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베스트셀러 시인 최영미(55)가 최근 저소득층을 위한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 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뉴스프리존= 안데레사기자] 그는 지난 16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내가 연간 소득이 1300만 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란다"라고 올렸다.

 
이어 "약간의 충격. 공돈이 생긴다니 반갑고 (베스트셀러 시인이라는 선입견 없이) 나를 차별하지 않는 세무서의 컴퓨터가 기특하다. 그런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라고 탄식했다.

 
또 "아는 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강의를 달라고 애원했다. 생활이 어려우니 도와달라 말하니 학위를 묻는다. 국문과 석사학위도 없으면서 시 강의를 달라 떼쓰는 내가 한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책을 낸 출판사에 전화해 '근로장려금 대상자'임을 내세워 2년 넘게 밀린 시집 인세를 달라고 '협박', 3년 전 발행한 책의 인세 89만 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글에는 240여명이 '좋아요'로 공감을 표시했고 "많은 예술인들이 비슷한 처지…마음이 아프네요", 글을 읽으며 울컥했다는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최 시인은 1980~1990년대 민주화 세대의 빛과 그림자를 노래한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1994년 발표해 문학계 안팎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시집은 현재까지 무려 52쇄를 찍어 시집으로서는 보기 드문 베스트셀러다. 지난해 11월 21년 만에 개정판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시인으로서의 생활고를 농담처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15평 월세 아파트에 산다. 어떻게 시집을 낼수록 더 가난해진다"고 했다.

소설가 한강(46)이 연작소설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창비 펴냄)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맨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적 권위를 가진 문학상이다.

 
16일(현지 시각)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영국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강은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한다"며 "인간에 관해 질문하고자 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편, 그는 "이 책은 10년 전에 썼다"며 "지금 이 상을 받게 된 게 조금 이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강과 함께 최종 후보로 오른 이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를 비롯해 중국의 옌렌커, 앙골라의 호세 에두아르도 아구아루사, 이탈리아의 엘레나 페란트, 오스트리아의 로베르트 제탈러다.

 
영국의 맨부커재단이 1969년 제정한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적 권위를 가진 문학상이다. 영연방 국가의 작가에게 주는 상인 맨부커 부문(Man Booker Prize)과 영연방 외의 작가와 번역가에게 주는 인터내셔널 부문(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으로 나뉜다.

 
인터내셔널 부문은 2005년 제정된 상으로, 당초 2년마다 작가를 대상으로 시상했다. 올해부터 수상 대상을 작품으로 바꿔 작가와 번역가가 함께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국외에 처음 소개한 영국인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29)도 한강과 함께 공동 수상자로 호명됐다. 상금 5만 파운드(약 8600만 원)는 작가와 번역가가 절반씩 받는다. 데보라 스미스는 <채식주의자>의 일부를 번역해 영국 출판사 포르토벨로에 보냈고, 이 책을 높이 평가한 편집부가 번역 출간을 결정했다.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채식주의자> 수상작 선정 이유로 "한국의 오늘에 관한 소설이며 수치와 욕망,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위험한 시도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채식주의자>는 한강이 지난 2004년과 2005년 발표한 연작 소설을 2007년 단행본으로 펴낸 작품이다. 국외에는 작년(2015년) 1월 소개됐다.

어 시절 육식에 트라우마를 갖게 된 주인공 영혜가 폭력을 거부하고 죽음에 다다를 정도로 극단적인 채식에 집중하는 모습, 또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과의 갈등이 소설의 중요한 소재다. 표제작 '채식주의자'(2004년)를 포함해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몽고반점'(2004년), '나무 불꽃'(2005년) 등 세 편의 중편소설로 구성됐다. 여태 한강이 집중한 폭력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국외 출간과 함께 <채식주의자>는 큰 호응을 얻었다. <가디언>, <인디펜던트>, <뉴욕타임스> 등 영미권 주요 언론이 대대적으로 이 책에 주목했다.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한강이 책 홍보를 위해 영국에 방문했을 때 런던의 주요 서점에서 책이 매진되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작품이 맨부커상 최종 후보로 오른 후에는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시타임스>가 한강을 맨부커상의 주인공으로 선정한 칼럼을 내는 등 수상 기대감이 일찌감치 컸다.

 

 

한강의 수상으로 국내 다른 문학 작가 작품의 국외 소개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데보라 스미스는 현재 배수아 작가의 <에시이스트의 책상>(문학동네 펴냄)과 <서울의 낮은 언덕들>(자음과모음 펴냄)을 번역 중이다.   

한강은 1970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광주의 영향은 5.1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창비 펴냄)에 드러난다. <소년이 온다> 역시 데보라 스미스의 손을 거쳐 국외에 번역 소개됐다. 1980년 서울로 이사한 후에도 여러 차례 이사를 다녔다. 1993년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네 편이 실리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돼 소설가로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아버지 한승원 씨를 따라 같은 길을 걷게 됐다. 2005년에는 이상문학상을 수상해 1988년 이 상을 받은 아버지와 함께 부녀가 같은 상을 탄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작 <흰>(난다 펴냄)은 이달 말경 출간 예정이다.

안데레사 newsfreezon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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