옷을 벗은 몸으로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그러자 안방에서 남편인 환자의 고성과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노모는 놀라지도 않고 예삿일을 하듯 수돗가로 가 대야에 수건을 적셔 안방으로 들고 들어가는 모습에서 환자의 용변을 닦으려고 들어가는 것으로 감지된다. 잠시 후 이웃 아낙이 등장하고, 이집과 무관한 듯 마당을 돌아다니며, 김이 무럭무럭 나는 솥을 열어보고 음식 맛을 보거나, 항아리를 열고 김치 국물을 맛을 보며 좋아 하는 모습에 관객의 입에 군침이 돌기도 한다.

잠시 후 자전거를 탄 순경이 물건을 가져다 노모에게 준다. 고가의 홍삼세트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노모는 한사코 사양을 하지만, 순경이 그냥 놓고 돌아가니, 노모는 이웃 아낙에게 가는 길에 돌려주라고 맡긴다.

막내아들이 제일먼저 집으로 돌아온다. 막내아들은 연극연출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딸도 아들과 함께 귀가를 한다. 그런데 아들은 혼혈아이고, 딸의 남편인 외국인은 다른 여자에게 바람이 나, 딸과 헤어진 것으로 소개가 된다. 혼혈 아들은 영어를 지껄이며 성질을 부린다. 이 집의 장남이 등장한다. 장남은 여러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을 하고, 이번 선거에서 가까스로 당선된 것으로 소개가 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집으로 들어오는 걸음걸이를 보거나, 가슴을 뒤로 젖혀질 정도로 펴는 동작에서 행세깨나 하는 인물로 보이려는 과장됨이 드러나 관객이 고소를 금치 못한다.

자식들 하나하나의 사연이 펼쳐지고, 자식들 간의 갈등이 부각되기도 하고, 그것이 음주로 이어지고, 취태로 발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피는 물보다 진하듯이 자식들끼리의 갈등은 결국 형제자매의 화합으로 귀결이 되는 듯싶다. 막내아들은 누나의 혼혈아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가고, 막내가 건넌방에서 내온 기타로 혼혈아 조카는 탁월한 노래솜씨를 발휘하기도 한다. 깊은 밤 술기운 때문인지 하나 둘 아무데나 쓰러져 잠이 든다. 죽은 셋째 아들까지 다가와 합석을 한다.

자식들이 다들 잠이 든 깊은 밤, 노모는 안방에서 소복차림으로 조등을 켜 들고 나와 마당 한가운데 천정에서부터 내려온 줄에 연결된 고리에 조등을 건다. 이웃 아낙이 조등을 발견하고 이 집으로 뛰어 들어온다. 자식들이 일어나 병상의 아버지가 사망한 것을 알고 놀란다. 노모는 순경을 부르라고 이웃 아낙에게 부탁한다. 순경이 등장하면, 노모는 자신이 살인을 범했음을 알리고, 잡아가 달라고 순경에게 청한다. 불치병 환자인 남편의 고통을 멈추려고 목을 졸은 것이다.

노모는 치매 기가 점점 심해져, 이제 더 이상 남편의 간병을 할 수 없기에 목을 졸라 죽였노라고 고백을 한다. 그러면서 순경에게 다가가려 한다. 아들과 딸이 노모를 제지한다. 아들들이 노모의 예고없는 행동에 안타까움을 드러내지만, 이미 엎 지러 진 물인 것을 어찌하랴? 대단원에서 노모가 순경의 뒤를 따라가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불치병 환자에게 좋은 약을 쓰거나 적절한 치료로 목숨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목숨의 연장이 환자에게는 고통의 연장이라는 것을 모르는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안락사를 종교적 도덕적 이유를 들어 반대하지만, 불치병 환자에게는 안락사야말로 환자의 고통을 멈추는 최상의 조처임을 이 연극에서 노모를 통해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형인이 노모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편다. 조영진, 이정은, 한희정, 김현숙, 정원조, 오정환, 김세환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갈채를 받는다.

제작 최형인, 제작 PD 조한준, 드라마터그 배선애, 무대감독 송희연, 무대 이진석, 조명 최보윤, 작곡 김철환, 의상 박진희, 소품 김혜지, 분장 장경숙, 움직임 이두성, 조연출 김광수, 음향오퍼 강정한, 무대전환 김한결 박건호, 사진 이강물, 그래픽 다홍디자인, 기획 감탄사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제37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김수미 작, 서동인 연출의 <잔치>를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뉴스프리존=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